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시스템과 문화 차이
중국 거리에서 발견한 비즈니스의 특징 중 하나는 ‘시스템과 문화’의 미세한 차이가 최종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었다. 같은 품목, 같은 입지에 있는 가게라도 운영 방식과 내부 문화에 따라 완전히 별개의 성적표가 나오곤 했다.
나는 특히 직원 교육과 동기 부여의 차이에 주목했다. 어떤 곳은 주인만 열심히 움직이고,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일했다. 반면 잘 되는 가게는 ‘덕분에’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다. 작은 성공도 함께 축하하고, 실수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결국 팀워크와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렸다.
시스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 그리고 명확한 업무 분장 등 ‘보이지 않는 관리’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생존의 관건이었다. 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런 체계의 힘에 자주 놀라곤 했다.
해외 비즈니스 현장에서 느끼는 이질적 문화 역시 관찰 포인트였다. ‘시간 개념’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 심지어 고객 컴플레인트에 대응하는 태도까지. 이 미묘한 차이를 알면 각 시장마다 성공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화와 시스템의 균형이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얻은 확실한 깨달음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당연하게도 한국의 시스템과 문화 속에서만 살아왔다. 한국에서는 물건을 살 때 카드를 꺼내고, 대화할 때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하며, 광고를 볼 때 특정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에 익숙해져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이것이 전 세계의 보편적인 방식일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믿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에 갇혀 있었는지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독특한 시스템과 문화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비즈니스 기회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중국의 압도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부터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했지만, 중국처럼 압도적인 비율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나는 이들의 결제 방식을 보며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이것이 소비자 행동과 소매 비즈니스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물론, 결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면서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시장 생태계(Market Ecosystem)'**의 변화를 의미한다. 시장 생태계는 비즈니스를 둘러싼 모든 환경, 즉 경쟁사, 공급자, 고객,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이 시장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상점들이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동선을 파악하여 매장 배치를 최적화하는 등의 혁신이 가능해졌다.
또한, 나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소통 방식'**에서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존댓말이 기본적이고 격식을 차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매우 직접적이고, 때로는 직설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사실과 이익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진행했고, 나는 처음에는 이런 방식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나는 이것이 중국 비즈니스 문화의 중요한 특성임을 깨달았다. 그들의 소통 방식은 관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복잡한 협상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문화적 기업가 정신(Cultural Entrepreneurship)'**과 연결된다. 문화적 기업가 정신은 특정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나는 중국의 직설적인 소통 방식에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고, 나의 비즈니스 협상 방식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지에서 시스템과 문화적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결제 방식의 차이점'**을 관찰해야 한다. 당신이 방문한 나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가? 현금이 주된 수단인가, 신용카드인가, 아니면 모바일 결제인가? 그 결제 방식이 고객의 소비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그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소통 방식의 차이점'**을 관찰해야 한다. 상인과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는지, 광고 메시지는 어떤 어조를 사용하는지 등을 관찰해 보자. 그 속에는 그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숨겨져 있다. 셋째, **'광고 방식의 차이점'**을 관찰해야 한다. 중국의 거리에서는 화려하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혜택을 제시하는 광고가 많았다. 이는 '체면'과 '가시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넓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가 익숙함에 갇혀 보지 못했던 비즈니스 기회들이 낯선 시스템과 문화 속에 무수히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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