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웹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거 뭐 길기만 하고 너무 쉽고 가벼운 글 아닐까?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이거 내 취향 아니라고, 읽어봤자 시간 낭비일 거라고, 단정지은 기억이 있다.
그랬다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발랄한 신춘문예 등단 작가, 정무늬 씨의 경우를 본 뒤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그녀의 작품 <터널, 왈라의 노래>는 전혀 가볍거나 쉬운 작품이 아니다. 마지막 부분 칼을 든 여자 모습의 스케치는 빨간색 혹은 검은색 유화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그녀는 가벼운 글도 쓸 수 있지만, 무겁고 어려운 글도 쓸 수 있는 능력자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뻔 했는데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를 읽은 후....완전히 오만과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쉬운 글이란 없다는 것....
가벼운 글도....글을 쓴 본인이 이것은 가벼운 것이라고 단정짓기 전엔 제3자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웹소설 써서 먹고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작가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 노하우를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지만, 전혀 징징대고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글 쓰는 일에 대한 엄청난 무게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결국 이런 일(웹소설 쓰기)을 해냈으니까, 저런 일(신춘문예 등단)도 해낸 거였다.
아니, 반대로 저런 일(신춘문예 준비)을 해왔으니까, 이런 일(웹소설 쓰기)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일기를 쓰는 게 아닌 이상, 사실 글을 쓰는 데는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욕심껏 이런 저런 SNS를 시작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SNS에 글을 쓰는 일조차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써도 될까? 이 얘기를 써도 될까?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닐까? 이건 또 갑자기 너무 무거운 건 아닐까?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닐까? 반응이 너무 다이렉트로 와도 부담이고, 전혀 반응이 없어도 서운한......INTJ의 어쩔 수 없는 결론처럼 '이거 꼭 해야 되나?' 하는 회의까지....
글 쓰는 일을 정말 즐긴다는 사람, 매일 글을 올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경우는 결코 아니다. 쉽게 살고 싶지만, 쉬운 삶이 없는 것처럼 글 쓰는 일도 그렇다. 머리 감고, 화장하고, 옷 갈아입고, 온갖 치장을 다 한 뒤 고작 집 앞의 마트에 다녀오는 일상처럼, 머리 쥐어뜯고 커피 열 잔 마시며 노트북과 씨름한 뒤 겨우 짧은 글 하나 마치고 한숨 돌리는 것이다.
쉬운 삶은 없다. 그리고 쉬운 글도, 아니 쉽게 쓰는 글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