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by 정문

책 <오베라는 남자>는 까칠한 노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인간의 상실과 회복, 그리고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깊이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유머와 슬픔을 절묘하게 섞어, 한 인물의 인생사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이야기.



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은 '상실 이후의 삶'이다. 오베는 아내 소냐를 잃은 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물이다. 그는 죽음을 결심하지만, 매번 사소하고도 우연한 사건들 (고장난 히터, 길고양이, 서툰 이웃의 도움 요청등)때문에 계획이 중단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해들이 바로 그를 다시 삶으로 붙잡아둔다.

특히 오베가 과거를 회상하며 소냐와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장면들은 현재의 고독과 대비되어 더욱 뭉클하다.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지만, 그 사랑 자체는 여전히 남아 오베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소설 속에는 이런 정서를 압축하는 문장이 나온다.

"사랑은 누군가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작품 전체를 지지하는 기둥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공동체의 힘'이다. 오베는 스스로 고립된 개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네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존재이다. 운전을 못하는 이웃을 대신해 차를 몰아주고, 집을 고쳐주고,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싸워준다. 그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 역시 이웃들에게 구원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임신한 파르바네 가족이 등장하는 면들은 특히 상징적이다. 그들은 오베의 삶에 '미래'를 가져오는 존재들이다. 죽음을 준비하던 노인의 집에 새 생명이 들어오는 대비는 삶이 계속된다는 희망을 강하게 전달한다.


오베는 항상 화를 내고 규칙을 강요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그의 엄격함은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책임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그는 무뚝뚝 하지만 누구보다 정의롭고, 표현은 서툴지만 사랑은 깊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의 진심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은 독자를 울리면서도 동시에 웃게 만든다는 점이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반복되는 생활 코미디 같은 장면들은 인간 삶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 작은 행복과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삶을 견디게 한다는 사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실의 시간을 지나가게 된다. 나 역시 경험한 바 있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들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읽는 동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떠나보낸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눈물짓게 된다. 그러면서 시트콤 같은 징면들때문에 피식 웃다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책을 덮으면서, 결국 나를 살게 하는 건 거창한 삶의 목적이나 원고 한 꿈이 아니라 나를 지지해주고 있는 촘촘한 관계들과 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지지해주고 있는 어떤 존재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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