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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통역사 김윤정 Sep 15. 2021

[5180] 지름길을 알아도 내 길로 가렵니다

꼼수 안녕


#나에게달달한정

#오분이상보라방송

오늘은 한 달 만에 맑은 화요일!  남산으로 달리기하러 갔습니다. 매주 화요일은 남산에서 달리거든요.

요즘은 남산 순환로 왕복 7km에 남산타워까지 다녀오는 언덕길 왕복 3km를 더해 총 10km를 달립니다. 하지만 크루들 중 제일 느린 저는 달리다가 선두 그룹이 돌아오면 같이 돌아서 달리는데, 중간에 턴을 해도 매번 꼴찌입니다.

멤버 중 한 분이 전부터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하셨는데 오늘 지름길을 안내해 주시더군요. 거절을 잘 못해서 지름길로 달렸습니다. 중간에 1.5km를 훌쩍 넘어가더군요. 그럼에도 꼴찌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지름길을 달리고 나서 부끄러웠습니다. 중간에 돌아오더라도  코스 그대로 뛰어야겠다 후회하며 다짐을 했어요. 마라톤은 아니 인생은 내가  길을 한걸음, 더도 덜도 아닌 온전한  걸음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많을 겁니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다 못해 손해 보는 거 가성비 떨어지는 거 잘 못 견디거든요. 쉽고 빠른 길에 대한 유혹은 항상 제 시선을 잡아 끕니다.


얼마 전에 한 지인이 전화를 했는데 속된 말로 ‘가라’ 서류를 만들어줄 주변인을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지인은 별거 아닌 거를 제가 별거인 것처럼 말한다며 다소 불쾌했는지 부탁 안 한 걸로 하자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이 몹시 슬펐습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요.

충분히 좋은 마음과 훌륭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 평소 존경하고 애정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는 그분이 그런 꼼수를 안 하고 좀 늦게 가더라도 온전한 길을 가기를 바랐습니다. 아니 제 삶이 그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 성실을 말해주고 싶었는데 전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평가에 양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저희 아버지는 온전히 살다가 엄마에게 욕을 바가지로 평생 먹고살다 가셨습니다. 욕먹으면 오래 산다더니 그 말도 다 거짓인지 요즘 세상에 아까운 나이에 돌아가셨지요.


오분 이상 보라 방송 청취자인 우리 달밤러들은 한 8분에서 11분 정도 됩니다. 오늘 우연히 유명한 드라마 감독님의 아내분과 대화하다가 제 방송 청취자 수를 묻길래 제가 자랑스레 “8명이요!”했는데 말하고 나니 방송계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분 앞에 참 초라하고 민망한 마음이 순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달리기 하며 스스로 반성을 했어요.


내가 말로는 한 명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건 제 식의 허세라는 걸 알거든요. 그 말은 몇천 명 혹은 몇만 명 구독자 청취자를 단숨에 얻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저에게 주는 위로에 불과했죠.


달리면서 한 분 한 분 떠오르며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그 8명의 달밤러들의 이름도 알고 어디 사는 지도 알고 대략 어떤 삶을 사는지도 알거든요

만나본 사람이 대부분이고 한 달 반을 밤마다 만나거든요.


혜민님 선진님 경아쌤 혜현쌤 수방님 철이님 영은쌤 양쌤과 채채님 그리고 지혜랑 최병룡님

그리고 가끔 들르시는 드보라님 현주쌤

몰래 들으신다는 수정임 홍은영님


이렇게 적고 보니 15분이나 되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이 모든 긴 말은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쑥쓰럽네요^^



#내첫풀 #매화런 #달밤지기 #달밤러 #행복  #찐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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