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15 _ 찬 바람에 마냥 움츠리지 말 것. 더 반갑게 맞이할 것.
겨울이다. 만물이 움츠려드는 것만 같은 계절.
어린시절 찬 바람이 불 때면 괜스레 싫었다. 찬 바람에 손 발이 꽁꽁얼고, 얼굴도 빨갛게 '촌년병'에 걸린다. 겨울에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면 볼따구가 터실터실 항상 빨갛게 물들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하나 둘 더해감에 따라 겨울에는 침대위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 TV를 본다. 그렇게 TV속 세상을 내게 담을 때 겨울 밖 세상은 놓치고 있었나보다.
찬 바람이 불 때 즈음의 겨울 풍경, 차가운 겨울 바람, 그리고 피어오르는 우리의 숨결. 결코 움추린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돋움을 하는 것이었음을 그 땐 미쳐 모르고 지나쳤나보다.
최근에 방영중인 '남자친구'라는 드라마 대사중에 '바람을 찍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 주인공인 '박보검'이 한 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며 바람을 찍을 수 있다는 그 말. 한 겨울 찬 공기 속에 피어오르는 우리의 숨결. 눈발이 날리는 모습. 바람에 휘청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나뭇가지들의 애처로운 몸짓. 이젠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겨울이라 발견할 수 있는 것들.
한 겨울 우리는 몰랐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몰랐던 너를 알아가게 된다. 조금 더 우리의 이야기에 귀 귀울이게 된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움추릴게 아니라 이제는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흠뻑 느끼고 싶다.
그리고 너의 숨결도 너의 손도 너의 품도 느끼고 싶다. 온기가 전해지는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오늘은 뜨끈뜨끈한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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