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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Jul 26. 2023

낯선 땅이 아닌 낯선 나였다.(4)

나를 찾다

풍경에 반하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오스트리아의 잘츠카머구트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가이드 K 씨는 아마도 더 즐거운 여행을 위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틀어주는 듯싶다. 몇 번 본 영화였지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잘츠카머쿠트는 알프스 산맥을 따라 만들어진 아름다운 호숫가마다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을 일컫는다. 맑은 호수와 울창한 숲이 우거진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볼프강제 호수'를 관광하기 위해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세계 여행자들에게 손꼽히는 오스트리아 대표 여행지 중의 하나라고 한다. 웅장한 알프스산맥과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만든 투명한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볼프강제 호수 유람선(Wolfgangsee Schifffahrt)을 타려는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유람선은 부부가 운행하는 듯 보였다. 비를 맞으면서도 우리를 일일이 맞이하는 모습에 나는 우산을 잠시 받쳐주기도 했다. 


  드디어 유람선이 출발하자. 볼프강제 호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한국어로 나와 친근함을 더했다. 유람선으로 다가왔다가 점점 멀어지는 잘츠카머쿠트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알프스 절경은 놓치기 힘든 풍경이었다. 여행 중 종종 짧은 대화를 한 부부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여행에 대해 이모저모 이야기하면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통해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물론 여행이 끝나도 좋은 만남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장크트 길겐' 마을은 모차르트 어머니 생가가 있어 유명하여 여행객들이 꼭 둘러보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크림색으로 칠해진 건물 창문에는 모차르트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이 집은 모차르트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였다. 세월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운 풍경이 마을 곳곳에 스며있었다. 

모차르트 어머니 생가

  다음 코스는 알록달록한 케이블카를 타고 '츠뵐퍼호른 산'을 오른다. 케이블카는 최대 8명이 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제일 마지막에 타는데, 낯선 한국인 부부도 함께 탔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분들은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여행 중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내리면서 "행복한 여행이 되세요."라며 인사 후 헤어졌다. 전망대 카페서 잠시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데, 극적인 장면이 발아래 펼쳐진다. 올라올 때는 안개가 자욱해 시야를 가렸다. 그제야 안개가 걷히면서 멀리 알프스와 그림 같은 마을이 '짜잔'하면서 나타났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돌입한다.




모차르트에 의한 영원한 음악 도시  
 

  다음은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도시이자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를 여행한다. 우리 가족은 '호엔잘츠부르크 성' 내부 관광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시내 광장에서 나름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이끌린 듯 다가가니 멋진 악사가 연주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악기다.  'Tsymbaly'라고 한다. 잠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선율에 내 몸을 맡겼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악기 연주가들의 버스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표적인 번화가인 게트라이데 거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차르트가 태어나 17세까지 살았던 생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분주한 모습들이다. 거리 양쪽은 대부분 5~6층 건물이 늘어서 있다. 상점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철제 세공 간판이 이채롭게 걸려 있다.


  미라벨 궁전은 17세기 바로크 스타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물과 많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도레미송'을 불렀던 배경지라 유명한 곳이라고 가이드는 소개하고 있다. 조각상 사이로 난 정원에는 화려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어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이곳에서도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즐기고 있었다.   

미라벨 정원


  어느덧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로 향하는 길이다. 눈부신 석양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뜨거운 한낮을 말없이 지나온 해는 질 때 더 아름답다고 했다. 7박 9일의 동유럽 여행의 마지막 묵을 장소는 독일 다싱의 TRIP INN 호텔이다. 지금까지 여러 호텔을 거쳐 왔는데 객실마다 우리나라 S전자 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도 남다른 제품력과 브랜드 명성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듯이 먼 타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접하니 가슴 뿌듯하다.


마지막 여정 로텐부르크에 서다

  8일 차 아침은 불쑥 찾아온 느낌이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 코스이다. 로맨틱 가도의 꽃 아름다운 중세도시 독일의 로텐부르크 여정이다. 흡사 동화 속 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골목길은 품격을 말하듯 간판과 조각, 장식품들이 하나같이 이질감을 주지 않을뿐더러 자연스럽게 조화를 뽐내고 있었다. 마음이 가고 눈길 머무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상점마다 놓여 있는 꽃장식과 아름답고 특색 있는 간판들이다. 과연 간판인지 장식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아름다운 문양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창, 칼, 청동갑옷 등 중세 무기를 판매하는 선물가게는 로텐부르크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가게 입구에 서 있는 기사 인형은 금방이라도 결투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멋진 포즈를 취하게 했다.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큰 건물은 시청 사다. 16세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인데 비해 높이 60m의 탑이 있는 안쪽 건물은 13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이다. 중세 유럽의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좀 더 만끽하기 위해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조심해서 올라갔다. 탑에 오르면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덧 `중세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로맨틱가도의 꽃인 로텐부르크를 끝으로 사실상 여행이 끝이 났다. 

고풍스러운 로텐부르크 

  

  우리나라는 산업화,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 속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오랫동안 간직한 추억과 함께해 온 마을과 골목길을 보존할 명분과 실리는 진정 없는 것인가. 지역 이기주의, 소수의 목소리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소중한 기억과 경험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과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동유럽 여러 나라들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소중한 옛것을 기리 보존하는 위대한 삶의 지혜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또한 먼 훗날에는 살아있는 역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역사의 흔적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동유럽 여행을 통해, 미래 역사를 위해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귀한 시간이었다.


  독일의 관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 쇼핑은 주방용품점이었다. 집사람은 부엌칼과 냄비를 샀다. 그리고 정말 사고 싶었던 거라며 만족해 한다. 이제 마지막 트렁크를 정리하였다. 수하물 무게를 저울에 재보니 20KG 조금 넘었다. 체크인을 했다. 비행기 좌석 번호는 26B이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3시간 50분 걸렸다. 반대로 귀국행 소요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정도여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했던 7박 9일의 꿈같은 여정,  '낯선 땅이 아닌 낯선 나였다.' 왜냐하면 그 땅은 이미 긴 세월 동안 나 같은 숱한 여행객들을 맞이했으리라. 앞으로도 그렇게 맞이할 것이다. 오히려 낯설지가 않고 익숙하다는 표현이 제격이지 싶다. 다만 낯선 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동유럽 여행은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공감에세이 #동유럽 여행 #역사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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