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Nov 17. 2023

부츠 스타일링 가이드

앵클부츠부터 시어링부츠까지. 

Trend: How to Style Boots 

부츠로 극복하는 수족냉증 탈출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 12%가 수족냉증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접한 에디터(XX세, 수족냉증).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패션은 젠테에게. 부쩍 추워진 날씨로부터 당신의 소중한 발을 지켜줄 부츠들을 소개한다.





그리하여 부츠가 되었답니다


인간의 모든 역사적 현장엔 언제나 부츠가 있었다. 인류의 모든 전쟁에 참전했던 전투화가 바로 부츠이기 때문이다. 발과 발목을 완전히 감싸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철벽 방어하는 건 물론, 뛰어난 보온성까지 챙긴 기능성의 끝판왕이니 그 장점을 나열하자면 하루가 모자라다.

이런 막강한 활용도 덕분에 부츠는 일찌감치 인간의 삶에 출현하게 되었다. 원래 발 따로 발목 따로 종아리 따로 각자도생 하던 요소로서 존재했는데, 기원전 1000년경에 이 모든 것들이 신발과 합쳐지면서 지금의 한 몸 부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17세기의 부츠
1860년대의 미국 군사 복장 ⓒfuelmotorcycles.eu


열악한 자연환경에 고생하던 지역민들 역시 이런 부츠의 매력을 모를 리 없었다. 동아시아 유목민들은 서기 1200년대부터 부드러운 가죽을 소재로 하여 착용감을 높인 부츠를, 겨울왕국 알래스카 원주민들 역시 수백 년 전부터 동물 가죽을 활용한 부츠를 직접 개발해 신고 다녔다고 하니까. 때문에 그들의 전통 의상엔 부츠가 빠지지 않는다. 그 외형도 얼마나 화려한지 시선을 강탈한다.



몽골(좌)과 알래스카(우)의 전통 부츠ⓒpixels.com, ⓒatlasobscura.com


이처럼 부츠는 그 목적에 따라 나름대로의 진화를 거쳐왔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직업군에 따라 그 재료와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아마 17세기 유럽발 부츠가 우리에겐 가장 익숙한 모양새 일텐데, 전투용도로 탄생한 만큼 밀리터리 무드가 짙게 풍긴다. 기병들의 안전을 위해 두꺼운 밑창을 추가한 것이 포인트.

이외에도 어업 종사자는 방수가 가능한 재질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웨이더(Wader) 부츠를, 철강 작업자는 열에 강하고 다양한 화학 물질까지 커버할 수 있는 재질의 특수 안전화를, 광산 작업자들은 안정된 착용감과 지지력을 보강하기 위해 레이스 업 안전화를 선택해 일의 능률을 높히는 데 집중했다.



17세기 네덜란드 기병대의 부츠, 웨이더 부츠의 초기 모델 ⓒbatashoemuseum.ca
Timberland에서 출시한 안전화 ⓒtimberland.com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선 Dior과 BALENCIAGA, SAINT LAURENT, Courrèges 등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부츠를 패션 아이템으로 선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인부들이 신는 신발이란 인식 때문에 판매율이 저조했으나, 부츠의 매력을 알아본 여러 팝스타들이 대거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그 인기가 높아졌다. 70년대 후반엔 미국 전체 여성 신발 판매량의 2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고.


1960년대의 BALENCIAGA와 70년대의 Dior ⓒpinterest.co.kr





세상엔 이렇게나 많은 부츠가


그 무엇 하나 똑같은 게 없이 저마다의 매력을 탑재하고 있는 부츠. 세상에 이것처럼 경이로운 아이템이 또 있을까. 우리에게 패션의 소중함은 물론 인간 군상의 면모까지 깨우치게 하니 말이다. 하지만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이 개성 넘치는 아이템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킬 세상의 모든 부츠를.





기본 중에 기본

Ankle Boots


패션 피플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앵클부츠. 발 전체와 발목을 감싸는 형태로 안정된 착용감과 높은 활용도를 자랑하니 당연한 일이다. 또한 날이 갈수록 다양한 실루엣으로 변주되어 출시되고 있어 보는 눈도 즐겁다.

그 중 하나인 첼시는 빅토리아 여왕의 신발 제작자였던 J. Sparkes Hall의 작품으로, 완벽한 핏감을 위해 측면에 탄성이 있는 소재를 덧대고 발목 끝엔 착화가 편하도록 고리를 달아둔 게 특징이다. 개발되었을 당시엔 주로 승마용으로 선호되었는데, 1960년대에 들어서는 비틀즈(Beatles)와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등 유명 영국 뮤지션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며 패션의 세계로 전격 진입하게 되었다.



앞코가 뾰족하게 변형된 첼시 스타일의 비틀 부츠
롤링 스톤즈가 즐겨 신던 첼시 부츠 ⓒambitious-brand.com


앵클 부츠의 변신에 과연 한계란 있을까. 매해 FW 시즌이면 새 옷을 입고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그 놀라운 모습에 한 두 번 놀란 게 아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부담감 없는 길이 덕분에 봄 여름 로퍼나 스니커즈에 즐겨 입던 코디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니.


VALENTINO 2023 FW
GIVENCHY 2023 FW ⓒvogue.com
ⓒmarieclaire.com, ⓒhawtcelebs.com


앵클이 거의 만능템이라는 건 여러 셀럽들의 착장만 봐도 간단히 알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하의와 놀라운 케미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두툼한 플랫폼을 장착한 첼시와 레이스 업 부츠는 여전히 지지 않는 트렌드다. 하중으로 쏠리는 무게감을 고려해 미니 스커트 혹은 가벼운 재질의 롱스커트를 매칭하면 반전의 매력을 줄 수 있을 것. 좀 더 포멀한 느낌을 내고 싶다면 앞코에 포인트를 준 날렵한 앵클을 선택하면 된다.



Louis Vuitton 2023 PRE-FALL, MARINE SERRE 2023 FW
DRIES VAN NOTEN 2023 FW, Cos 2023 FWⓒvogue.com
ⓒstarsinsider.com, popsugar.comgq-magazine.co.ukmralife.com





길이가 곧 존재감

Knee-high & Thigh-high Boots


앵클로는 모자라! 좀 더 높은 길이감을 원한다면 무릎 정도의 니하이 혹은 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싸이하이 부츠는 어떠신지.

사실 이러한 긴 길이의 부츠는 과거엔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15세기엔 승마 혹은 전투용으로, 17세기에는 연극과 오페라에서 남성 역할을 맡은 여성들이 주로 착용했었으니까. 그 판도를 뒤집은 게 바로 디자이너 로저 비비에(Roger Vivier)다. 1963년, SAINT LAURENT FW 컬렉션에 싸이하이 부츠를 선보이는 파격적인 시도로서 말이다.



로저 비비에가 제작한 SAINT LAURENT의 싸이하이 부츠 ⓒpinterest.co.kr



하지만 싸이하이 부츠가 감사해야 할 인물들은 따로 있다. 바로 레전드 팝스타 셰어(Cher)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특히 셰어는 90년대 활동 내내 이 아이템을 유니폼처럼 착용했는데, 이후 여러 뮤지션들이 이 행보에 뒤이어 동참하며 모험심 가득한 패션 피플들의 구미를 자극하는데 한 몫 했다.



셰어, 데이빗 보위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vogue.co.uk


이러한 긴 부츠의 매력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듯 보인다. 이번 FW 컬렉션에서 목격한 니하이와 싸이하이 부츠만 해도 벌써 몇 켤레인가!

그중 가장 선두는 단연 CHANEL이다.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와 장식을 최소화한 심플한 니하이 부츠를 거의 모든 코디에 접목시켰으니. 움직일 때마다 언뜻 보이는 다리엔 화이트 레이스 레그 웨어를 추가해 디테일을 더하는데, 남들과 차별화된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



CHANEL 2023 FW
Sacai 2023 FW, JACQUEMUS 2023 FWⓒvogue.com
BALENCIAGA Fall 2023 FW Campaign, BALENCIAGA 2023 FW


보다 강력한 한 방을 원한다면 본격 싸이하이 부츠룩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여기 BOTTEGA VENETA와 MM6 Maison Margiela가 야심 차게 준비한 런웨이를 참고하자. 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츠에 시선이 쏠릴 게 분명하니, 의상과 액세서리 모두 통일된 컬러와 소재로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것이 핵심이다.


BOTTEGA VENETA 2023 FW ⓒvogue.com
mm6 2023 FW ⓒwww.maisonmargiela.com


너무 정제된 느낌이 싫다면, 스트릿 패션계의 골목대장 셀럽들의 아웃핏도 새겨두자. 부츠 길이와 1:1의 롱 티셔츠와 니트로 비율을 유지하면서 컬러는 통일감 있게 선택했다. 결국 관건은 심플함과 컬러란 소리. 자칫하면 낚시꾼이냐며 놀림 당할지도 모르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vogue.com, ⓒfootwearnews.com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무드

Biker & Cowboy Boots


무드에 죽고 무드에 산다. 당신에게 있어 패션이란 곧 무드라면, 여기 톡톡 튀는 외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바이커와 카우보이 부츠가 딱이다. 올해 정말 많은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들의 착장에서 목격된 스타일이니 한 번 믿고 따라가 봐도 좋을 듯.

먼저 바이커 부츠는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부츠다. 두꺼운 가죽, 가드용 팬츠가 들어갈 정도의 넉넉한 둘레, 반짝이는 버클 장식도 달렸다. 이 버클은 장식이 아닌 착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이게 또 패션계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버클이 바로 바이커 부츠의 생명이니까.


바이커들의 필수품, Red Wing의 엔지니어 부츠를 착용한 말론 블란도 ⓒredwinglondon.com


나만 없어 바이커 부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인 MIU MIU와 Acne Studios의 부츠. 측면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버클과 하네스 디테일은 라이더 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린 진짜 라이더가 아니니, 이 아이템을 보다 패셔너블하게 소화하기 위해선 셀럽들의 착샷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부피감이 있는 부츠이기에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의상을 선택하거나, 자수와 크리스탈 같이 로맨틱한 무드가 가미된 아우터를 걸쳐주면 밸런스가 딱 맞는다.



MIU MIU 2022 FW
ⓒvogue.com
ⓒpinterest

CELINE 2023 SS, The Kooples 2018 FW

ⓒvogue.com



대자연 속에서 야성미를 뿜뿜 풍기는 카우보이 무드에 젖어보고 싶다면, 그들의 생활 복장인 카우보이 부츠를 제안한다. 패션에 일가견이 있던 고 다이애나 비도 즐겨 찾던 아이템이니, 스타일링 역시 그녀의 착장을 참고하면 좋겠다. 특히 오버사이즈 블레이저와 데님 만큼은 반드시 사수할 것.



Acne Studios 2024 SS, GANNI 2023 FW
Dsquared2 2023 FW ⓒvogue.com
ⓒvogue.co.uk
ⓒpinterest


의외로 슬립 드레스, 캐주얼한 미디 스커트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이 부츠의 숨겨진 강점이다. 날씨를 염두해 두툼한 아우터로 마무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아웃핏으로 거듭날 듯.


ⓒinstyle.com






그 중의 제일은 기능성이니라

Shearling & Rubber Boots


아무래도 기능성을 포기할 수 없어. 칭찬한다. 항상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건 참 좋은 자세다. 하지만 실용성'만' 추구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왜냐고? 이 부츠라면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까지 다 잡을 수 있으니까.

작년부터 조짐이 있었던 어그의 귀환. 이렇게까지 커질 준 몰랐다. 겨울 맞춤형 부츠라는 구호 아래, 이젠 모든 패션 애호가들이 어그 구매로 대동단결 하고 있으니.

어그가 호주에서 유래되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겠지만, 서퍼들이 자주 신었다는 건 몰랐을 거다. 게다가 이름이 왜 어그(Ugg) 인지도. 별 대단한 뜻은 없다. 부츠의 개발자인 Stedman의 아내가 이 부츠를 보자마자 못생겼어! 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businessinsider.com


어그야 말로 정말 아웃핏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 궁극의 부츠다. 데님과 와이드 팬츠, 레깅스와 트레이닝 웨어까지 총망라 한 압도적인 실용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뭐,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보자마자 무엇을 말하는지 곧 깨닫게 될 테니. 그냥 어그 부츠 is 프리패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instyle.com, ⓒwhowhatwear.com, ⓒpinterest



하지만 이에 뒤지지 않을 시어링 부츠 군단이 차차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영국 아이코닉 럭셔리의 진수 BURBERRY와 요즘 한창 주가 상승 중인 GUCCI의 이야기다. 또한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우주 비행사의 부츠 모양을 본 따 만든 MOON BOOT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보여준다.



BURBERRY 2023 FW
GUCCI 2023 FW, Vivienne Westwood 2023 FWⓒvogue.com
ⓒhighsnobiety.com


하지만 무적인 줄만 알았던 시어링 부츠에도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주체할 수 없는 부피감. 보온성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외관 탓에 통 손이 가질 않는다면, 올해 FW 컬렉션에 등장한 BOTTEGA VENETA의 도메니카 부츠로 시선을 돌려보자. 얼핏 보면 니트 소재처럼 보여 내구성이 염려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모두 램스킨을 꼬아만든 제품이니. 이 정성스런 아이템 덕분에 온기와 슬림한 실루엣까지 챙길 수 있겠다.



BOTTEGA VENETA 2023 FW ⓒvogue.com


이제 실용성계의 마지막 강자만이 남았다. 그 이름하여 러버 부츠. 2020년 FW 시즌에 BOTTEGA VENETA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CHANEL과 BALENCIAGA로 향했고, 이젠 온 브랜드가 강력한 고무고무 파워를 시전 중이다. 끔찍한 디자인 때문에 기피하는 호불호가 강한 아이템 중 하나지만 일단 신어보시라. 계절과 착장에 상관없이 어느 때나 찾게 될, 가성비 끝판왕을 경험하게 될 테니.



BOTTEGA VENETA 2020 FW, CHANEL 2022 FWⓒvogue.com
BALENCIAGA의 러버 부츠를 신은 제니(좌)와 오프셋 & 카디 비(우)ⓒvogue.co.uk, ⓒfashionbombdaily.com
MISCHF의 러버 부츠 신상 BIG BLACK ⓒtrendhunter.com



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 이 많은 부츠 중 올 겨울 가장 떠오르는 스타일은 무엇일까?

우선 단연 버클 장식이 돋보이는 바이크 스타일이다. 작년 MIU MIU를 시작으로 그 조짐이 보였었는데, 올해엔 정식으로 선두에 올라서게 된 것.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열풍은 내년까지 이어진다 예측되고 있으니까.


ⓒpinterest


다음은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시어링 부츠가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어그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하고 있으니, 고르는 맛을 맘껏 만끽해도 좋을 듯.


ⓒpinterest


끝으로 영원한 클래식, 부츠 트렌드에서 매번 언급되는 앵클 라인 부츠도 놓쳐선 안된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소재와 컬러를 아우르는 신선한 시도들로 지루할 틈조차 주지 않으니.


ⓒfootwearnews.com



매번 신발장을 열 때마다 한 마리 지네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부츠를 포기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에 그 어떤 신발도 부츠를 대신할 순 없으니까. 그러니 부츠야, 올 겨울에도 우리의 발을 열심히 지켜주렴. 돈은 이 주인이 열심히 벌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