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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May 20. 2024

신록에 물들다.

5월의 찬가

5월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아! 눈부신 아침이다. 마당으로 나갔다. 감나무 연둣빛 새순들이 반짝이는 은빛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구름 없는 하늘은 맑고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 없다. 그야말로 5월의 신록은 키재기하듯 짙어가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예찬을 했다. 

  

  얹그제 그리운 고향 벗들이 오랜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화담숲에서 의성군 사곡중학교 4회 동기들의 봄맞이 야유회가 있었다. 참여인원은 의성, 대구 등 경상도권, 서울 및 수도권 등 총 37명이다. 점심 장소는 경기도 광주 도척면에 있는 H식당이다. 수도권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대구쪽에서 오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반가운 친구들 생각에 설렘이 가득하다. 


  일찍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대구역과 칠곡IC 그리고 의성공설운동장을 거치면서 친구들을 싣고 북으로 북으로 달려 오게 된다. 만남의 시간이 다가왔다.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듯 반갑게 악수와 포옹으로 기쁨의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배꼽빠지는 소리가 낭자하다. 모두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비록 짧지만 즐거운 식사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의 목적지인 화담숲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화담숲의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의미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 공간을 지향한다. ‘생태수목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는 형태로 조성되었다. 계곡과 산기슭을 따라 이끼원, 탐매원, 자작나무숲, 양치식물원, 암석ㆍ하경정원, 소나무 정원, 색채원 등 특색을 갖춰 다양한 테마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사가 낮은 데크길의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천천히 걸으며 숲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구간을 순환하는 친환경 모노레일은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아이들이 편안하게 숲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 자연과 사람이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된 친환경 생태수목원이다. 


  우리 숲의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였고, 자연을 사랑하는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꾸몄다. 화담숲은 쾌적하고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시간대별 입장 정원에 따른 100%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아이도 함께 관람할 있는 모노레일 탑또한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보다 편리한 관람이 가능하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품에 안긴다. 

  정문에서 사전 인원점검을 했다. 약간의 기다림이 있었지만 별탈없이 전원 입장했다. 마치 눈이 열리는 기분이다. '천년화담송'이 마치 넓은 팔을 벌려 큰 손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듯 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화담송 앞에 모두 포즈를 취했다. 일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냐하면 즉석 사진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내 근무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바쁜 가운데서도 세심한 배려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조금 올라가니 나들이 첫코스인 자연생태관이 우리를 맞이한다. 여기는 우리의 산하에서 사라져가는 토종민물고기, 곤충 등을 전시한 정원이다. 우리가 지켜야하는 생물자원의 소중함을 알리고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시절 물장구치며 놀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여름방학이 되면 영락없이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을 했었다.  


  신록을 만끽하기 위해 화담숲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맑고 밝다. 계곡과 산기슭의 바람결에 흔들이는 초록 잎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봄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만개한 꽃들이 반기고 있다. 푸르름이 짙어가는 형형색색의 자연미는 단연 오월의 얼굴이라 할 만하였다.


  친구들과 손잡고 나란히 걸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때로는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도 하였다. 마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사람과 사람사이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5월의 숲은 서로 사랑스러운듯 부끄러움도 없이 얼굴을 마구마구 비비고 있다. 숲속에서 신비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어 너무 좋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만큼 사랑도 깊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록에 물든 날 살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어느덧 인생 2막의 60줄이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우리는 지금 밝고 맑은 5월을 향유하고 있다. 이제 연한 초록은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준비로 점점 우거질 것이다. 


   숲 속을 거닐며 추억담과 밀린 이야기로 돌탑처럼 우정을 쌓아갔다. 어느덧 각 테마원이 조화롭게 수놓은 아름다운 숲에 젖다보니 하산길이다. '번지없는 주막'에서는 코를 간지럽히는 냄새를 풍기며 나그네의 옷깃을 잡는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참기 힘든 유혹을 뿌리치듯 뒤도 안돌아 보고 빠져 나왔다.    


5월처럼 행복하면 참 좋겠다.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숲의 비밀을 발견한 듯 뿌듯함으로 화담숲 관람을 마쳤다. 즐거움을 주고받은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우리는 잘 안다. 주차장 넓은 공터에 자리를 깔고 둥글게 앉았다. 동기회 회장님 이하 임원진들이 준비한 최고의 먹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풍에 결코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김밥, 정구지전, 떡, 수박, 음료 등 꼼꼼한 준비성에 남다름 엿보인다. 이것저것 알뜰살뜰 챙겨주는 따스한 마음도 너무 고맙다. 맛도 정도 으뜸이라는데 이견은 절대 없을 터이다.


  세월은 흘러도 어릴 적 기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놀리면 즐거움이 다가올 것이다. 세월은 유수같이 빠르지만 고이 간직한 추억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몸 따로 생각 따로 되기 전에 소중한 친구들을 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무를 등지고 서는 것과는 달리 친구들과 등지는 일을 없으면 좋겠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헤어지기 섭섭하여 단체 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기쁨으로 만나던 그 모습처럼 진한 악수와 포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을 기약하며 대구행 버스가 버스가 서서히 움직였다. 남은 우리들은 양쪽으로 갈라섰다. 두 팔을 크게 흔들며 뜨겁게 환송했다. "잘가..., 다음에 보자." 


    사랑하는 벗님들아!

  덕분에 선물같은 날이었다. 참으로 고맙다.

  도란도란 정다운 이야기와 꾸밈없는 웃음소리가 귀에 쟁쟁하구나.

  오늘처럼 웃자. 기뻐하자. 그리고 행복하자. 

    

  5월처럼 싱그럽고, 사랑스럽고, 순결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고 행복한 자신을 위해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의 끝에 친절과 용기를 꼭 걸어 두자. 신록이 주는 참 기쁨과 아름다움은 비길 데 없다. 아무 대가없이 눈과 머리를 씻겨 주고, 끝끝내 가슴까지 씻겨 준다. 이런 유익한 신록을 어찌 예찬하지 않으리. 


 

#공감 에세이 #5월 #숲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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