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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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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지 개 Jul 18. 2024

너와 나의 영어책 읽기

안녕, 딸아!

마주 일기를 쓰자고 이야기만 해놓고 또 몇 주가 흘러버렸네. 엄마는 왜 이렇게 글 쓰는 게 힘들까? 늘 글을 쓰고 싶고, 또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구나. 


오늘은 엄마와 영어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한국에 들어와서 시작한, 엄마와 영어 책 읽기를 시작한 게 그래도 1~2달은 된 것 같아. 그렇지? 너희의 바람보다는 엄마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이라서 사실 쉽지는 않았지. 책보다는 영상을 더 보고 싶고, 엄마랑 영어 책을 읽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영어책보다는 한글책이 더 읽기도 쉽고 좋은데 말이야. 엄마도 알지. 그 마음. 엄마와 책 읽기를 시작할 때 왜 엄마가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너희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긴 했었지만, 이 글을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엄마의 생각을 들려줄게.


1. 왜 영어 책일까?

너희들은 한국에서 조기 영어교육을 받지 않아서 한국 나이로 2학년이 돼서야 스톡홀름에서 알파벳부터 배웠지. 엄마는 2년의 시간 동안 알파벳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너희들이 아주 대견하단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영어 실력을 한국에서도 잃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야. 언어는 언제든 그 능력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서 영어를 잘하던 사람들도 자주 안 쓰게 되면 홀라당 까먹는 단다. 반대로 잘하지 못했어도 꾸준히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이 축적되어서 나중에는 아주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게 되지. 만약, 영어를 다 까먹어서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사귄 너희 친구들과 제대로 소통을 못하게 되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니? 너희들의 소중한 친구들과의 우정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정말 좋을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 영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효과적일 뿐 아니라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 너희는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책도 좋아하고. 엄마와 책을 소리 내서 읽고 내용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영어 실력을 유지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거야.


2. 작가의 언어를 이해하는 뿌듯함.

요즘은 번역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세계의 훌륭한 작가들의 책을 한국어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대지. 그런데 엄마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이 작가가 쓴 원문을 그대로 내가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언어 공부의 최상위 목표는 그 나라의 문학 작품을 읽고 느끼고, 그 나라 언어로 나의 생각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물론 우리는 훌륭한 번역가가 존재하고 AI가 중간에서 번역을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작가의 언어로 쓰인 책을 그대로 읽는 것은 뭐랄까.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랄까? 언어는 살아 움직이잖아. 너희가 엄마에게 "알겠어요"라고 한마디를 해도 그때의 분위기, 뉘앙스, 너희의 표정 등등이 어우러져서, 그 말이 엄마한테 닿을 때 아주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 작가의 언어 또한 읽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고 글의 분위기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엄마는 그 나라 언어를 완벽히 잘 못해도, 작가가 쓴 언어를 오롯이 느끼고 공감할 때 오는 그 뿌듯함이 참 좋아. 그래서 엄마는 영어권 작가가 쓴 책은 번역서를 보는 것보다, 영어 책 그대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란다. 너희는 영어를 영어로 배웠으니 엄마보다 영어를 이해하고 느끼는데 조금 더 나을 거야. 그러니 한번 해보지 않겠니?


3. 우리의 대화 시간

이것은 참 중요하지. 그렇지? 엄마는 우리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문장에 함께 낄낄거리고 비슷한 추억을 소환하는 순간들이 참 행복해. 책을 읽으면서 이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엄마는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와 같은 '만약에' 상황을 만들어서 이야기하다 보면 책을 읽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일도 허다하지. 그러다가 갑자기 비슷한 상황에서의 서러웠던 일들이 튀어나오고, 삐치다가 미안해했다가 됐다 됐어 흥! 하며 서로 서운해하고... 책 읽다가 이게 무슨 난리인지 하는 일들도 있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들춰보며 우리가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것 같아. 책의 내용에 빗대어 내 마음을 돌아보고 그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는 것. 엄마는 이것이 책 읽기의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아.


자, 어때? 이제 엄마와 영어 책 읽기를 꾸준히 해 볼 의향이 생겨? 잠들기 전 10~15분의 영어책 읽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꽤 잘해오고 있고, 위의 내용처럼 좋은 Benefits이 있잖아. 엄마는 투덜투덜하면서도 잘 따라오고 있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고 이 시간들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도 이어졌으면 좋겠다.(엄마만의 생각인가?ㅎㅎ) 그럼 오늘 밤에는 무슨 책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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