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우 선생님의 ≪한국 신화의 해명≫ - 국문학 논문
이 책은 제주도 굿의 대표적 의례인 초감제의 무가 《베포도업침》과 《천지왕본풀이》로 우리 신화에 대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그리고 《베포도업침》과 《천지왕본풀이》 사이 비교분석을 시작으로 다른 신화와의 유사성을 살펴보고, 신화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보는 시야의 폭을 넓힌다.
1장에서는 《베포도업침》과 《천지왕본풀이》로 현실에서의 형제관을 떠올렸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로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쭉 밖에 살아온 나라는 사람이 부모님께 굉장히 독립적이었던 만큼, 우리 부모님과 동생은 서로에게 꽤나 의존적이다. 아주 꼭 맞지는 않지만 여기에서 대왕별과 소왕별을 본다. 우리는 각자 본질로부터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이게 싸움이 될 수도 있겠고, 그 인물이기 때문에 지정된 걸 수도 있겠다. 내가 나의 자리에서 부모님께서 보시고 뿌듯하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 잘 살고 있고, 동생은 동생의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이때, 대별왕과 소별왕 이야기로 성경의 에서와 야곱 이야기까지 비쳐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반부에 성서 이야기도 등장하더라. 에서와 야곱은 쌍둥이지만 에서가 태에서 먼저 나왔기 때문에 장자권이 있다. 거기에 그에 할당하는 장자의 축복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 이삭이 쇠하여 장자에게 축복을 하려 할 때 야곱이 에서로 분장하고 에서 흉내를 내어 축복을 빼앗아간다.
《베포도업침》, 《천지왕본풀이》가 에서 야곱 이야기와 다른 점은 아비가 신이라는 점(이삭은 늙어 눈이 먼 약한 인간), 그리고 형인 에서가 정말로 관용적이거나 선한 쪽이라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지 깨닫지 못하고 축복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래서 말 그대로 '뒤늦은 후회'를 했다는 것인 듯하다.
이처럼, 무속신화는 다른 신화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2장에서는 《성인노리푸념》, 다섯 가지 일반신본풀이와 《유정승따님애기》 이야기를 정리했다.
《성인노리푸념》은
마을태자선비와 부인 → 주재문장(+서장아기) → 삼형제
이렇게 이어지는 3대기에 걸친 이야기이다.
가. 어렵게 얻은 자식이
나. 중이 되고
다. 뒤돌아본 며느리는 바위가 된다.
라. 삼형제는
바. 총에 맞고 죽은 부처가 된다.
가, 나, 다 화소와 라, 바 화소가 유사하게, 평행하게 이어진다.
다. 뒤돌아보 며느리가 바위가 되어 꽃전놀이의 대상이 되는 것과 바. 총에 맞은 삼형제 부처가 조선 8도 암자에 모셔진다는 것은 죽은 인물이 신앙의 대상으로 좌정된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왜 '죽었다는 것'을 강조하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그리고 '신앙의 대상이 되기 위해 여러 신화에서 죽고 다시 사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풍요 제의의 뿌리에 죽음이라는 관념이 있음을 제시'했다.
이제 《유정승따님애기》를 알아보기에 앞서
다섯 가지 일반신본풀이에 대해 먼저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초공본풀이 (《유정승따님애기》가 이어지는 본풀이)
삼천선비가 노가단품 아기씨와 삼형제에게 악을 행한다.
이유: 부유하고 신분 높은 양반들의 시기심.
이는 계급 차원의 사회적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해소: 삼형제의 종교적인 승화로 악에서 자유로워진다.
2. 이공본풀이
제인장자가 월강아미와 한락궁이에게 악을 행한다.
이유: 개인적인 탐욕이 강조된다.
악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해소: 웃음꽃으로 웃기고 멜망꽃으로 죽인다. 강렬한 복수.
불가능한 해소를 뜻한다.
3. 차사본풀이
과양셍이각시가 버무와 아들 삼형제에게 악을 행한다.
이유: 여성의 탐욕과 악을 나타낸다. 자신의 아이들만 사랑하는 본능뿐인 애정과 이기심 때문.
해소: 복수를 위해 원수의 아이로 태어나 장성한 후 바로 죽는다.
재판으로 염라대왕까지 데려와야만 악인을 이해시킬 수 있다.
이 또한 불가능한 해소를 뜻한다.
여기에서 '불가능한 해소'는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그 당시 사회의 간극'을 말한다.
4. 세경본풀이
정수남이 자청비에게 악을 행한다.
이유: 남성 악인의 일반적인 본능(;;;)
해소: 자기 방어 차원에서 바로 살해한다.
하지만 다시 살려낸다... 아무리 악에 대처하려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 또한 불가능한 해소라고 볼 수도 있겠다.
5. 문전본풀이
노일저대구일이딸이 남선비에게 악을 행한다.
이유: 해당 여성 인물의 선천적 성품이 이유일 거라고 추측.
해소: 막내아들 녹리생만 어리석지 아니하여 복수한다.
악인은 더럽지만 '꼭 필요한' '변소'에 대치된다.
드디어 《유정승따님애기》를 살펴보면
《초공본풀이》에서 삼천선비가 노가단품 아기씨와 삼형제에게 악을 행하고 삼형제는 종교적인 승화로 악에서 자유로워지는데, 이 해소 방식, 즉 복수로 인해 유정승따님애기는 고통을 당한다.
저자는 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된 상황이 정당한지 의문을 제시한다. 그리고 심방(무당)의 유래를 말하는 거라는 의견도 나타낸다. 《유정승따님애기》가 아주 특징적인 이유는 제주도 서사무가가 개인적 복수를 벗어나지 못한 것에 반해, '자비'를 나타내는 독립적인 서사를 보여주었고 복수의 단계를 넘어서고자 하여 종교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고차원적인 '무속'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서울지역 무가 《바리공주》의 특징을 보고 발제를 고심해보았다.
저자는 네 층위로, 그리고 신과 인간, 토착종교와 외래종교 사이 대립 및 매개로 바리공주를 표현한다. 이 다채로운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보통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신으로서 성취를 이루는 신화, 즉 영웅서사시에 중세적 윤리 특징 2가지를 더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특징을 시대에 맞게 켜켜이 쌓아올린 작품이라는 점이 아주 특색 있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신으로서 성취를 이루는 신화'에 더할 수 있는 '현대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새의 사람들은 비대면에는 강하지만 유기적으로 살아가기엔 어려움을 느낀다고들 한다. 이를 초월적으로 표현하면 '자립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화적인 요소는 줄어들겠지만 조금 더 강인한 현대 여성으로서의 바리데기가 등장하게 되면 어떨까 싶다. 현대에는 석가세존도 수궁용궁 부인도 없다는 걸 누구나 인정한다. 요새의 바리데기라면 신적인 존재에 대한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 없이 버림받은 그 자리에서 당차게 살아내리라고 기대한다.
4장 신화와 설화, 5장 신화의 재구성에서는 연결되는 우리나라 설화들과 현대 문학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이 책은 세 가지 정도 특징적인 부분이 있었다.
첫째, 구성적인 측면이다. 우리 신화에 관한, 특히 제주도를 기반으로 하는 신화에 관한 대부분의 논문을 한데 엮어 놓은 리뷰논문 형식의 학술서이다.
둘째, 각 절은 서문 → 본론 → 결론을 꼭지 삼아 서술되며 관련된 수많은 논문들이 각주로 달려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처음 펼쳤을 때는 어려울 거라는 두려움이 컸는데, 오히려 하나만 두면 복잡하고도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논문들을 함께 모아 아주 쉽게 풀이해주고 있어서 잘 읽히고 흐름의 논리도 쉽게 납득이 되었다.
셋째, 군데군데 서양의 신화와 비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신화를 깊게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쉽게 알려주기 위해 서양의 가지각색의 신화를 비교한다. 이는 두 번째 특징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신화 외의 것과 우리 신화를 비교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나의 예전 단상이 접하는 한 지점도 만날 수 있었다.
연결되는 다른 작품으로 신화 전설 민담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장 상위에 랭크되는, 신화 전설 민담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천명관 선생님의 《고래》와 문채원 주연의 드라마화까지 된 돌배 작가님의 웹툰 《계룡선녀전》도 소개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