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12년 4월 <자동차경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서 발간)에 실린 글 중 전반부이다.
(Ⅰ. 서론,
Ⅱ. 플랫폼의 의미와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1. 플랫폼의 정의/ 2. 플랫폼의 발전/ 3. VW의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Ⅲ. 이카텍처 기반 플랫폼의 효과 및 리스크 /
1.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도입 효과 1) 규모의 경제2) 공장의 표준화3) 제품 개발
2. 부품 공용화의 리스크
Ⅳ. 일본업체의 대응
Ⅴ. 결론 및 시사점
3. VW의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글로벌화가 전개됨에 따라 고객 니즈의 다변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선진국과 신흥국에 차량을 동시 판매해야 했고, 부품의 글로벌 소싱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차량 전체에서 부품의 원가비율이 65%에 달하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단위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VW은‘아키텍 처’와‘모듈화된 툴킷’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차급을 뛰어넘는 부품 공용화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 했다.
여기서‘아키텍처’란‘건축’이란 의미도 있지만‘설계의 기본구상’이란 의미로도 사용된다. VW은 엔 진이 설치되는 기본 구조에 따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종치형(縱置形) 엔진인 경우 MLB, 횡치형(橫置形) 엔진인 경우 MQB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본고에서는 설계 사상적 인 측면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이기에 MLB, MQB를‘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이라 부르겠다.
그리고 VW은‘툴킷’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툴킷은‘도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볼트를 조립하는 렌 치를 예로 들어 툴킷의 개념을 살펴보자.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볼트의 크기는 규격화되어 있다. 이에 적 합한 여러 종류의 소켓을 하나의 라쳇에 연결해서 사용한다. 소켓의 상단부는 인치별로 다양하지만 라 쳇과 연결되는 하단부의 치수는 공통이다. 그러면 컴팩트한 공구함에 다양한 치수의 볼트를 체결할 수 있는 공구들을 담을 수 있다
VW은 이와 같은 툴킷의 개념을 자동차의 주요 부품에 도입했다. 부품을 크게 4개의 관리 영역(섀시 등)으로 나누고 그 아래 30개의 툴킷으로 전개했다. 공통화된 플랫폼을 바탕에 두고 툴킷이라는 표준화 된 부품을 조립하여 하나의 차량을 만드는 방법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툴킷의 조합만으로 차 량을 구성할 수 있기에‘레고형 차량’이라 할 수 있다.
VW은 툴킷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플랫폼의 주요 치수를 고정했고, 또 상이한 차급에 적용되는 부위 는 가변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엔진의 프런트 엑셀과 페달까지의 거리를 고정시켰지만 프런트 오버행은 가변부로 간주하여 차급별로 다른 엔진 크기에 대응했다.
이처럼 제품을 구성하는 여러 치수 중 특정치수는 고정시키고 나머지 치수를 가변시켜 파생제품을 만드는 다른 예를 살펴보자. VW의 6기통 엔진의 경우 보어 수치를 고정하고 스트로크의 길이만을 변화시 켰다. 그러면 실린더 블럭을 공용화해서 설계할 수도 있다. 또 엔진 가공시 동일한 설비로 실린더 가공 을 할 수 있어 제조상의 장점이 있다.
동일한 예를 도요타의 엔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도요타 UZ엔진(1989년 개발)의 보어와 스트 로크는 배기량별로 상이한 치수로 설계되었다. 1999년 도요타는 VW으로부터 부품 공용화를 위해 기술 제휴를 맺어 학습했다. 이후 개발된 UR엔진(2006년 개발)을 보면 VW처럼 보어 수치를 고정하고 스트 로크의 변화를 통하여 다양한 배기량의 엔진을 만들었다. 결국 엔진의 주요 치수를 고정시켜 부품의 공 용화와 제조상의 이득을 동시에 얻으면서 다양한 엔진 배기량에 대응한 것이다.
Ⅲ. 이카텍처 기반 플랫폼의 효과 및 리스크
VW의 차종을 뛰어넘는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은 공용화에 따른 효과 이외에도 글로벌 시장을 확대 전 개하는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여기서는 부품의 공용화에 따른 장점과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 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도입 효과
1) 규모의 경제
VW은 이미 부품 공용화가 가능한 차량을 설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가령 VW의‘골프’와 아우디‘A3’차량은 전체적인 엔진룸의 구조를 일체화시켜 놓았기에 사진처럼 에어필터, 워셔액과 같은 부품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 차급에서의 부품 공용화뿐만 아니라 브랜드별, 모델별, 차급을 초월 한 기본성능 부품별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 영역이 있다.
공용화 수준을 살펴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위해 사용되는 브랜드별 전용부품이 15%, 각 차종 특유 의 부품이 15%를 차지한다. 고객이 직접 개별 차량의 브랜드를 인식하기 위한 부품이기에 전용품으로 설계되는 부분이다. 범용 부품군은 볼트와 나사 등 차량 상품성에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전체 부품의 5%를 차지한다.
나머지 부분은 기본 성능을 결정하는 부품으로 동일 차급 내에서만 공유하는 차급 내 전용 부품군 (25%)과 설계사상 여하에 따라 브랜드, 상품, 플랫폼을 초월하여 공통적인 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성능 부품군(40%)이다. VW의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은 바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가장 큰 부품군에 초점 을 맞추고 있다.
2) 공장의 표준화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의 도입을 통해 공유 부품군의 확대뿐만 아니라 생산시설의 표준화를 통한 비 용 절감도 가능하다. 표준 레이아웃의 적용으로 내부 치수 및 배치, 이동거리 등을 표준화하여 공장 설 계 비용이 감소한다. 구매측면에서는 과거 로봇 등의 설비를 브랜드별, 공장별로 도입했지만 공장이 표 준화됨에 따라 브랜드에 무관하게 동일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장설비의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론적으로 VW의 모든 차량은 표준화가 된 공장 어디에서나 생산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각 시 장의 경제상황에 맞는 차종을 적시에 투입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와 같은 표준 공장 도입은 미국 채터누가(2011년)를 시작으로 중국 불산공장, 양주공장(2013년)에 적용될 예정이다.
3) 제품 개발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으로 인해 기존의 차량개발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종래의 차량개발 은 특정시장에 대한 상품기획 이후 차량 개발이 시작된다. 부품은 차량 개발과 병행해서 개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형태의 제품개발 방법에서는 차량 개발기간 단축이 주요한 경쟁 지표가 된다. 과거 자동차 메이커는 36개월이 걸리는 차량 개발기간을 24개월, 18개월로 단축시키는 경쟁을 했다.
하지만‘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에서는 경쟁 양상이 달라진다. MLB 플랫폼이 2007년에 발표되고 MQB가 2012년에 발표된 것으로 보아 아키텍처 기반 플랫폼 개발에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 로 보인다. 하지만 모듈화된 툴킷 부품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독립적으 로 개발된 툴킷의 조합으로 차량을 출시할 수 있다. 즉 레고를 만들듯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면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종전의 경쟁구조가 달라질 것이다. 이젠 선진국과 신흥국용 차량의 상품 기획을 동시에 진행한다. 글로벌 관점에서의 상품전개와 사용할 부품의 스펙을 선정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향 후 자동차업계 간의 경쟁의 중심에는 각 시장에 맞는 차량을 그릴 수 있는 상품기획력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플랫폼과 툴킷을 만들 수 있는‘설계 구상력’이 중시될 것이다
2. 부품 공용화의 리스크
부품 공용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미국에서의 도요타 대규모 리콜은 공용 부품의 확대 및 대응지연에 기인한 결과였다. 도요타는 아발론에 CTS사의 전자식 가속페달을 적용한 후 7차종에 공용화시켰으나 설계상의 문제로 리콜이 발생했다. 당시 도요타의 리콜에 대한 대응 지연은 예기치 않는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켰다. 공용화는 같은 부품을 여러 번 검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품질 에 유리할 수 있지만 한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리콜로 연결될 수 있다.
VW은 이와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모듈러 툴킷 방식으로 R&D 조직은 모듈담당과 제품담당 으로 분리시킨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운영이 불가 피하다.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은 부품의 품질문제 발생시 모듈 담당자와 제품담당자 사이에 책임소 재가 불분명한 문제점이 있다. 이에 VW은 모든 브랜드에‘설계책임 협약’을 설정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했다
Ⅳ. 일본업체의 대응
일본업체들 또한 글로벌 시장 전개와 홍수 및 지진에 의한 SCM의 단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1년‘뉴 글로벌 아키텍처(NGA)’전략을 발표했다. NGA는 엔진 부, 섀시부 등 주요 부품을 일체화된 모듈로 개발하고 이것들의 조합으로 차량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이 를 위해 글로벌 통합설계와 통일화된 부품설계를 추진하여 복수 차종의 일괄 기획 개발과 부품의 차종, 지역 관계없는 일괄 발주를 실현하고자 한다.
닛산 역시 ’13년 이후 VW, 도요타와 유사한‘CMF(Common Module Family)’라는 차량 설계방식 을 도입할 예정이다. 차량을 엔진, 프런트 언더바디, 칵핏, 리어 언더바디와 같이 4가지 부분으로 나누 고 해당 부품의 조합을 통해 차량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일본기업은 VW과 같은‘레고식’차량 개발을 위한 능력 구축 경쟁을 이미 시작했다
Ⅴ. 결론 및 시사점
21세기 초 자동차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 인도와 같은 경우 초저가와 최고급차가 동일 시장에서 팔릴 정도로 시장의 스펙트럼이 넓다. 또 유가 상승으로 기존의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 드,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이 혼재한다. 자동차시장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복잡성(complexity)이 닛산의 커먼 모듈 패밀리(CMF) 50 자동차경제 집중 분석 증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 중국업체는 저가를 무기로 선진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VW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아키텍처 기반 플랫폼’을 도입하여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주요 부품의 설계 제원을 규격화시킨 모듈화 툴킷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레고처럼 차량을 구성할 수 있어 다양한 차종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에 상품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차량은 향후 자동차산업에 하나의 규범이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부품 공용화에 의 한 비용 절감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차량의 동력원이 변해가는 시점에서 차 량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VW의 레고식 차량은 친환경차에 가장 적합한 차량형태로 보인다.
자동차 메이커는 상호간의 끝없는 능력 구축 과정 속에서 경쟁력을 형성했고, 이에 뒤처지면 도태됐 다. VW의 새로운 혁신에 일본 메이커들은 이미 학습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기업들도 새로운 능력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노력 속에는 부품 공용화를 위한 차량의 주요 수치 규격 화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설계의 자유도를 남겨놓아야 할 부분 또한 명확히 해야할 것 이다. 결국 차량은 고객이 선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