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
모든 학생 안에는 뛰어난 아이가 숨어 있다는 믿음을 가졌는가
방학 시작하기 전, 푸른꿈고등학교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 스스로가 해내거나 혹은 해내고자 했으나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자기만의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는 이를 ‘자기성장프로젝트’로 부른다. 학교 내에서는 줄여서 자성프라고 한다. 푸른꿈고등학교에 온 후로 3번째로 학생들의 자성프 발표를 본 나는 교육자로서 놀라움과 반성 그리고 희망을 품게 되었다. 아이들은 노래로, 악기연주로, 그림으로, 사진작품으로, 운동실력으로, 도자기작품으로 그들이 한 학기 동안 무엇을 해냈는지 스스로 평가하며 발표한다.
학기 중 하루만 본다면 학교 안의 아이들은 교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교사들에게 불안과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가 아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학생들은 교사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놀랍도록 이루거나 성장해 있다.
자성프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학교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설계(교육설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른꿈고등학교에서 가능하다면 나는 모든 학교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미켈란젤로가 모든 대리석 조각 안에는 천사가 갇혀 있다고 생각했듯이, 나는 모든 학생 안에는 뛰어난 아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의 교육학자 마바 콜린스(Marva Collins)의 말이지만, 교사라면 이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학교들은 자신들의 학생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역량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투자하자
우리는 성공한 교육 시스템의 선봉으로 늘 핀란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핀란드의 비법이 다른 나라에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핀란드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인구 500만 명의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의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 곳을 중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문가마다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차이가 나서 핀란드 교육을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전해 듣거나 책을 통해서만 보았던 나는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핀란드 학교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우리는 단 하나의 두뇌도 낭비할 여유가 없다”라는 정서와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가(우리 교육이, 우리 학교가) 억지로라도 가져와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핀란드의 숨은 잠재력을 육성하는 비결은, 일찍 높은 역량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역량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투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안다. 학교와 교실에서의 학생들의 경험이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고, 아이를 부적응자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학생의 성장은 전적으로 학교가 조성하는 문화에 달린 것이다. 또한, 그 문화는 교사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이 없는 학교를 만들자
우리 교육 체계는 승자독식 문화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우리는 학생들의 잠재력은 어렸을 때 발현되는 타고난 역량이라고 가정한다. 우리 교육에서는 탁월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학생을 찾고, 그들에게 집중 투자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머리가 좋다는 평가로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가 특별한 관심을 받고 또한 여러 가지로 보상을 받는다. 머리가 나쁘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낙인이 찍히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무너지는 경험을 갖는다.
더 나쁜 것은 부모의 경제력으로 아이의 역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면 명문 학교에 입학하고 결국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매우 높고,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나면 다른 또래보다 힘겨운 삶의 투쟁에 직면하고, 사회는 그들의 많은 기회를 거절하거나 아예 주지도 않는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교육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핀란드는 이 부분이 우리와 상당이 다르다. 그들은 승자독식 문화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문화를 조성했다. 그들은 철저하게 “성공은 영재와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를 설계했다. 그들은 단순히 학생의 학업 성취도나 성공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개인적 관심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교육자로서 나는 늘 주장하는 것이 있다. 교육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 관료나 교육감이 가리키는 방향이 교육의 방향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현장 교사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주어질 때만이 우리의 교육 가치는 문화가 되고 학생들의 성장으로 그 결과는 나타난다.
그러니 교사들이여, ‘모든 학생을 위한 학교는 가능하다’는 믿음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