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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휘 Oct 25. 2023

직감은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Please, Trust your gut

본 글은 구글 데이터과학자 출신의 세스스티븐스다비도위츠 저서<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어 보신분들만이 느낄 수 있는 패러디와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담겨있습니다. 해당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해당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으 실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주변 사람들이 그러던걸요?(주변도르 데이터 분석)








직감은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Please, Trust your gut)






경희에게,


만약 우리가 사랑하게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 것 같냐고?

그럴 일은 없었어,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머리말

‘데이터는 팩트다’라는 사람들에게 하는 작은 반항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되는가>를 읽고 토론을 하며, '데이터로 나오진 않지만 나만 알고 있는 인생의 정답이나 연구결과를 알고있는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사주’의 영역이 그렇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하다 결국은 이 역시 통계 데이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냐고 멋쩍게 웃으며 마무리되었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데이터’가 아닌 ‘직감’으로 결정지어지는 무언가가 있다고. 도대체 데이터 적인 것은 무엇이며 직감적인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이것들의 차이로 ‘시기’를 말하고 싶다.

‘데이터적인 것’은 결국 누군가의 ‘직감적인 것들’로 선택한 경험들이 축적된 것이 될 것이다.

즉 , 최초의 선택은 결코 데이터 적이 될 수 없는, 오롯이 직감적인 것이라는 거.


내가 선택하는 것이면 오롯이 나의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직감을 믿고 싶다.




<비포벚꽃엔딩> 에서 <직감은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로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 이야기는 인생처음 소개팅시장에 처음 나오게 된 어느 청년이 소개팅에 중독되어 느껴버린 고찰을 담은 나의 전작 에세이 <제목을 입력해주세요>의 에필로그이자 벚꽃이 다 떨어져 버리기 전에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순간을 담은 <비포 벚꽃엔딩> 의 프리퀄이기도 한 작품이다.


내가 사랑을 시작할 수 있던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타로카드’에서부터다.

직감적인 영역에 있어, 타로카드는 어떨까? 타로카드 역시 통계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눈치 좋은 자의 콜드리딩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타로카드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들에 대해 올곧은 답변을 해낼 자신은 없지만, 굳이 하나의 답변을 해야 한다면,


타로카드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시대의 운명론


지난 2022년은 나 자신과 더 친해져 보기 위해 나 자신에 대해 연구해 보는 한 해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정민휘학 개론> 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다양한 연구와 실험들을 기록해 두었다. 이를테면, MBTI, 갤럽, MMPI 등은 '소프트웨어 영역', MAST알러지검사, 유전자검사, DNA혈통 분석, 건강검진 등은 '하드웨어 영역'이 되는 식이다. 그리고 그 밖의 ‘제3의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사주풀이와 타로카드였다.


나는 <정민휘학 개론>을 완성하기 위해 기어코 데이터를 모아 놓고도, 차마 완성되지 못했던 운명이란 무언가를 '제3의 영역'을 통해 끄집어 내 보고 싶었다.





동네가 중요하다


인제를 혹시 가보신적이 있는지? 아마 인제 하면, 자작나무 숲이나 자작나무 숲이라던가, 자작나무 숲 같은 곳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인제에서 자작나무 숲보다도 먼저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러시아 아줌마 타로’이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추천은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되게 되는데, ‘인제’를 검색하면 요즘은 ‘날씨’가 코로나시기에는 ‘확진자수’가 먼저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말연초에 ‘인제’를 검색해 보면 어떨까? '인제타로카드'가 가장 먼저 나타나곤 했다. 만약 ‘러시아 아줌마 타로’가 서울에 있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래서 타로카드는 동네가 중요하다.




실제로 방문하게 된 그곳은 무척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외딴곳에 있는 이상한 모양의 이상한 가정집 하나. 중학생 아들이 안내를 해주어 내가 앉게 된 곳은 대기실보다는 거실이었다. 짝이 맞지 않아 보이는 소파들은 손님들을 대기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탓일 테고, 빨래건조대와, 서랍장과 TV, 벽에 붙어있는 가족사진들이 이곳은 평범한 누군가의 거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넘겨보다 결혼식 사진을 보았다. 젊은 시절의 부부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있는 배경 뒤로 이상한 로고가 보인다..

아.. 그 종교다...


그녀는 한국의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어 그중에서도 작은 동네 인제로 오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에 와서 다문화센터에서 타로를 봐주다 능력이 발휘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머나먼 나라의 외딴 마을, 인제에 오게 된 것 또한 그녀의 직감으로 비롯된 운명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아줌마(정확히는 키르기스탄)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쉬운 표현으로 쉽게 이해하게 말한다. 그래서 말이 짧다. 그러므로 간결하고 꾸밈이 없다



타로카드가 말해준 운명 목록


어떤 고민이 있어 먼 인제까지 왔냐는 물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저...그... 연애랑 장가 때문에 왔습니다..ㅎㅎ”


그녀는 책장에는 수많은 카드덱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꺼내더니 내 앞에 펼쳐 놓더니 8장을 뽑으라고 했다.

내 앞에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50장이 넘는 이 운명의 종이조각들 중에 나는 8장을 뽑아야 한다. 그럴 때면 눈에 뜨이는 카드들이 보인다. 그저 나는 유난히 빛을 내는 카드들에 내 손끝을 가져다 댄다. 매 순간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감이다.


이후에도 몇 가지 질문을 할 때마다 카드덱을 바꾸어가며 카드를 뽑았다.

러시아아줌마는 내가 9주 뒤에 여자친구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9주요? 9주...는 쫌....너무 먼데요...?”


그럴 리 없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와 충분한 교감을 가졌다고 생각했고 이른 시기 내에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7주 뒤에 하얀 가운의 여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 그 여자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9주 뒤에 그녀와 사귀게 될 거라고 했다. 봄에 만나게 될 것이며, 10개월간 만나면 결혼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2년 안에 결혼을 할 거라고 했다.




아, 그리고 로또를 사라고 했다. 선물복이 X월 XX일에 있을 것이니 그날 로또를 꼭 사라고 했다.



하얀 가운의 여인이라... 뭐지... 병원에서 주사 맞다 의사 선생님이랑 눈이 맞으려나...

나는 묘한 설레임과 의문을 가지고 자리에서 나왔다.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러시아 아줌마의 말이 맞았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한참 데이트를 하던 수진 씨와는 2주 동안 나는 만남이 제한되었고, 내가 코로나가 완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코로나에 걸려 또 2주간 못 보게 되었다. 그녀는 코로나가 회복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민휘님, 제 후배 중에 괜찮은 사람 있는데 소개 한번 받아볼래요?”


소개팅의 고찰을 담은 에세이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를 읽은 독서모임의 한 의인이 문득 뒤풀이에서 말을 건네왔다.

그녀는 아동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 하얀 가운의 여인...’


소개를 시켜준 시점에서 빠른 날짜에 만남을 갖자고 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어지게 되었고, 결국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정확히 7주 후였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운명이 결정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에 해왔던 소개팅 레퍼토리처럼 초조한마음으로 무언가를 더 해내려고 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니 그녀가 더 유심히 보였던 것 같다.

그녀와 몇 번의 데이트를 하고 나서 어느덧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나는 매 순간 그녀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운명으로 보면 그녀와 사귀게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냥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정민휘와 연애를 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연애를 제안하는 제안서를 만들었다.


분명히 이건 오바다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었다.

그 시기에 한참 제안서에 물려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재미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네 번째 데이트를 끝마치고 그녀의 집 앞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차에서 한참 동안을 이야기하다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내 ppt를 열었다.

고객 니즈분석파트에서는 경희 씨의 이상형인 재미있는 사람, 말 잘 통하는 사람, 예의 바른 사람, 똑똑한 사람의 조건을 가지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 인지를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런 조건의 사람을 또 찾을 확률은 얼마나 힘든 지를 통계로 보여주고, ‘서태지!, 음악과 결혼하다!’ 기사 이미지를 보여주며, 나를 만나지 않으면 아동심리학과 결혼을 하여 논문이라는 자식을 낳으며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으로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솔로>에 나갈 거라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그땐 너무 배가 아프지 않겠냐고… 뭐 그런 만담 같은 고백이었다.

그녀는 내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말을 할 때마다 계속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장.

가운데정렬, 궁서체, 70포인트!

'정민휘의 연애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좋아요ㅋㅋㅋ”


그녀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차에 시계가 12시를 넘어있었다.

정확히 인제를 다녀온 지 9주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날이 지나고, 고백을 했던 그날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워낙 신중하게 사람을 만나는 타입이다 보니, 사실 그날 데이트까지도 마음의 확신 같은 것이 없었다고. 이런 식으로 제안서로 고백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고. 이런 사람이면 언제나 재미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그 제안서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저 가만히 있었으면, 그녀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순간적인 나의 직감으로 재미있게 하려고 했었던 마음이 통한 것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그녀와 데이트를 하다가 어느 행사장에 갔다. 일하다 알게 되신 분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가 있는데 데이트 코스로도 좋아 함께 방문했다.

입장하며 응모함에 무심코 명함을 넣었고, 시간이 되자

진행자가 추첨을 시작했다.


"자 마지막으로 1등입니다....!! 고급 캠핑 매트의 주인공은요?!"


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하시라



두구두구두구두구



"XX번!!! 축하합니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주머니에 구겨진 종이를 펼쳐보았다.

나였다.




“아아!$#!#아아!!@#!@!!!!! 아아!!#!!!!”



“ㅎㅎ 민휘씨~ 당첨된 게 그렇게 좋아요?ㅎㅎ”



“아니요...저... 오늘 로또 되는 날이었단 말이에요....ㅠ_ㅠ”



그날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나의 잘못된 직감으로 얻게 된 '그것'을

‘10억짜리 돗자리’라고 부른다






맺음말

운명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인제에서 타로를 보던 그날, 내가 뽑아낸 카드들로 거침없이 미래를 이야기해 주는 그녀에게 무심코 물었다.


"선생님...그럼 제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였나요?"


그녀가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선생님이 지금 뽑으신 거잖아요”









누군가 나에게 타로카드는 과학이 아니지 않냐고, 믿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 다면,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지구는 평평하다’가 당연시되던 그 옛날.

‘지구는 둥글다’고 했다가 마녀로 몰려 화형 당했던 사람들도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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