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허니문 #DAY2 #루체른

하루를 3일처럼(1)

by 젊은최양

루체른에서는 다들 리기산에 들른다는데 우리는 루체른이라는 동네를 샅샅이 보고 싶어서 하루를 통으로 도시에 남아 있기로 했다. 둘 다 전형적인 여행보다 현지인과 더불어 동네를 누리는, 그런 여행을 좋아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전날 와인 한 잔을 걸치고는 4~5시 정도에 잠에 들었기 때문에 아주 일찍 잠에서 깼다. 이른 시간부터의 외출은 하루를 3일처럼 지낼 수 있게 한다. 숙소 비용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얼른 내려가서 오트밀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했다.



스스로를 소문자 j 인간이라고 칭하는데(I와 상성이 좋은 소문자 e 인간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인생의 여러 카테고리 중 단 하나 '직무적'인 부분에서 강력 대문자 J이나 여기서 힘을 다 빼서 그런지 다른 부분에서 똘망하게 살지를 못하기 때문. 특히나 '여가'에 관해서는 노는 데에까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 여행에 갈 때에도 1일 1퀘스트만을 계획해놓는다. 그런 점에서 나름 무계획한 인간인 것 같으나 여전히 검사에서 j가 나오는 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에서도 1일 1퀘 못 지키면 매우매우 못 견뎌한다. 흑.


말이 길었다. 어쨌든. 둘째 날 1일 1퀘는 '카펠교(Chapel Bridge)'였다.

카펠교는 1333년에 건설된 유럽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목조 다리이다. 지붕 안쪽 삼각형 모양의 들보마다 스위스의 중요한 역사들을 그린 판화들이 걸려 있다. 270m로 지어졌으나 1993년 화재로 현재는 204m이고, 이때 지붕에 있는 판화들도 많이 연소되어 지금은 교체된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21박의 시간 중 유럽의 시장을 하루는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건만 그 행운이 이리 빨리 올 줄이야. 루체른은 일요일마다 주말 시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그것도 카펠교 옆에서!



장보기에 앞서 카펠교 구경하기. 먼저 안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중.



삼각형 모양 들보마다 그려져 있는 판화들.



그리고 멀~리까지 가서, 밖에서.



필카가 취미가 된 지는 한참이라,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폰카로 보는 것보다 날이 훨씬 흐렸기 때문에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위와 동일하게 안과 밖.

DAY 2 필카 1


DAY 2 필카 2



우산을 쓰고 현지 사람들과 어울려 장을 보았다. 이때는 몰랐지. 카펠교에 관광객이 얼마나 가득 찰 지를. 오전 일찍 동네 사람들끼리 장 보는 작은 장터를 구경하러 나왔다가 카펠교까지 둘이서 점령해버린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던 것. 신의 한 수! 낮에 다시 나오니 사람으로 다리가 아주 붐볐다.



팔고 있는 물품들을 식사 빵, 햄, 치즈, 과채, 꽃으로 크게 새로울 건 없었는데 인기 있는 집에는 줄이 늘어서 있고 파리 날리는 곳에서는 주인이 본인의 빵을 쓸쓸하게 뜯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시장 구경하다가 마주친 뢰벤브루넨(Löwenbrunnen) 사자 조각상 분수대.

곳곳에 중세 스멜이 물씬~ 게임 맵에 들어와 있는 기분.....



중간 정도 인기 있는 곳에 프레첼이 투박하게 걸려 있길래 눈길이 갔다. 아주머니 여럿이 함께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영어를 못 하시는지 곤란해하며 여럿이서 한 명을 우리에게 막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분도 영어가 안 되시는지 어찌어찌 어렵게 소통해서 다양한 프레첼 중 하나를 추천받았다.



평소 양보다 끼니마다 너무 잘 챙겨 먹어서 그런지 출출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과일 정도만 하나 더 사서 가기로 했다. 한식 땡긴 적 한 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둘째 날부터 배부른 게 아니라 걍 속이 안 좋았던 것 같기도;;ㅎㅎㅎ과일 가게를 전부 둘러보고 1프랑씩 저렴한 곳에서 라즈베리를 샀다.



엄청 큰 포도알들이 있길래 넘 궁금해서 포도냐고 물어봤더니 플럼이라고 하더라. 전날 창이 공항에서 개 이상한 푸룬 말랭이를 씹다 뱉었기 때문에 아주 보수적이 된 상태라 괜한 도전은 하지는 않았다.



빵과 과일을 들고 들어가는 길에도 길가와 건물과 골목이 모두 참 예뻐서 한 발자국마다 한 장씩 찍은 것 같다.



신나게 숙소에 들어가 호박 씨앗이 잔뜩 붙어 있는 프레첼에 전날 사다 놓은 요거트에 라즈베리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시어서 요거트에 라즈베리를 넣고 다크 초콜릿까지 뿌셔서 넣어 함께 먹었다. 이런저런 조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특이하다. 우리가 쌀밥에 이런저런 반찬을 먹는 것과 비슷한 걸까.



이렇게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는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났더니 웬걸. 볕이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루체른과 맑은 루체른을 하루에 경험하다니 오히려 좋아!



1일 1퀘를 아주 이른 아침 일찍 뿌셨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돌았다. 신랑몬이 뭐 더 하고 싶은 건 없느냐고 묻기에, 백조를 외쳤다. 백조! 구글맵을 보니 꽤 걸으면 공원에 갈 수 있었다. 한국인 후기 전혀 안 보고 걍 맵만 보고 로이스강을 따라서 들입다 걸으러 나갔다.

요것은 숙소 근처에 있던 프리치 분수(Fritschibrunnen).



날이 개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가니 나무 다리도 다시 건너보고 싶었다. 카펠교로 먼저 오도도도.

이때 알게 됐지. 우리가 아까 정말 누렸던 거구나. 여기 관광지구나. 다리에는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사진 찍기도 어려웠고 다리 근처에는 파라솔과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다. 너무 박작박작했지만 또 다른 바글바글한 재미가 있었다.



필름 카메라도 훨씬 잘 찍혔다.

DAY 2 필카 3
DAY 2 필카 4
DAY 2 필카 5



강가로 가니 슬슬 오리와 백조가 보이기 시작.



나는 백조에 미쳐 돌기 시작. 백조가 이렇게 비둘기마냥 가까이에 있다니!! 백조 진짜 엄청 크다!!



머리를 박고 물 속에 있는 무언가를 자꾸 먹으려 했는데, 물 밖으로 머리를 들 때마다 흥! 하고 코를 풀었다. 대박!!



가는 길에는 밤나무가 많았다. 우리나라 은행나무만큼 밤나무가 많다. 바닥에는 밤이 엄청 떨어져 있다.



또 백조. 이번엔 필름 컷.

DAY 2 필카 6



한참을 걸었더니 예쁜 공원에 도착했다.

관광지에 그렇게 미어터지던 사람들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아 아주 푸르고 고요했다.



여기서도 필름 카메라 촬영 찰칵찰칵. 심사숙고. 열심열심. 그리고 결과물들까지.

DAY 2 필카 7
DAY 2 필카 8



놀랍게도, 아침 일찍 3분 거리 시장 구경, 다시 잠, 다시 3분 거리 다리 구경, 좀 멀리까지 놀면서 걸어가기, 공원에서 촬영하고 잡담하며 쉬기.까지 한낮에 끝이 났다. 공원까지 꽤 걷긴 했지만 다른 여행자에 비해 하루 행동반경이 확연히 좁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많지만 정말 숙소 근처만 돌아댕긴 것...!

여행 뽕까지 맞았겠다 에너지가 남아돌 수밖에 없었다. 숙소 근처에 루체른 구시가지를 보호하던 14세기에 지어진 무제크 성벽(Museggmauer)이 9개의 탑과 함께 모두 남아 있다고 하여 거기까지 보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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