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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Nov 21. 2023

베를린 클럽에 등장한 알프스 소녀 OTTOLINGER

Brand LAB: OTTOLINGER

Brand LAB: OTTOLINGER

베를린 클럽에 등장한 알프스 소녀




의도적으로 옷을 자르고, 불태운다. 실험적이고 비범한 디자인으로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베를린 기반의 OTTOLINGER 이야기다.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실험을 거듭하는 이 디자이너 듀오 브랜드는 해체주의라는 이름에서 더 나아가 ‘재건’하며 컬렉션을 전개한다.




그 시작은 우편함이었다


스위스의 바젤 디자인 학교(Basel School of Design)에서 만난 디자이너 크리스타 보쉬(Christa Bösch)와 코쉬마 가디언트(Cosima Gadient). 학생 시절부터 서로의 작품에 관심이 많던 둘은 패션과 인생에 대한 공통된 시각을 가졌음을 알게 되고 함께 브랜드를 이끄는 사이가 되기로 한다.



ⓒgoat.com



2015년, 이들이 처음 작업을 시작한 곳은 베를린의 아주 작은 스튜디오. 그곳에선 아직 브랜드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었고, 옆집과 연결된 구조였기 때문에 우편함도 따로 없었다. 그래서 ‘오토링거(Ottolinger)’라는 성(姓)을 가진 이웃과 우편함을 공유해야 했다고. 당시 브랜드명을 한참 고민 중이던 크리스타와 쉬마, 그중 한 명이 농담 식으로 “OTTOLINGER 꽤 완벽한 브랜드명인 것 같아”라고 말한 데서 지금의 OTTOLINGER가 탄생하게 된다.

제대로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한 2017 SS. 이 디자이너 듀오는 런던 패션 위크와 뉴욕 패션 위크에서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새롭고 신선한 실루엣을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 해인 18년도 LVMH PRIZE 수상 후보에 오르고 칸예 웨스트의 ‘이지(Yeezy)’ 디자인 팀에 합류하기도 하며 제대로 패션계에 눈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numeromag.nl

OTTOLINGER 2024 SS 

ⓒdazeddigital.co

OTTOLINGER 2019 SS 

ⓒdazeddigital.com

OTTOLINGER 2019 AW Backstage 






나고 자란 스위스를 옷에 담아내다


베를린 하면 테크노 음악 속에서 신나게 춤추는 클럽이 떠오르고, 스위스라 하면 알프스 산맥과 청정한 자연 경관이 떠오른다. 베를린을 기반을 두고 있지만 스위스 출신인 OTTOLINGER의 디자이너 듀오는 컬렉션에서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옷에서는 밤새 클럽에서 놀고 나온 헝클어진 모습과 자연을 기원으로 한 소재에 대한 감각이 공존한다.

크리스타 보쉬와 코쉬마 가디언트 모두 어린 시절 자랄 때부터 정원을 직접 키우고, 맨발로 걷고, 농장 일을 하고, 나무 위의 집을 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자연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영감을 받았다고. 그러니 완벽하면서도 불완전한 독특함을 지닌 자연의 특성에서 OTTOLINGER이 미학이 읽히기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dazeddigital.com

OTTOLINGER SS17 campaign 



이들이 고향 스위스에서 영감을 찾은 2018 SS 컬렉션. 스위스의 국화인 에델바이스 꽃 소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브랜드의 로고가 그려진 스위스 가짜 동전들을 제작해 체인에 달아 원피스를 장식한 것. 스위스에서는 아이들이 태어나거나 특별한 날에 동전을 주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이 듀오도 그렇게 자신들의 컬렉션을 기념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i-d.vice.com

OTTOLINGER 2018 SS 



이들이 자란 곳에서 멀지 않은 눈 덮인 스위스 알프스를 배경으로 촬영된 2018 SS 룩북.



ⓒdazeddigital.com

스위스에서 촬영한 OTTOLINGER 2018 SS campaign 



“우리는 태양부터 폭풍, 눈, 비까지 자연의 변덕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모든 분위기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나무의 비대칭, 풀의 색깔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목표는 자연처럼 아름답고 완벽하거나 불완전한 옷을 만드는 것, 즉 신체의 불완전함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OTTOLINGER 옷의 어떤 형태들은 해초나 나무 혹은 암석을 닮았다. 가끔 신발은 땅에서 자라는 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vmagazine.com, ⓒvogue.com



이 디자이너 듀오의 자연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의 삶에 지속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옷을 가능한 환경친화적으로 제작하려 노력한다. 상품 운송과 생산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제품을 재활용 또는 유기농 소재로 만든다. 특히 시그니처인 데님은 세계적인 생산업체 이스코(ISKO) 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하고 있다고.






불완전함이 주는 완전한 미학


실리콘에 담갔다가 뺀 가방, 부분 부분을 불로 태운 티셔츠, 비대칭적인 요소가 들어간 실루엣, 꾸뛰르에 녹인 펑크적인 요소, 레이스 스트링을 한껏 늘린 원피스, 해체주의가 반영된 아방가르드하고도 미래지향적인 스타일, 강렬한 프린팅이 가미된 매쉬 소재. 이 모든 실험적인 소재와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OTTOLINGER의 옷들에선 불완전함이 주는 완전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얼핏 불완전해 보이는 각 작업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게 비록 고전적인 의미의 아름다운은 아닐지라도.



ⓒpinterest.co.kr, ⓒclothbase.co, ⓒwww.works.io, ⓒshowstudio.com, ⓒelle.com, ⓒhighxtar.com



해방감과 독특한 관능미의 표현이 두드러지는 2024 AW 컬렉션. 불완전함이 가져다주는 완전함이 이런 것이다. 신체의 틀을 중심으로 곡선을 표현해 내는 것이 이들의 방식. 신체가 아름답고 섹시해 보이는 방법과 형태를 찾으며 비대칭적인 스트링과 자유로운 형태, 직선 사이의 균형을 자유로이 누빈다.



OTTOLINGER 2024 AW





세계관을 더 확장하는 법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온 OTTOLINGER. 규모 있는 패션 하우스가 아니기에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한 시즌 동안 팀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기를 즐긴다며 “우리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는 우리와 협업하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이들이 평소 눈여겨보던 아티스트 루카스 호프먼(Lukas Hofmann)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며, 협업이 시작되었다. 그의 퍼포먼스 작품 ‘Dry Me A River’에서 의상을 맡아 공동 작업한 것.



‘Dry Me A River’ Performance 2017 Clothing by OTTOLINGER

ⓒwww.works.io



처음 이 듀오가 만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서로의 접점 중에는 초현실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를 다룬 장르인SF도 있었으니. 중국 SF 작가 류츠신의 에서 영감받은 2019 AW 컬렉션. 캠페인 사진은 직접 촬영하는 대신 뉴욕 기반의 아티스트 줄리앙 세칼디(Julien Ceccaldi)와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dazeddigital

OTTOLINGER 2019 AW Campaign Illustration by Julien Ceccaldi 



2020 SS 컬렉션에서도 SF의 영향이 듬뿍 담겼다. 중국의 SF 작가 하오 징팡(Hao Jingfang)이 시간 여행 이야기를 다룬 책 에서 영감받은 이 컬렉션. 이 디자이너 듀오는 독서로 새로운 세계를 머릿 속으로 상상한 후 그걸 의류로 번역해내는 작업을 즐긴다고. 그렇게 판타지와 현실을 합쳐 새로운 미학을 제시해 보인 것이다.

ⓒvogue.com

OTTOLINGER 2020 SS 



이들은 옷에 아티스트의 프린팅을 담아내 그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베트남계 미국인 아티스트 줄리앙 응우옌(Julian Nguyen)의 작품을 통해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환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OTTOLINGER 2020 FW 컬렉션. 특유의 트임과 스트링으로 장식된 원피스와 상의, 바지에 자리한 줄리앙의 작품, 그 안에는 인종, 계급, 그리고 정신 건강으로 대표되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의문이 담겨있다.




ⓒvogue.com

OTTOLINGER 2020 FW 



2021 FW 컬렉션에서는 뉴욕 브롱크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샤이엔 줄리앙(Cheyenne Julien)과 함께였다. 그녀의 작품을 OTTOLINGER의 아이코닉한 매쉬 제품에 담아내 단번에 시선을 끄는 강렬함을 더했다.



ⓒclothbase.com, ⓒdocumentjournal.co




누가 봐도 ‘OTTOLINGER’룩 입기


카일리 제너, 두아 리파 같은 유행을 선두하는 스타일 아이콘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이기도 한 OTTOLINGER. 어떻게 입을지 고민이었다면 이들의 스타일링을 통해 힌트를 얻어보자.

화이트 무지 티에 프린트 데님과 강렬한 선글라스를 매치해 룩을 완성한 카일리 제너. 그중 비대칭으로 잠그는 프린트 데님은 가장 추천하는 아이템이다. 멀리서 봐도 OTTOLINGER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시그니처 아이템이기 때문.



ⓒvogue.co.uk
ⓒstarstyle.com




OTTOLINGER를 말할 때 섹시함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컷 아웃 디테일과 길게 늘린 스트링이 포인트인 원피스는 특별한 날 입으면 남다른 기분을 선사해 줄 것.

ⓒstarstyle.com, ⓒpinte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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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메쉬 탑은 OTTOLINGER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자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 매번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하기도 하니 잘 구매하면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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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니 꾸뛰르에 대한 도전이니 말들이니 수식어가 무성하지만, 사실 이들이 추구하는 본질은 하나다. 감각적이고, 입어서 기분 좋은 옷을 만드는 것. 불완전하지만 완전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OTTOLINGER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정의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패션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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