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패러독스, 모순과 역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1942)≫ 2회독.

by 젊은최양

≪시지프 신화≫는 카뮈가 20대에 쓴 맑고도 투박한 젊은 시론이다.

철학의 역사, 우리 신화를 증명할 때, 심지어는 생물학, 지구과학, 천체물리학에서 인류와 우주를 설명할 때조차 패러독스를 만난다. 이 젊은 창조자는 이 세계와 인간의 역할에서 철학적 역설을 맞이한다.

모순적인 인생에서 그대로 있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죽어야만 하는가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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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인간이 추론의 끝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윤리적 규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인간적 숨결이다.

현대지성의 《시지프 신화》 p.111



우리는 평범한 엽색가인 돈 후안의 통속적 상징성을 떠올릴 때 비로소 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는 평범한 유혹자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신이 유혹자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뿐인데, 이로 인해 그는 부조리 인간이 된다.

같은 책,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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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보다 연극을 선호할 정도로 몰상식한 정신은 구원의 기회를 잃는 셈이다.

같은 책,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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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을 이렇게 중시하는 것은 오늘날 개인이 너무나 하찮은 존재, 모욕당한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승리할 대의가 없음을 알기에 나는 패배할 대의를 자원해서 선택했다.

같은 책,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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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자주 함께 회자되는 실존주의자 사르트르와 자신의 결을 달리 했고,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철학관을 일구어갔다는 것이다. 특히나 실존철학자들을 신의 세계로 비약한 회피쟁이로 만든 부분이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후설에도 결국 추상적으로 다신교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회피하고 모순을 제시한다.


키르케고르는 그의 신 속으로 빠져 들었고, 파르메니데스는 사유를 '유일자' 속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후설은 여기서 사유를 추상적 다신교 속으로 던져 넣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환각과 허구조차 '초시간적 본질'의 일부를 이룬다. 이 새로운 관념의 세계에서는, 반인반마의 괴물 켄타우로스의 범주가 지하철 승객이라는 훨씬 더 평범한 범주와 협력한다.

같은 책,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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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상을 배경으로, 내가 최근 찬찬히 읽고 있는(다소 지루하게) 도스토옙스키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카프카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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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론적으로 신벌에 압살되지 않으며 오히려 신에 대한 반항을 통해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행복한 시지프'를 만나도록 한다.


불과 어제 우주와 생물학에 대한 고찰을 하던 도중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역학을 떠올리며 이 세계의 발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지인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을 이루는 핵자인 양성자, 중성자가 모여 있고, 전자는 핵 주변에 분포하며 이 전자의 분포를 나타내는 전자구름이 위치해있다. 딱딱한 이 세계의 모든 물질들이 아주아주 작고도 단단하지 않은 것들, 하지만 반발력이 있는 것들로 인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사실은 아니다. 이 아주 작은 것조차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 시초다. 이러한 과학 자체에서 모순점을 느꼈다.

결국은 자신만의 가치는 옹호하려드는 쏟아지는 철학들 사이에서 모순점을 느꼈다. 뮈토스 속 악의 근원이 결국 누군가, 개인 혹은 전체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데에서 모순점을 느꼈다.



부조리 인간이 자기 인생으로 돌아가는 미묘한 순간에, 시지프는 자기 바위를 향해 돌아가면서 일련의 행동을 무심히 응시하는데, 그 일련의 행동은 그가 창조하고 그의 기억 아래 통합되고 머잖아 그의 죽음에 의해 봉인될 그의 운명을 이룬다.

같은 책, p.137


하! 이토록 사는 기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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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619_204354862_05.jpg 역자 해설까지 겁나게 다정하다. 유기환 번역가 팬 하기로 맘먹음.


이미 여러 판본이 나와 있는 도서인 만큼 현대지성 신간만의 특장점을 살짝쿵 말해보자면

첫째, 감히 초월번역이라 말하고 싶다. 한국인이 읽기 쉬운 어순으로 수정된 부분도 많이 보였다.

번역가 선생님께서 애를 쓰셨을 것 같다.

누군가는 너무 쉽게 바꾸어 썼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지프 신화≫ 첫 회독은 현대지성을 강추한다. 이거 읽고 다른 번역본 읽으면 아주 수월할 것 보장해드림.

둘째, 판형과 자간 행간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편집자로 일한 지 4년 차지만, 매만지는 글의 종류가 한정적이어서 다양한 자간 행간을 만들어보지는 못했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많이 들었으나 이처럼 직접적으로 와닿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셋째, 명화가 글과 함께 한다.

판형과 콘셉트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니 ≪시지프 신화≫만 그런 것은 아니고,

이 시리즈는 모두 사진이나 그림으로 시각 자료를 넣은 듯하다.

삽화 기획 정말 누가 했는가. 고야와 뭉크와 카뮈라니. 심장이 남아나질 않았다.


2회독 넘무 좋았다... 주위에도 매우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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