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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y 31. 2024

안경으로 목걸이 만들어 드립니다.

Interview: Jewelry Designers

Q10. 인간 박다솜이 평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Interview: Jewelry Designers
안경으로 목걸이 만들어 드립니다.






세상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너무나도 유명한 것. 애플, 구글, 뉴진스. 하나는 바라보기만 해도 멋있는 것. 오늘 소개할 주얼리 브랜드 두 곳이 후자의 조건을 충족한다. 언젠가는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감히 예측도 해본다. 유일무이한 형태와 질감, 흠잡을 곳 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VACSOM과 비주류(非主流)의 디렉터를 만나 그들의 대체불가한 취향에 대해 물었다.




VACSOM




Q1. 안녕하세요. 젠테스토어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끊임없이 나다운 것을 찾아나가는 작가이자, 브랜드 VACSOM을 운영하는 창작자 박다솜입니다. 반갑습니다 친구들.




Q2. 일상적 재료, 버려진 오브제에서 주얼리로 변신하는 VACSOM. 브랜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 물건, 길을 가다가 눈길을 끄는 오브제를 즉흥적으로 콜라주하여 주얼리로 재탄생시킵니다. 가정용 히팅건을 사용해 준비한 오브제를 녹이고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원하는 결과물을 정해두고 작업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여러가지 재료의 물성에 따른 변화와 함께 움직이면서 완성합니다.



VACSOM을 운영한지 무려 6년이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질릴 틈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재료가 있고, 그 재료들의 합은 또 무한대로 나오니까요. 여전히 매번 새롭고 짜릿해요.



Q3. 모든 제품에 애정을 갖고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했지만 이건 참 멋있다’ 싶은 작업물 한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Handcover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 아이는 아마 내가 창작해낸 명칭이자 오브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지를 만들던 스케일이 점차 커지면서 손등을 덮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손등을 덮는 핸드커버 같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 붙인 이름입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나만 할 수 있는 특기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있기 때문에 작업할 때마다 자존감이 수직상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Q4. VACSOM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릴적부터 미술과 패션을 공부했어요. 결국 나는 창작활동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VACSOM은 단순히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착용 가능한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Q5. 다솜 님의 작업물을 보면 왠지 모르게 화려한 아이돌 무대, 혹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가 착용할 법한 액세서리가 떠올라요. 유독 인상 깊었던 유명 고객이 있었나요?




마돈나(Madonna) 월드투어 기간에 VACSOM을 착용하고 싶다고 전담 스타일리스트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마돈나의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니까. 그런데 얼마 뒤 마돈나의 건강악화로 갑작스레 투어가 무산되었습니다.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의미있고 신나는 일이었죠.



에반게리온 아야나미 레이가 담긴 VACSOM 목걸이


Q6. 어떤 사람들이 VACSOM을 찾았으면 하나요?




특정하게 정해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상상을 해본다면, 내심 꾸미고 싶은 욕구는 강하지만 타인 눈치 보느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놓치고 사는 소심한 사람들이 내 창작물을 착용하면 좋겠습니다. VACSOM은 비범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착용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멋지고 특별해진것같다는 기분을 받을수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죠.




Q7. 모델로 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패션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단 하나의 브랜드만 입어야 한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 궁금해요.




HELMUT LANG. 모든 것들이 적당해서 평생 입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디자인적으로 보았을때 단순함 속에 뒤틀린 매력이 있어요. 클래식하지만 트랜디하고 세련된 느낌 또한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뭐든 적당한 게 가장 어려운 데 그 어려운 걸 매번 실현하는 브랜드 같다.





Q8. 모델로서 알려주는 스타일링 팁이 있을까요?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오셨나요?



우선 오늘은 신발에 포인트를 줬습니다. 되게 좋아하는 부츠예요. Saint Laurent 스타일의 부츠를 찾다가 더욱 과장되고 뾰족한 앞코를 가진 Haider Ackermann의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거금을 주고 구매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태까지 잘 착용하고 있는 애착 아이템입니다. 슬림한 실루엣의 신발로 포인트를 줬기 때문에 상하의는 루즈한 셔츠와 슬랙스를 착용해줬어요. 평소에도 이렇게 실루엣의 조화를 중시하는 편이에요.





Q9. 창작을 하기 위해선 다른 이들의 창작물도 살펴보게 되잖아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지 알고싶어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을 좋아합니다. 둘 다 미적감각이 뛰어나 자신의 색채가 뚜렷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화면 구성과 고혹적인 색채와 섬세한 디테일의 조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합니다.



Q10. 인간 박다솜이 평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죽는 순간에 대해 상상을 많이 합니다. 눈을 감기 직전에 ‘내가 정말 후회 없이 이 삶을 살았나?’라는 질문을 평소에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하는데요.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은 특이하고 외로운 길일지언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는 삶을 살고싶어요. 그게 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VACSOM 웹사이트 바로가기







도베르만




Q1. 안녕하세요 도베르만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주류(非主流)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35살 허혁진이라고 합니다.





Q2. 비주류 제품은 어떻게 탄생하나요?




저는 제대로 된 세공 교육을 받은게 아니고, 그림도 못 그려서, 그냥 머릿속에 상상하는 형태를 깎아 나가면서 제품을 디자인 합니다. 그렇다보니 처음에 생각하던 모습으로 디자인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5년을 깎다보니, 팔만한 제품은 나오는거 같습니다.







착색은 기본적으로 제품에 대비를 주기 위해 하는 과정인데요. 저는 비주류 제품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착색을 한 후 부분적으로만 남기고 벗겨내는데요. 저는 착색의 대부분을 남깁니다. 착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착색이 자연스럽게 마모가 되면서, 제품 각각의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면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비주류의 아이덴티티가된 작업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제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홀마크가 눈에 들어왔는데요. 비주류의 홀마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홀마크는 현 시대로 따지면, 인증마크 같은건데, 어디서 누가 만들었고,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 등을 표시하는 마크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주류의 홀마크는 네가지로, 비주류를 뜻하는 ‘아닐 비’의 소전체에서 따온 마크, 925 스털링 실버 소재를 뜻하는 마크, 제작자인 도베르만을 뜻하는 마크와, 도베르만의 이빨을 형상화한 마크 이렇게 네가지 입니다.




홀마크가 각인된 비주류 주얼리




Q4. 인터뷰를 위해 쇼룸에 초대해주셨습니다. 공간을 구상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업실과 쇼룸이 같이 있는 형태입니다. 망원동에 위치해있고요. 비주류를 통해 저의 온전한 취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인 인테리어 요소들도 신경을 썼지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손님이 쇼룸을 지나가거나, 들어왔을 때 ‘아 여기서 직접 만드는건가봐!’ 라는 생각이 바로 들 수 있는 구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통은 숨기는 주얼리 작업 공간을 노출시키고, 일반 손님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업 공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수작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손으로 만든 것에 대한 가치를 존중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쇼룸에 비치된 모든 나무 가구들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 가구입니다. 특유의 거친 느낌이 좋아서 벽에 부착된 나무판넬도 오래된 나무로 선택했습니다. 방부처리도 따로 안했어요. 철제 선반은 녹이 잘 스는 재질로 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변형되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왼쪽 벽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HONDA의 바이크 자켓 액자는 직접 구매한 빈티지 자켓을 액자에 넣어서 전시한 거예요. 사이즈가 저한테 맞지 않지만 보자마자 사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원래 바이크와 빈티지를 좋아하거든요. 옷걸이에 걸어서 전시할까 했는데 액자에 넣는 게 더 멋질 것 같아서 이렇게 만들어봤습니다.



Q5. 가장 좋아하는 주얼리 브랜드를 소개해주세요.



유럽쪽의 주얼리 브랜드를 좋아하고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브랜드 초반엔 WERKSTATT:MÜNCHEN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것에서 영향을 받고 있고, 쇼룸도 그렇고 너무 멋진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주얼리 브랜드와 비주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친절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주얼리 브랜드의 경우, 제품이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이즈 안내가 부족하거나 제품컷이 겨우 하나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디자인과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록 제품에 애착이 클거라고 믿고 있거든요.




WERKSTATT:MÜNCHEN 주얼리









Q6. 도베르만의 패션 취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스타일링을 할때 자주 찾게 되는 아이템이 있나요?




호피를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요…아마 화려해서 인 것 같아요. 평소 옷을 입을 때 취향은 ‘양아치 같을 것’ 입니다. 뭔가 좀 말이 이상하긴 한데, ‘착한 양아치’가 제 추구미입니다…(웃음) 실제로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양아치 캐릭터의 옷이나 핏을 많이 참고 합니다. 그들의 인성은 절대 참고하지 않습니다.




KAPITAL 레오파드 트랙 재킷




Q7. 평소 일상 사진을 보니, 안경을 많이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오늘 착용하신 안경도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가장 아끼는 아이웨어를 소개해주세요.



GROOVER 라는 일본 브랜드의 안경을 좋아합니다. SEDONA라는 모델인데, 안경 힌지쪽에 세공으로 만들어진 피스가 결합되어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협업 제품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분과 협업을 한건지는 모릅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안경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도 있고, 개인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항상 잘 착용하고 있는 안경입니다.



그리고 지금 착용하고 있는 제품은 작년 말에 저에게 주는 선물로 구매했던 Cartier CT0287O 안경입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눈은 좋지만, 거의 매일 착용하고 있습니다. 까르띠에의 안경은 소재도 주얼리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쓰고, 안경을 주얼리 처럼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에, 주얼리 라인과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공유한다는 점이 너무 좋습니다.



Cartier CT0287O 아이웨어를 착용한 허혁진님




Q8. 밴드 ‘쏜애플’, 닭 라멘 맛집으로 유명한 ‘라무라’과의 콜라보를 하는 등, 비주류는 액세서리 브랜드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아무런 제약 없이 콜라보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합니다.




애초에 성격 자체가 뭔가에 얽매이는거나, 끌리지 않는 일을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콜라보도 수익성보다는 멋있을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의 느낌이 오면 실행하는 편이에요. 다음에 협업을 하게 된다면, 향과 관련된 브랜드와 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평소 인센스를 좋아하는 편인데, 비주류의 색을 향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평소에 Le Labo의 브랜드 정신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Q9. 도베르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가슴에 늘 품고 사는 한 마디 - ‘착한 양아치’.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외모 때문에 싸가지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편견을 깨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착하고 심성이 고운데요.




비주류 웹사이트 바로가기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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