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걸렸을때 드는 비용 계산
시끌벅적하던 우리집이 조용해 졌다. 간간히 신음소리와 함께 기침소리 뿐이다.
무섭다던 독감이 아이들을 덮치고 엄마를 덮쳤다. 많은 것을 함께 하는 우리가족은 아픔도 예외가 아니다. 독감이 시작되자 어제는 언니, 오늘은 막내... 급기야 엄마까지 옮아 모든 가족이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번 독감은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열이 난다. 해열제를 교차 복용해도 소용없다. 머리에 물수건을 올리고 밤이고 낮이고 열을 내리느라 한숨도 못자는 엄마. 더 무서운 건 밤중에 환청이 들리고 환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수건을 올려놓고 잠깐 잠든 사이 아이는.
“엄마, 엄마, 무서워요. 천정에 귀신이 있어요.”
“엄마, 귀에서 삐 ~~ 소리가 나요.”
나중에는 헛소리를 하고 허공에 손을 뻗으며 뭔가를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침을 대충 먹고 온 가족이 병원에 갔다. 병원은 우리가족 뿐 아니다. 줄이 길게 늘어서서 언제 진료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기다리던 중 막내는 열이 심해 아침 먹은 것을 모조리 토해냈다.
한시간도 넘게 기다리다 겨우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독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 독감검사는 비급여입니다. 한 아이당 3만원이에요.”
이그. 뭐가 그리 비싼고. 할수 없다. 독감 검사를 해야 약을 처방 받을수 있다고 하니.
“네.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한마디씩 하는 걸 잊지 않는다.
“엄마, 독감검사가 왜 이렇게 비싸요? 우리 가족중 한사람만 검사하고 다 독감이라고 하면 안되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어머니, 아이들은 알약 먹을 수 있죠?”
3학년 막내녀석은
“아니요. 저 물약으로 주세요.”
“독감은 타미플루를 처방해야 하는데 주사제로 쓰겠습니다.”
“네.”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또 나왔다.
생각없이 말한게 잘못인지, 의사가 제대로 말해주지 않은게 잘못인지 모르겠다.
“주사는 보험이 안되서 한 아이당 7만원입니다.”
“엥~~.”
아이들이 더 빨리 반응한다.
“엄마,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한 사람당 7만원이면 우리집은 얼마나 드는거야 도대체? 아니 독감검사도 3만원이나 했는데 또 돈이 7만원이면 우리집 거덜나는 거 아니에요?”
당황한 간호사가 정정해 주었다.
“네. 알약은 5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복용해야 하고 주사는 한번이면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처방하신 것 같은데요.”
뭐야? 그럼 주사제가 아닌 약처방이 있다는 말 아닌가?
“그럼. 약처방은 얼마에요?”
간호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합창했다.
“엄마, 우리 약으로 먹을께요.”
뒤에서 지켜보던 아빠가 거든다.
“약으로 먹자. 약으로. 약 먹을수 있지?”
주사 맞는걸 피할수 있어서인가? 돈을 아낄수 있어서인가? 알수 없지만 모두는 “약이요”를 외친다.
진료를 기다리던 다른 환자들은 우리 가족의 이런 풍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끄러움도 모르는 엄마는 돈을 아껴서 다행인 표정, 아이들은 주사를 맞지 않아서 안도하는 표정, 뒤에서 모의에 동참한 아빠는 흐믓한 표정.
우리집에 찾아온 독감은 포기된 돈(?)에 대한 복수인지 며칠이 지나도 떠날 생각이 없다. 아침 녁으로 타미플루 먹어야 하고, 해열제 교차 복용해야 하고, 기침에 콧물약까지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행복해 보인다. 같이 아파서인지 학교를 안가도 돼서 인지모를 행복이 독감과 함께 동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