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가 글이 되는 순간

by 스튜쌤


"생각은 많은데 글이 써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머릿속은 늘 분주했다. 오가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막상 빈 화면 앞에 앉으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있었던 생각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 걸까.


생각은 바람을 닮았다.

불어올 때는 분명히 느껴진다. 시원하고, 선명하고, 살아 있다. 하지만 지나가 버리면 흔적이 없다. 그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얼마나 서늘했는지, 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붙잡으려는 순간, 이미 저 멀리 흘러가 버린다. 퍼즐 조각들은 분명 있었는데, 막상 맞추려 앉으면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바람을 종이 위에 붙잡아 두는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글쓰기에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특별한 사건. 흥미로운 줄거리.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 그런 것들이 있어야만 글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가 이어지는 날에는, 오늘도 쓸 것이 없다며 노트를 닫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글은 거창한 사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전에 마신 커피 한 잔의 온기, 길을 걷다 잠깐 멈춰 서게 했던 나뭇잎 하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던 순간. 그 작고 조용한 것들이 모두 글의 씨앗이었다.

내가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다.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늘 그들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눈을 가진 사람들.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글을 쓴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루를 산다. 같은 아침이 오고, 비슷한 일들이 흘러가고, 같은 밤이 찾아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하루 안에서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그것을 기록한다. 바로 그 멈춤이 글을 만든다.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지나가는 생각을 글로 남기는 순간, 그 바람은 더 이상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읽는 순간 그때의 햇빛이, 그때의 공기가, 그때 가슴 속에 있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글은 시간을 붙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별함은 멀리 있지 않다.

매일 지나치는 그 평범한 하루 안에, 이미 충분히 있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오늘의 하루가 하나의 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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