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다이어트'...가장 먼저 거리 둔 이들의 특징

더하지 않고 덜어내며 완성하는 두 번째 계절

by 이점록

속도를 늦추며, 나를 돌아보다


인생의 계절이 뜨거운 여름과 풍요로운 가을을 지나, 이제는 소리가 낮아지는 초겨울로 향하고 있다. 예순이라는 이름의 길목에 서서 비로소 속도를 늦춘다. 더 달려야 할 이유보다, 잠시 멈춰 서야 할 이유가 많아진 나이다.


돌아보면 나는 늘 나보다 타인의 기대에 먼저 응답하며 살아왔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맡겨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익숙해진 사이,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한 채 방치해 두었다. 그동안 무성해진 마음의 잡초를 바라보며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의 다음 계절은,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가꾸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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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걸작을 빚어내는 시간' ⓒ 이점록


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 2막은 타인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나만의 '걸작'을 완성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작업의 시작은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이었다. 마음의 캔버스를 가리고 있던 관계의 덤불을 걷어내는, 일종의 '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먼저 거리를 두기로 한 이들은 부정적인 기운을 전염시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늘 탈진으로 끝났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타인에 대한 비난, 끝없는 한탄이 대화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해결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어둠을 내려놓을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제는 그들의 한숨 소리에 내 평온을 내어주지 않기로 했다. 마음의 평안은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친밀함을 핑계로 무례함의 선을 넘는 이들이었다. "다 친해서 하는 말"이라는 말 뒤에 숨은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농담이라는 이름으로 던져진 말들이 마음에 쌓일수록,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관계를 견디는 일이 과연 옳은가를 묻게 되었다. 침묵은 미덕이 아니라 방치였다. 이제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와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다.


마지막은 필요할 때만 선의를 찾는 계산적인 관계였다. 평소에는 소식 없다가 필요할 때만 다가오는 사람들. 호의가 반복되자 그것은 감사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그런 관계에 쏟은 시간과 에너지가 정작 소중한 인연을 소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인생 2막, 나라는 '걸작'을 빚어내는 시간


미켈란젤로는 60대에도 <최후의 심판>에 몰두하며,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을 깎고 다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작업은 인생이 나이와 무관하게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자기만의 형상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말해준다. 인생의 후반부는 속도를 늦추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 세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을 두고 매정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늘 참고, 맞추고, 양보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안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느라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쉽게 소진으로 이어지는지를.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람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비워낸 자리에는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사람,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관계를 남기고 싶다.


이 글이 특히 예순을 전후해 인생의 다음 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빈 캔버스 앞에 선다. 이제야 비로소,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색과 질감으로 '인생 2막'이라는 그림을 그려갈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충분히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https://omn.kr/2gqcu


#인새2막 #관계다이어트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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