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은 넓지만 KiiiKiii는 하나다

Stories: KiiiKiii Styling


Stories: KiiiKiii Styling
세상은 넓지만 KiiiKiii는 하나다






세상은 넓고 걸그룹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뭔가 다르다. 남 눈치 보지 않고 멋대로 달리는 개구쟁이 다섯 소녀, 키키(KiiiKiii)의 독보적인 스타일 탐구.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며


신비롭고 천진하다. 키키의 데뷔곡인 I DO ME의 뮤비를 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상이다. 모처럼 찾아온 걸그룹 풍년의 시기, 이 다섯 소녀는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숨에 내 눈 속에 저장되고 말았다.

연약하고 어리숙한 소녀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주체적인 태도와 미래지향적 마음가짐, 요새 걸그룹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구호다. 하지만 키키는 여기서 플러스, 하나가 더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 다시 말해 정제되지 않은 생생함이다.

키키의 뮤비엔 화려하고 웅장한 세트장도, 여백을 가득 채우는 백댄서도, 비현실적인 특수효과도, 캐릭터에게 특정한 신분을 부여하는 상황 설정도 없다. 화면 속 펼쳐진 푸른 대자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카메라는 그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뿐이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대신 책을 읽고 퍼즐을 맞추며 시간을 보내고, 보도블록으로 빼곡한 거리를 걸으며 어여삐 손질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대신 초원 위의 양 떼와 송아지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자동차나 자전거, 그 흔한 킥보드 대신 말과 카누로 광활한 풍경 속을 유유히 거닌다. 그래서일까. 이들에게선 날 것을 넘어 야생의 느낌까지 풍겨온다. 전설 속 아틀란티스 소녀 혹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문명의 힘이나 기술의 위력이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이 친구들은 도시의 우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존재다.


1.jpg ⓒkiiikiii.kr





내 직감은 늘 맞으니깐


이 유니크한 감성을 극도로 증폭시키는 건 바로 그들의 스타일. 일단 믹스 앤 매치라고 적어보지만 정확히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하나 망설여질 만큼 온갖 요소들로 꽉꽉 들어차있다. 숲 속에 사는 모리걸, 요정 코어, 플라워를 비롯한 각종 패턴, 보헤미안... 게다가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착장까지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다. 현재든 과거든 트렌드 자체를 모두 무시하고 철저히 개개인의 개성에 맞추는 무모함이 오히려 각자의 빛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무기가 되어준다.

브랜드 선택도 과감했다. 위트 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인 영국의 DAMSON MADDER부터 걸리시 열풍의 선두주자인 Simone Rocha, KAPITAL의 패치워크 재킷과 이탈리아 스트릿 브랜드 THE ATTICO까지 브랜드 자체의 무드는 저마다 다르지만 알맞은 아이템을 공들여 셀렉해 키키만의 무드를 탄생시켰다.


2.jpg DAMSON MADDER SS25 ⓒdamsonmadder.com
3.jpg Simone Rocha SS25 ⓒvogue.com
4.jpg KAPITAL SS25 ⓒkapital.jp
5.jpg THE ATTICO ⓒtheattico.com, ⓒkiiikiii.kr, ⓒKiiiKiii 공식 인스타그램


2025년 SS시즌, 여러 컬렉션에서도 키키처럼 독특한 스타일링에 도전하기 좋은 다양한 아이템들이 출현한다. 각종 패턴과 소재, 톡톡 튀는 색감은 기본이며 걸리시와 빈티지까지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작년 한 해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의 지배에 슬슬 싫증이 날 지금, 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룩들이다.


6.jpg Meryll Rogge, GANNI
7.jpg



BODE, La Veste






8.jpg LISA SAYS GAH
9.jpg R13, Ashley Williams
10.jpg HYSTERIC GLAMOUR, adrian cashmere

ⓒadriancashmere.com, ⓒvogue.com, ⓒhystericglamour.jp, ⓒlavestelaveste.com, ⓒlisasaysgah.com





이미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키키의 스타일. 그냥 아무렇게나 입은 것처럼 보여도 모든 순간에 스타일 전문가들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다. 특히 호주 출신의 아트 디렉터 겸 스타일리스트인 제이미 마리 쉽튼(Jamie-Maree Shipton)의 미감은 키키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했다.


11.jpg 범상치 않은 외모의 소유자 제이미 ⓒharpersbazaar
12.jpg 독창성을 제 1 조건으로 꼽는 제이미의 작품들 ⓒjamie-mareeshipton.com, ⓒvogue.com.au


그녀는 스타일링에 있어 항상 이야기를 심으려 노력한다. 로고로 범벅이 된 제품이나 인플루언서의 과대광고에 의지하는 패션계의 최근 행보를 지적하며 사람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VOGUE, 2021년 4월) 또한 상업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창조라는 덕목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스타일리스트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 덧붙인다. 덕분에 작업엔 언제나 예측불허한 상상력이 번뜩인다. 그녀의 작업에 흥미가 있다면 인스타그램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13.jpg ⓒjamie-mareeshipton.com, ⓒlemilemagazine.com


뿐만 아니다. 키키는 인스타그램에서도 그들만의 신선한 감각을 펼쳐냈다. 오픈 초반에는 이것이 과연 걸그룹의 피드가 맞는 건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흔한 멤버 이미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오직 팀 이름만을 강조하는 영상과 사진만이 차례로 업로드되기 시작했고 대중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14.jpg ⓒKiiiKiii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에 참여한 이들의 정체는 이미 독창적인 재주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연필 조각가인 살라바트 피다이(@salavat.fidai)와 일본의 제빵 아티스트 란(@konel_bread), 푸드 디자이너 수아(@suea), 모히칸 헤어 아티스트인 밥(@mohawkamaniabob) 등 전부 인스타 피드만으로 승부한 찐 재능캐였다. 이러한 협업 방식은 이미지로 소통하는 현 시대에 맞춤형 마케팅 그 자체. 모두 아이브와 XG 등 이미 탑 걸그룹들의 비주얼을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해원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빚어낸 성과다.


15.jpg @salavat.fidai, @konel_bread
16.jpg @suea, @mohawkamaniabob




전 세계 어디든지 배송 가능


UNCUT GEM. 키키의 데뷔 앨범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라는 제목을 달고 곧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최근엔 이 원석을 맛있는 잼(JAM)으로 만든다는 엉뚱한 발상의 웹페이지까지 함께 개설되어 팬들의 기다림을 달래주는 중. 뮤비 스틸컷과 멤버들의 손편지, 주니어 네이버 시절 오마주인 옷 입히기 게임까지 소소한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17.jpg 각종 미니 게임들로 심심함을 달래보자 ⓒkiiikiii.kr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페이지에 진입하자마자 생뚱맞은 푸른 초원이 그대들을 맞이할 것이니. 게다가 온라인 스토어 풍의 컨셉을 차용해, 이 잼은 전 세계 어디든 배송이 가능하지만 반품은 절대 불가라는 귀여운 정책까지 고지해 두었다. 이처럼 기발한 생각과 거침없는 실행력, 나아가 아이코닉한 스타일까지 확보한 키키. 이쯤 되면 환불은 커녕 충동구매를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18.jpg 믿기지 않겠지만 키키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이다 ⓒkiiikiii.kr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X 양의 ‘패션쇼 메이크업’ 따라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