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서머싯 몸, 1898)
새로운 시리즈를 차근차근 써내려가 보려 한다. <문학 글귀로 보는 말의 법칙>에서는 문학 글귀와 함께 국어 문법을 살펴보거나 읽기 쉬운 글로 윤색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문법에 대한 내용은 표준국어대사전만을 참고해 확실한 내용만 전달하고, 윤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습득한 의견까지 덧붙일 생각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오류가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오늘 다룰 요소는 형태소(形態素)다. 형태소란 문법적 또는 관계적인 뜻만 나타내는 단어나 단어 성분이다. 자립성 여부에 따라 자립 형태소와 의존 형태소로 나뉘고, 의미의 기능 여부에 따라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로 구분할 수 있다.
다음은 민음사의 ≪인간의 굴레에서≫ 일부다. 한 하숙집에 머무는 영국인 헤이워드와 미국인 위크스의 그리스 문학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다. 다음 장면을 통해 형태소의 종류를 구분해보자.
위크스는 예의바르게 반대 의견을 제시한 다음, 틀린 내용을 수정해 주고, 잘 알려지지 않은 라틴 주석가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더 나아가 어떤 독일의 권위자의 말까지 언급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전문가였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댁은 그리스 문학을 학교 선생처럼 읽겠지요. 전 시인처럼 읽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뜻을 잘 모를 때 더 시적이란 말입니까? 오역이 의미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건 계시종교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우선, mbti F 기질이 다분한 영국인 헤이워드의 대사로 자립 형태소와 의존 형태소를 나눠보자.
자립 형태소: 다른 말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혼자 설 수 있는 형태소.
의존 형태소: 다른 말에 의존하여 쓰이는 형태소. 어간, 어미, 접사, 조사 따위가 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댁은 그리스 문학을 학교 선생처럼 읽겠지요. 전 시인처럼 읽습니다.
자립 형태소: 댁, 그리스, 문학, 학교, 선생, 시인
기억해야 할 의존 형태소
1. 줄: 의존 명사. 앞말과 띄어 쓴다.
2. 그래서: 접속 부사. 앞에 든 사실이 뒤에 오는 말의 까닭이나 조건을 나타낸다.
3. 은: 보조사. 받침 있는 체언이나 부사 등에 붙어 화제, 대조, 강조의 대상을 나타낸다.
4. 을: 목적격 조사. 동작이 미친 직접적 대상을 나타내는 격 조사.
5. 처럼: 부사격 조사.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
이번에는 T인 게 확실한 미국인 위크스의 대사로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를 구분해보자.
실질 형태소(어휘 형태소):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상태를 표시하는 형태소
형식 형태소(문법 형태소): 실질 형태소에 붙어 주로 말과 말 사이의 관계를 표시하는 형태소. 조사, 잡사, 어미가 있다.
그럼, 뜻을 잘 모를 때 더 시적이란 말입니까? 오역이 의미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건 계시종교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질 형태소(어휘 형태소):
그럼(부사), 뜻(명사), 잘(부사), 모르다(동사), 때(명사), 더(부사), 시적(명사), 말(명사),
오역(명사), 의미(명사), 그럴듯하다(형용사), -게 만들다(보조 동사), -어 주다(보조 동사), 것(명사), 계시종교(대명사), 가능하다(형용사), 생각하다(동사)
형식 형태소(문법 형태소):
을(목적격 조사), 모르다 + 관형사형 어미 ㄹ, 이란(보조사), 이다 + -ㅂ니까 종결어미,
이(주격 조사), 를(목적격 조사), 는(보조사), 은(보조사), 에서(부사격 조사), 만(보조사), 고(인용격 조사), -았- (-였-)+ -다, 만(조사)
이번에는 두 인물의 대화 직전 글귀를 보기 좋은 글로 윤색해보자. 윤문은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빼는' 작업이다. 문장 부호도, 곁들인 말도 최대한 줄이되 의미는 퇴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문학 작품에서는 문장 부호 중 쉼표가 정말 호흡을 쉬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이외의 글에서는 쉼표를 과감하게 삭제해도 좋다.
위크스는 예의바르게 반대 의견을 제시한 다음, 틀린 내용을 수정해 주고, 잘 알려지지 않은 라틴 주석가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더 나아가 어떤 독일의 권위자의 말까지 언급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전문가였다.
롯데 뮤지엄에서 지난 주말까지 진행한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를 끝물이 돼서야 관람했다. 브랜드로 성공한 그가 "하고 싶은 거 다 한"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며, 그리고 비속어까지 섞어 설명하는 도슨트를 들으며... 예술이란 무엇인가 실소하고, 최근 읽고 있던 인간의 굴레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오늘 살펴본 문장들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날만큼은 석촌호수를 두르고 있는 꽃을 피우기 직전의 벚꽃 봉우리들과 행복에 겨운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예술다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