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지은 아파트에서 2012년부터 12년을 살고 있습니다. 실제 집주인은 아버지와 어머니, 등본이나 초본 서류를 때어보면 세대주는 저로 되어 있지만요.
얼마 전에 한참 재개발을 위한 동의서를 받으러 어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저녁마다 찾아왔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아예 문을 안 열어주다가 나중에는 7살 딸이 실수로 문을 열어서 '저는 집주인이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저희 아버지 연락처를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선도지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동의율이 80%도 안되어서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어린이집 부모 모임에서 역으로 다른 엄마들에게 소문을 들은 안해님이 저에게 재개발 선도지구로 선정되었다고 알려줬습니다.
회사 선배 중에 부동산 쪽으로 지식이 있는 선배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니, 자기 분담금이어느 정도면 감당하고 다른 집에서 전세로 살다가 재개발이 끝나면 다시 입주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그냥 팔고 다른 신축아파트로 이사가라도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만저만해서 저희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재개발 선도지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4억 원 정도의 자기 분담금을 마련해서 재개발 후에 다시 입주하는 방향으로... 아버지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문제는 부모님께서 안 쓰고 안 먹고모으신 돈으로 현재 아파트를 총 3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팔게 되면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저렴하게 부모님도 세금을 덜 내고 저도 실거주할 집을 찾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증여가 최선으로 보였습니다. 신혼 초에 주변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파트값쌀 때 증여받아야 세금 덜 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6억 원 아파트(공시지가 4억 5천)를 신혼부부가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는데 이것저것 공제해서 증여세가 대략 7천만 원 후반정도가 된다는 신문기사를 찾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결혼 12년 차에 자녀가 두 명있어서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약간 더 증여세가 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 직장이나 두 번째 직장에서 계속 버텼으면 사내대출이나 퇴직금을 미리 활용하면 얼추 맞을 거 같다는생각도 들면서... 정 안되면 6분의 1만 선납하고 나머지 증여세를 5년 동안 할부로 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도지구 선정이 다시 번복되거나 정권이 바뀌고 완전히 취소되지 않는 이상, 결혼 후 처음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직장과 안해님의 학교 위치를 고려해서요.
그리고 두 번째 직장에서 왜 재택근무를 주로 하던 국민학교 동창이 월급을 많이 받고 저축을 많이 했는지 약간 이해가 갔습니다. 중소기업을 그냥 증여하려면 세금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으로 회사 주식을 매매해서 절세를 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