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emme Fatale
Trend: Femme Fatale
저스트 텐미닛, 내 것이 되는 시간
팜므파탈(Femme Fatale), 단순히 빼어난 미모나 몸매만으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이름이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무장한 그들의 이야기.
숙명적인, 치명적인, 해로운 그리고 매혹적인. 프랑스어 파탈(Fatale)의 사전적 의미를 나열하자면 이렇다. 여기에 여성을 뜻하는 팜므(Femme)가 더해지면, 우리가 익히 들어온 팜므파탈이 완성되는 것.
하지만 팜므파탈은 단순한 이미지적 개념만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은 외형이나 행동, 치장 따위로 재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짙게 화장을 하고, 섹시한 차림을 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한 사람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을 순 없다. 오히려 그들은 타인의 정처 없는 욕망들 때문에 파란만장한 삶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운명 속 결백한 악녀일지 모른다.
헤롯왕을 굴복시킨 살로메(Salome),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의 어머니 세멜레(Semele), 복수의 화신 메데이아(Medeia), 목숨을 걸고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Judith), 그리고 이집트의 마지막 군주 클레오파트라(Cleopatra). 이들은 팜므파탈의 역사 속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독특한 스토리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재해석되었다.
클림트(Gustav Klimt)의 <유디트> ©en.wikipedia.org
이를 접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기쁨보단 슬픔에 더 공감하고, 희망보단 고통에 더 몰입하는 인간의 본성이 비극 속 강렬한 인생사와 절묘한 맞물림을 이뤄낸 것.
여전히 많은 예술 분야들은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팜므파탈이 지닌 치명적 매력에 목숨을 걸 준비가 된 이들은 아직 차고 넘친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라. 당신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해도 그들 앞에선 가차 없이 휘둘리게 될 테니. 하지만 절대 방심하진 말 것. 자칫하면 그 파란만장한 삶을 영영 갈망하게 될지 모르니까.
“그녀가 획득한 정보는 연합군 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한 것이었다.” 이 충격적인 문장은 매혹적인 여성 스파이의 대명사인 마타하리(Mata Hari)의 마지막 판결문이다. 그녀는 이 재판을 끝으로 처형당했고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국적인 외모, 물랑 루즈(Moulin Rouge)에서 무희로 활동했을 정도의 춤실력, 자신의 신분을 감쪽같이 속일 만큼의 화술까지 갖춘 그녀가 이런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세계 1차 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대상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1931년,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주연한 <마타 하리>라는 영화 속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당시 그레타는 무성에서 유성으로 전환되는 영화의 과도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배우로, 신비한 이미지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레타가 재현한 마타 하리는 형장 속 이슬로 사라져 간 한 여성의 처연한 운명을 다시 깨워냈으며, 많은 대중과 평단은 이 두 여인의 매칭을 최고의 캐스팅으로 인정했다.
30년대 살롱의 무드를 살린 2012년 Dolce & Gabbana FW와 Jean Paul Gaultier의 2011년 SS 컬렉션 속에서 그녀의 치열했던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Jean Paul Gaultier 2011 SS Couture ©vogue.com
그 유명한 <말레나>의 히로인,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그녀의 미모는 어린 시절부터 대단했어서,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 아이는 언제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더욱 강해져야만 한다.”고 부모가 조언했을 정도.
배우를 시작한 이후 외적인 요소로만 집중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독립 영화에도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녀는 50대가 넘어서까지 VOGUE의 커버를 장식할 정도의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한다. 남녀 불문하고 모두가 그녀를 칭송하는 걸 보면 성별을 떠나 그녀만이 가진 독자적인 매력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누구라도 단숨에 매혹시킬 수 있는 말레나 역은 애초부터 그녀를 위해 탄생한 배역이었다. 말레나가 담배를 입에 물자, 주변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불을 붙여주기 위해 몰려드는 장면은 영알못도 한 번쯤은 보았을 희대의 명장면.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여자는 오직 말레나 하나뿐이다.”라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 역시 거역할 수 없는 팜므파탈의 힘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페미닌 하면서도 강인하며, 기품 있고 우아한 면모가 돋보이는 그녀의 스타일에 중독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동년배 배우들 중 가장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구글에 그녀의 이름을 치면 자동으로 세이프 서치가 작동되는… 엄청난 섹스어필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성실한 활동과 훌륭한 연기력으로 뛰어난 스타성과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획득한 진짜 ‘배우’다. <사랑에도 통역이 되나요> 속 천진난만한 캐릭터부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신비로운 소녀, <블랙 위도우>의 강인한 전사, <언더 더 스킨>의 외계인, 그리고 <그녀>에선 AI 목소리 출연 만으로 로마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아버리는 굉장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변화무쌍한 점이 스칼렛만이 보유한 남다른 위력.
하지만 그녀의 팜므파탈적 면모가 가장 돋보인 작품은 단연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영화 <매치 포인트>다. 표면적으로는 해피엔딩이지만, 결코 완벽한 해피라고는 할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이 잘 표현된 수작이다. 여기서 스칼렛은 두 남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매력녀로 등장하지만 결국 타인의 욕망에 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배우 지망생으로 등장한다. 한 눈에 반하게 되고, 좀처럼 잊히질 않고, 눈앞에 나타나면 도무지 가만둘 수 없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캐릭터다. 그녀는 그저 사랑에 진심이었을 뿐이었는데... 역시 운명은 쓸데없이 가혹하기만 하다.
“120년 영화사에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푸른 투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의 식수대 등장신을 기억하는가? 20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은 여전히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남주인공인 핀 역의 에단 호크(Ethan Hawke)가 왜 그리 애타게 그녀를 그리워했는지 충분히 공감될 정도.
기네스의 팜므파탈 적 면모는 영화 <퍼펙트 머더>에서 가장 극적으로 빛난다. 여기서 그녀는 두 남자의 마음을 훔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의 인생을 회복 불가한 상태로 만드는 결정적 인물로 등장한다. 시크한 숏헤어에 오묘한 분위기. 모노톤의 절제된 차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팜므파탈의 고정적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그녀의 맡는 배역들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갑자기 나타나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잡힐 듯 잡히지 않아 간절히 그녀를 갈망하게 만들고, 결국 그녀를 붙잡기 위해 무슨 짓이던 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결백하다. 사랑에 목매달지 않고, 감정을 속이지 않으며, 뚜렷한 자신의 목적을 안고 살아가는 남다른 가치관의 소유자일 뿐.
브래트 피트(Brad Pitt)와 벤 애플렉(Ben Affleck),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Chris Martin)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의 연인이었던 그녀. 항상 할리우드 통신의 중심이었던 그녀가 최근엔 조금 다른 주제로 화제에 올랐다.
2016년에 일어난 스키장 사고 때문에 법정에 출석했던 그녀의 ‘스타일’이 주목받게 된 것. 대체 얼마나 멋지길래 재판 결과 보다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던 걸까? 기품 있는 우아함이 돋보이는 그녀의 ‘법정 패션’을 소개한다.
팜므파탈. 그들은 가시를 지닌 장미에 곧잘 비견된다. 탐스럽게 핀 붉은 꽃잎과 진한 향기에 넋을 잃고 다가가 손을 뻗지만, 손에 쥔 순간 가시에 무참히 찔리고 마는 장미와 인간 사이의 숙명처럼 말이다. 그러니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부디 그 아름다운 꽃을 그대로 놓아두시길.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