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74. 모나코
니스의 샤갈 박물관이나 마티스 뮤지엄을 들렀다면 좋았겠지만 일정이 허락하질 않았다. 우리는 대신 버스를 타고 칸을 지나 모나코 구경을 하기로 했다. 모나코의 면적은 2.2km²이며 인구는 4만 명 정도다. 모나코는 도시 국가이며, 유럽과 세계의 주권 국가 중에서 바티칸 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영토가 좁은 나라라고 한다. 1297년부터 현재까지 그리말디가에 의해 통치 중이다. 1861년 프랑스-모나코 조약으로 주권이 인정되었다. 1918년에는 모나코 공위를 더는 계승할 사람이 없을 때 마지막 공작이 죽고서 프랑스에 합병된다는 다소 살벌한 조약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모나코까지 넘어가는 길은 남부 유럽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도시는 모두 상아색과 황톳빛의 흙벽과 돌로 지어져 휴양 도시답게 환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흐드러진 나무와 꽃들은 이곳이 낙원이라는 듯이 조화로우면서도 불규칙적으로 늘어져있다. 저 멀리 보이는 지중해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사된 햇빛을 담고 있어 한없이 반짝이고 있다.
영화제로 유명한 도시 칸은 내려서 둘러볼 시간이 없어 그저 지나가고 말았다. 칸도 귀족들의 별장, 칸 영화제로 인해 많이 관광화된 도시라고는 하지만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시다. 칸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모나코에 내린 우리는, '아, 이곳이 세계인들의 별장이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도시 자체가 마치 거대한 하나의 리조트 같기 때문이었다.
도시에는 보도를 찾기가 힘들었다. 마치 차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든 리조트를 연상시켰다. 수십수백 척의 요트가 정박해있었고, 고급 별장과 리조트가 지중해를 기준으로 빽빽이 모나코의 땅을 점령하고 있었다. 관광도시답게 도박 산업이 발전하여 화려한 카지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돈 없는 학생 신분인 우리는 모나코의 화려한 건물들을 거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모나코의 상아색 건물들과 바다를 향해 지어진 테라스를 누구든 마음껏 거닐 수 있는 덕에 잠깐이나마 지중해를 다 가진 것처럼 숨을 잔뜩 들이쉬어 보았다. 모나코를 면하고 있는 눈이 부시는 지중해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의 화려함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다. 지중해를 바라보는 테라스 벤치에서 슈트를 차려입고 화려한 모자를 쓴 여자가 화구를 잔뜩 펼쳐놓고 있다. 그림 그리는 일이 그녀의 직업인지 취미활동인지 궁금해진다.
지중해의 부드럽고도 따뜻한 바닷바람을 충분히 쐬고 난 후 바다 전망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프렌치프라이가 곁들여 나오는 버거를 시켰다. 와인도 한 잔 시켰다. 테이스팅을 해줬는데 이 맛이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여유 있는 척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렴 어떠랴 모나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식사는 모두 옳다. 버거도 식재료가 살아있는 것이 꽤나 맛있었다.
레스토랑이 해변에 있던 터라 주변에 요트가 몇 대 정박되어 있었다. 흰색 짧은 바지를 입은 금발의 젊은 여자가 열심히 요트를 닦고 있다. 이곳은 청소 아르바이트도 모델 같은 젊은이들이 하는구나. 게다가 요트 청소라니. 프랑스 칸을 배경으로 한 젊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 '이지 걸'이 떠오른다. 휴양 도시에서 사는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나코도 멋지고,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바닷가를 걷는 것도 운치 있었다. 하지만 리조트와 요트로 둘러 쌓여서 그런지 초대받지 못한 곳에 뜬금없이 떨어진 것 같이 이질감이 밀려온다. 게다가 모나코는 F1이 열리는 모나코 그랑프리로 유명하다. 서킷도 지나가면서 구경할 수 있었는데, 내게 이러한 모나코의 풍경은 도통 현실감이 없었다.
하도 걸어서 그런지 니스에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다리가 아파 카페에 들어갔다. 귀여운 아이스크림을 파는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의 카페였다. 테라스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데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