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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lma Dec 27. 2018

모든 사람은 '섬'이다. 하지만 일부는 연결된다.

Epi 14_나 혼자 산다. 싱글이라면 이 영화를

싱글로 지낸지 어느덧 2년차,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싱글라이프를 즐기다보니 지금의 이 생활에 대한 불안함, 실증, 공허함보다는 어쩌면 무한한 안정감을 느낄때도 있다. 문득 내가 걱정이 될 정도로. 


요즘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싱글족들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담은 <나혼자 산다>를 보고 있으면 결혼이나 연애 없이 혼자서 지내는 화려한 삶을 동경하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솔로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표하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어느 조사결과에 의하면 싱글라이프에 대한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7.6점이라고 하니 과거 부모님 세대와 우리의 생각의 간격이 많이 넓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싱글라이프가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생활로 이미 우리 앞에 당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변을 둘러보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시대의 '보통사람'들의 삶인 것이다.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밥을 먹기도, 영화를 보기도, 미술관을 가기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여유와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전적 여유로움 뿐만 아니라 이성 때문에 감정 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와의 '소통'과 '호흡'이 그리워 지인들과의 모임을 가지고 때로는 러닝크루에 참여해 신나게 함께 뛴다. 때론 연애가 그립기도해 소위 말하는 '썸'도 타본다. 그러나 다시 원점이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내가 오롯이 선택한 행동들에 만족감을 느끼고 또 다시 싱글로서의 시간들을 맞이한다.


이러한 가운데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있다. <About a Boy> 연휴동안 문득 '넷플릭스'에서 찾은 영화를 보며 나의 싱글라이프를 되돌아 본다. 무려 16년전 개봉한 영화지만 너무나 공감된다. "모든 사람은 섬이다"라는 말을 믿고 있는 화려한 싱글 '휴 그렌트'의 삶에 어느날 불쑥 한 꼬마아이가 등장했다.


모든 사람이 '섬'이라고 믿는 그에게 어느날 불쑥 나타난 꼬마.


<어바웃 어 보이>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 남성의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 윌 프리먼(휴 그랜트)은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으로 신나게 백수생활을 즐기는 미혼남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왜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남성이다.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아닌, 진지한 관계가 이어진다 싶으면 어느새 뒤돌아 서버리는 그런 남자. 


그러다 그는 '싱글맘'이 어쩌면 그의 연애관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편견일 수 있지만 싱글맘들은 남자에게 적당히 굶주린 그리고 그들에게 따스한 눈길 만으로도 어쩌면 넘어오리라는, 그리고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주인공, 윌 프리먼은 그런 결론에 스스로 '싱글대디'로서 연기를 하며 주변의 싱글맘에게 접근을 한다. 그 가운데 불쑥 나타난 12살짜리 왕따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


다소 소극적이고 외로운 이 아이가 윌 프리먼은 측은함을 느낀다. 마커스를 향한 아빠와 같은 책임감으로 '멋진 남자가 되는 법'을 하나 둘 가르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마커스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되려 자신이 마커스를 통해 점차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일상을 살펴보면 매 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다. 나 처럼. 매 순간을 'Unit'으로 나누어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아주 풍족하게 쟁취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러다가 가끔은 '싱글이 아닌 자'와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는 가족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때로는 주변의 친구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질투심인지 부러움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대립각을 종종 세운다.


그러한 가운데 윌은 "모든 사람이 섬이다"라는 믿음을 조금씩 허물어 갔다. 갑자기 나타난 꼬마 아이가 소파 옆에서 함께 TV를 보고 음식을 먹고 함께 쇼핑을 한다. 혼자만의 행동에서 오는 선택이 아닌 꼬마 아이와의 관계속에서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이 아이에게 'Care'를 하는 것이 아닌 이 꼬마아이, 마커스가 그의 섬에 'Island' 나타나 하나 둘 섬을 꾸려나간다. 


영화의 Ending 부분에 이르면 윌도, 마커스도 둘만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사랑이 될 수 있고 주변의 이웃이 될 수 있다. 어느새 윌의 'Island'에는 예전에 없던 사람들이 모인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 "마음의 문이란건 한 사람에게 열리고 나면 다른 사람도 들락날락 거릴 수 있게 된다"라는 말처럼 마커스라는 꼬마가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고 어느새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마음의 문에 노크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도 똑같다.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예찬할 정도로 지내다가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우리 모두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타인과의 오고가는 말, 호흡 속에서 더욱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더욱 더 삶이 풍요로울 수 있음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가끔은 나의 섬에도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문을 활짝 열어둬야겠다.

싱글라이프를 즐기지만 난 사람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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