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잉절미 7월 1주차
그늘에 있어도 땀이 뻘뻘 흐르는 무더운 여름입니다. 습하기까지 하니 퇴근 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덥기만 해도 힘든데, 시도 때도 없이 기습하는 폭우 때문에 따가운 햇볕 아래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지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에어컨 틀어놓고 책을 펼쳐놓은 채 방구석에 뒹굴뒹굴하며 게 최고의 행복인 요즘입니다.
다행히 이번 잉절미 모임은 열대야가 오기 전이었습니다. 조금은 선선해진 저녁에 각자 마음에 담아둔 책을 나눈 시원한 책 이야기, 7월 1주 차 주간 잉절미를 만나 봅시다.
그동안 놓고 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어, 3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형 김대식, 그리고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로 유명한 법학자인 동생 김두식. 언뜻 보기에는 과학발전을 위한 경쟁을 중요시하는 물리학자 형과 인권을 외치는 법학자 동생이 대척점에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형제가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미국 종속적' 한국 대학, '장인'이 아닌 '장원급제' DNA만 찾는 한국 교수 사회에 날 선 비판은 자사고 및 외고 폐지론이 불타오르는 지금 봐도 유효하다. 고등학교 시기, 심지어는 그 이전에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은 대학 시절까지도 '공부를 통한 입신양명'을 놓지 못했던 나에 대한 뼈저린 회개로 지금까지도 다가온다.
이제 더는 지식이 나를 출세시키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진정한 '인생 공부'는 이제부터일 테니 말이다.
오늘은 읽은 책보다도 잉절미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게 잉절미는 한 번 모임에 5명~10명 사이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시작할 시간이 되어도 책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지난 1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합니다. 회사에서 바빴다. 어디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에 본 어떤 영화가 재밌더라 등등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곤 누군가가 첫 번째로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 그 역할은 회원 중 부꾸미가 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이야기할지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지는 자유입니다. 소개하는 사람은 줄거리를 통해서, 감상을 통해서, 질문을 통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외 회원들은 그때 그때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그 책을 자신이 읽으면 어떻게 느낄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책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 최근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로 확장되곤 합니다. 저번 주에 행했던 도장깨기와 같은 이벤트가 있고 나면 같이 하나의 책을 읽기도 합니다. 하나의 책을 읽을 때는 각자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2시간을 진행하기로 하고 시작하지만 보통은 10분~20분 정도 초과하게 됩니다. 그래도 모임을 시작한 지 2시간이 딱 지나고 나면 누구나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모임에서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낍니다. 책 이야기를 이렇게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꽤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로 모임에 나오고 누군가는 모임을 잠깐 쉬기도 하지만 언제나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한 켠의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