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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Jan 31. 2023

21. 우도, 하하호호, 블랑로쉐, 아줄레주, 갈치 등

우당탕탕 무계획 제주여행(21) 대학동기들과 제주여행 2 (230129)

오늘은 동기들과 우도로 향하는 날이었다.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려서 오늘은 날이 어떨까 걱정했는데 아쉽게도 하루종일 흐린 날이었다. 그렇지만 어제만큼 다니는 데에 불편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침에 다같이 차 앞에 모여 성산항으로 출발했다. 우도로 가려면 성산항에 먼저 도착해야 했다. 거기에 주차를 하고 성산항에서 배로 우도를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우도 가는 길에 에그타르트 맛집인 아줄레주를 가보기로 했는데 오픈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서 우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그 길에 스타벅스 DT를 들른 건 함정. 운전하는 친구가 갑자기 카페인이 당겼는지 스타벅스를 가자는 의견에 다들 오케이를 외쳤다. 다들 제주 온리 메뉴는 못 참겠나 보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제주가 일회용 컵을 규제하고 있어 음료를 테이크 아웃하려면 보증금 천 원을 포함한 리유저블컵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항상 실내에서만 마시다 보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환경을 생각하면 찬성이지만 이왕 규제할 거면 플라스틱 뚜껑도 함께 규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이미 제주 온리 메뉴를 먹어봤기 때문에 라테를 주문했고 친구는 제주 선셋 어쩌고(...)를 주문했다. 시나몬 향이 꽤나 좋았다.


나름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산항에는 벌써부터 많은 차들이 모여있었다. 그래도 1층에 주차 자리가 있어 주차를 마치고 성산항으로 향했다. 승선하기 위해서는 1인 기준 왕복 티켓 만원을 결제해야 했고 승선 인원에 대한 인적사항을 간략히 작성하여 제출해야 했다. 내가 도맡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친구가 들려준 썰 하나.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우도에서 해당 서식을 작성하는데 생년월일을 쓰는 란에 전 여자친구 생년을 쓰는 바람에 우도에 입도하기도 전에 엄청 싸웠다고 한다. 당사자 입장에선 아찔했을텐데 그걸 들은 친구들은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다. 친구야... 지금까지 네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우도에 도착한 배 안에서 찍은 우도의 모습. 이 장면이 나와 우도의 첫 만남이었다.


우도에 내려서 어떤 교통수단을 쓸까 고민했다. 인원은 넷인데 전기 자전거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비도 계속 오락가락 하다보니 마음 편하게 전기 자동차를 대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대여에 보험까지 7만원이나 들었지만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어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지인에게 추천받은 하하호호 수제버거집을 가보기로 했다. 버거집은 차로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새우버거와 마늘버거, 매콤버거로 주문해서 먹었다. 나는 새우버거를 먹었는데 새우살이 통통해서 맛있었다.


추천받은 집이기도 하고 이게 제대로 된 첫끼여서 그런지 만족스럽게 먹었다. 사진에는 없는 감자튀김도 먹었는데 그건 약간 눅눅했다는 게 함정. 그래도 손으로 하나 둘 집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튀김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 한 명이 내게 손톱을 깎으라는 지적어택을 날렸다. 이제 내가 하다하다 민중의 지팡이한테 손톱지적까지 받아야 하냐며 항의했는데 손톱을 보니 꽤 기르긴 했더라. 조만간 네일을 새로 하고 싶어서 좀 더 기르긴 했는데 친구들 보내고 나면 좀 잘라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버거를 다 먹고 나선 하하호호 바로 앞 바다를 구경했는데 여긴 법환포구처럼 검고 짙푸른 바닷빛이 인상적이었다.

하하호호 안에서 보이던 바다. 그리고 하하호호의 낭만적인 벤치. 나도 오늘보다 내일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이후 우도 한 바퀴를 돌며 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우선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들렀다. 여긴 강릉 바다를 연상케 하는 바다였다. 바다는 잔잔했고 모든 풍경은 평화로웠다. 부산의 김모씨가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래사장에 남기고 갔던 게 킬링포인트라 지금도 생각난다. 우리도 1X학번이라며 모래사장에 낙서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화석들의 모래알 방명록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뭐 어떤가. 우리만 즐거웠으면 됐지.

조용하고 잔잔했던 하고수동 해수욕장. 꽤나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우도에 왔으니 땅콩 아이스크림은 먹어봐야 한다며 친구들이 데려간 블랑로쉐. 나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땅콩크림라테를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보단 덜 달아서 좋았다. 카페인이 조금 걱정되어 샷 하나를 빼고 마셨는데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맛있었다. 여기에선 뜬금없는 피부관리 비법 공유타임이 펼쳐졌는데 시드물 센텔라 구스팟 크림과 에센스가 여드름에 그렇게 좋단다. 나는 감사하게도 피부는 타고난 편이라(찡긋) 피부고민은 별로 없는 편인데 요 근래 마스크 때문인지 트러블이 조금씩 올라오던 차여서 나에겐 너무 꿀 같은 정보였다. 친구야 고마워. 다음엔 피부여신으로 거듭나볼게(...).

블랑로쉐에서 주문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과 아아, 땅콩크림라테. 좀 달아도 맛있었고 땅콩은 고소했다.


카페인과 당분까지 충전했으니 바다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검멀레 해수욕정과 산호 해수욕장을 차례로 구경했는데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검멀레 해수욕장은 육지와 내리막길로 연결된 바다였는데 검멀레 주변을 보트로 이동하여 구경할 수 있었다. 딱히 보트까지 탈 생각까지 들진 않았지만 풍경 자체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산호 해수욕장은 현무암이 군데군데 박혀있어 얼룩무늬의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날이 흐려 바다도 흐릿한 느낌이지만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한줄기 햇빛이 보기 좋았다.

왼쪽의 저 큰 섬(이 맞나?)이 검멀레인 듯 하다. 검멀레와 이어진 육지, 그리고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산호해수욕장은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과 바다의 조화가 너무 예뻤다.


이렇게 모든 바다를 구경하고 우도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자동차로 돌아다니니 생각보다 편하고 빠르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 배를 타고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왔고 아침부터 기대하던 에그타르트를 맛보러 갔다. 카페 아줄레주는 생각보다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뚜벅이었다면 정말 가기 어려웠을 곳인데 친구들 덕분에 편히 방문할 수 있었다. 외관은 산 초입에 우두커니 세워진 건물 하나여서 살짝 당황했다. 건물 뒤편에 있던 전신주가 십자가처럼 보여서 교회인 줄 알았다는 건 함정.


웨이팅이 꽤나 긴 곳이라고 들었는데 운 좋게도 갓 나온 에그타르트를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실내에서 마시기엔 음료 주문이 필수여서 그건 패스하고 에그타르트를 테이크아웃 하기로 했다. 열심히 운전해 준 친구에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공금으로 사줬고 다 같이 에그타르트를 맛보았는데 왜 사람들이 차로 이 외진 곳까지 오는지 이해되는 맛이었다. 갓 나와서 그런진 몰라도 정말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다. 이번 주말에 제주로 입도 예정인 요정님도 좋아할 것 같아서 냉동보관 해놓으려고 몇 개 더 사놨다.

아졸레주의 시그니처 에그타르트. 정말 맛있었다. 동네에 있었다면 자주 사 먹었을 것 같은 맛.


이제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내일이면 제주를 떠나야 하는 친구들도 있다 보니 집에 보낼 귤을 사기 위해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향했다.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친구가 마침 좋은 후기가 있던 가게를 찾아냈다. 부모님께 연락드려서 바로 감귤 5kg 두 박스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귤을 맛보지도 않고 쿨하게 결제해 버린 패기는 뭔가 했는데 사장님께서 공짜로 건네주신 귤은 생각보다 맛있어서 집에 잘 보냈다 싶었다. 가격도 본가보다 저렴해서 고민 않고 보냈는데 보냈다는 이야기를 건네자마자 바로 귤값과 이전 심부름값에 플러스 알파로 얹어서 송금해 주셨다.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 날은 차로 움직이는 내내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 준 사람은 없으나 상처받은 사람은 남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그 안에는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여서 브런치에 모든 걸 오픈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가족이어도 내가 마음의 짐을 이고 지면서 유지해야 하는 관계는 없다는 생각으로 적절한 선긋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엇 하나 절대로 받지 않으려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원해서' 낳았다면 이 전제는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절대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드릴 수 없으며 나는 자식으로서 나의 몫'만' 충실히 해나가기로. 그리고 이번이 아마 마지막 조율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동생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나의 과대역할은 조금 더 축소시켜야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진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친구들과 올레시장 근처 갈치집에 도착했다. 갈치조림과 구이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갈치집이었는데 네이버 예약을 하니 음료수도 두 캔이나 서비스로 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뒷 테이블에서는 네이버 예약을 안 해서 음료수를 못 받았다며 투덜댔는데 졸지에 네이버 예약도 할 줄 아는 '애기'가 되어버려 피식 터졌다는 건 함정. 그리고 주차가 어려워서 결국 시장 주차장에 다시 대느라 조금 고생했지만 갈치맛은 좋았다. 확실히 생물이라 신선함이 느껴졌다.

올레왕갈치 갈치정식 4인분. 네이버예약도 할 줄 아는 애긔는 맛있게 먹었다. 그나저나 갈치 가시 발라주는 기계는 언제쯤 발명될까?


이후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쉬었다가 숙소 근처 역할맥에서 짜파구리와 돈가스,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짜파구리는 엄청 맛있었는데 나머지 둘은 쏘쏘였다. 개인적으로 돈가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코노미야끼는 반죽에 밀가루맛만 너무 나서 문어알 없는 타코야끼 반죽을 먹는 느낌이었다. 역시 역할맥에선 라볶이와 짜파구리가 정답인가 보다. 이 날도 먹다 끝장낸 하루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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