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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방글베시시 Sep 19. 2015

방글라데시, 내 두번 째 시작

하늘과 땅이 맞닿아 이어지는 곳, 몰로비바잘

덜컹덜컹. 다카에서 에어컨도 없이 창문을 열고 달려야 하는 버스를 6시간을 넘게 타고 달려야 도착하는 곳.

아니다, 버스에서 내려 자그마한 cng를 타고 1시간을 더 들어가야 도착하는 곳.

구불구불 깊게 들어가야지 마주할 수 있는 그 곳에 몰로비바잘, মৌলবীবাজার,이 있다.


어떤 곳이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자연의 향기가 그득한 곳이라고 대답할 거다.

자연의 향기, 긍정적인 의미일까 부정적인 의미일까. 이제 시작한다.

누군가 몰로비바잘에 대해서 물으면 나는 항상 동물 얘기를 먼저 했다. 

혹시나 내가 본 동물 중에 말 안 한 동물이 있을까 여러 번 확인을 할 정도로. 

버팔로, 소, 염소, 개, 고양이, 오리, 거위, 닭.  동물농장이 따로 없다.

네 개의 바퀴달린 네모난 물체들이 거의 없는 거리는 이 녀석들이 차지해버렸다.

        아기 염소 궁디 성애자. 저 엉덩이가 왜 그리 사랑스러운지. 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댈 수 밖에.

길에는 끼그덕끼그덕 지나가는 릭샤와 삑삑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cng가 전부다.

한적하다. 사람도 차도 동물도.

다카와 같은 나라 안에 있는 공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공간. 논이 넓게 펼쳐진 땅과 높은 장애물 하나 없이 동서남북으로 뻥 뚫린 하늘.

덕분에 왼쪽으로는 노을이 지는 맑은 하늘, 오른쪽으로는 번개가 치는 흐린 하늘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밤에는 별과 은하수가 반구 모양의 하늘에 소금처럼 뿌려져 있는 모습도.

그 땅과 하늘이 나무를 사이에 두고 혹은 하나의 선으로 길게 입맞추는 몰로비바잘.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늘이 예술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시골, 그 향기 그대로 진하게 남아있다.


이번엔 다른 느낌의 자연의 향기에 대해서 시작해볼까.

물은 365일 24시간 녹물. 설거지도 녹물 샤워도 녹물. 끝에 정수물로 헹구는 게 전부.

빗물이 가장 깨끗하다고 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번개를 빛 삼아, 천둥을 음악 삼아 옥상에서 샤워를 한다.

하나의 재미라고나 할까.

빨래는? 연못물. 동물도 씻고 사람도 씻고 그릇도 씻고 옷도 씻는 만능 연못물이다. 위생? 모르겠다.

물 뿐 인가. 전기도 쫄래쫄래 도망가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하루에 한 번 꼴로 정전이 되는 건 물론 그 시간마저 길어지고 있다.

(유난히 시간이 규칙적이어서 정전의 이유를 물어봤더니 전기가 부족해서 일부러 끊는 거라고 한다.)

이젠 전기가 나간 것에 놀라기보다 전기가 안 나가는 것에 놀란다.

벌레는 또 어찌 이리 많은지. 내 살면서 가장 많은 벌레를 대면 중이다.

조그마한 하루살이들부터 왕 바퀴벌레, 왕 거미까지.

더위와 벌레는 반비례한다. 더위가 심해지면 벌레가 줄고 더위가 약해지면 벌레가 늘어난다.

자, 당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더위인가 벌레인가.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확실하다.

겁 많고 벌레 무서워하던 내가 이제 어둠 속에 다니고 묵묵히 벌레를 잡고 있다.

전에 누군가 놀러 와서 ‘너네 정말 생존하고 있구나’라는 말을 했었다.

또 시골로 가는 걸 ‘유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말도 100프로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곳 몰로비바잘에서의 삶도 일도 모두 좋다.

문득 문득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를 깨닫는 공간이다.

가만히 멍 떄리고 있다가도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요즘이다.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방글라데시의 두 장소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

<사각형 속의 방글라데시> 시작합니다.

두근두근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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