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독서, 취미가 아니라 '생존 기술'입니다

퇴직 이후에도 나를 지켜주는 가장 조용한 습관

by 이점록

"요즘 책 읽으세요?"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서 이 질문이 자취를 감췄다. 60~70 어르신들께 안부를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비슷하다. "그저 산책하고, 유튜브 좀 보다가, 병원 다니지 뭐." 그 단조로운 일상의 갈래 속에서 '독서'라는 말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귀한 골동품이 되어 가고 있다.

통계는 이 체감을 숫자로 증명한다. 2025년 기준, 우리 나라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약 7권, 하지만 60세 이상에서는 그 수치가 3권으로 뚝 떨어진다(국가데이터처 자료 재구성). 세대 간 독서 격차는 해마다 벼랑처럼 깊어지고 있다. 어쩌면 독서는 이미 '생활 습관'의 영역을 넘어, 의식적으로 회복해야 할 삶의 최소 단위가 된 것인지 모른다.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혹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체념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6070 세대는 지금 다시 책을 손에 들어야 한다. 이들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노후를 지탱하는 가장 우아하고도 단단한 '생존 기술'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세상에서 가장 경제적인 '뇌 트레이닝'이다. 치매 예방을 논할 때 독서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장을 따라 의미를 새기고, 잊혔던 기억을 불러내며, 감정을 연결하는 과정은 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밀도 높은 종합 훈련이다. 비싼 헬스장도, 거창한 장비도 필요 없다. 오직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는 정체성의 닻


독서는 퇴직이라는 거센 파도 뒤에 흔들리는 정체성을 붙잡아 준다. 은퇴 후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서늘하게 고개를 들 때, 책은 당장의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견뎌낼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다.


타인의 삶을 읽으며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비로소 다시 확인한다. "나는 여전히 사고하고, 느끼고, 질문할 수 있는 존재다." 6070에게 독서는 체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자존의 증명이다.


사고의 유연함은 말씨에서 드러난다. 세월이 흐를수록 말은 옹졸해지거나 날이 서기 쉽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문장이라는 필터를 거쳐 생각을 정돈한다. 좋은 문장을 곁에 둔 이는 현실에서도 말을 고르고, 상대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린다. 독서는 말씨를 늙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을 유연하게 펴주어 우리를 진정으로 젊게 만든다.


외로움을 이기는 조용한 동행


노년의 외로움은 소리 없이 깊다. 책이 그 외로움을 단번에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순간, 우리는 수백 년 전의 저자와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를 나눈다. 독서는 고립이 아닌 대화로 바꾸는 가장 정직한 매개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가장 조용한 동행이 바로 책이다.


6070의 독서는 '많이 읽기'도 '끝까지 읽기'도 목표일 필요가 없다. 하루 딱 열 쪽이면 충분하다. 읽다 눈이 무거워지면 그대로 덮어도 괜찮다. 중단해도, 미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나는 오늘도 생각하며 살았다'는 감각, 작지만 단단한 긍지이다.


노후는 흘러가는 시간을 비워내는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깊은 사유로 내면을 채워가는 계절이다. 우리가 다시 책장을 넘겨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더 바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답게 늙어가기 위해서다. 결국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세월의 숫자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나만의 문장이다.


https://omn.kr/2gr8k

#6070 #인생2막 #독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직 후 생긴 가장 뜨거운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