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물 온도와 시간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물 온도와 시간입니다. 같은 찻잎이라도 어떤 온도의 물로 얼마나 오래 우려내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너무 뜨거운 물에 찻잎을 넣으면 쓴맛이 강해지고, 너무 낮은 온도에 우리면 차의 맛과 향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죠. 차를 우리는 과정은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절한 음정을 찾아야 아름다운 선율이 나오듯, 차의 종류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챕터에서는 차의 종류별 최적의 우림 조건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고, 왜 물 온도와 시간이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왜 물 온도와 시간이 중요한가?
차에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들어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차의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차의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그리고 차의 향을 내는 정유(精油) 성분들이죠. 이 성분들은 물 온도에 따라 용해되는 속도가 다릅니다.
• 온도가 높을수록: 쓴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빨리 용해됩니다. 뜨거운 물에 차를 우리면 쓴맛이 강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온도가 낮을수록: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먼저 용해됩니다. 그래서 낮은 온도의 물로 차를 우리면 쓴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를 우려내는 시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길게 할수록 차의 성분이 더 많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너무 오래 우리면 쓴맛이 강해지고 차의 맛이 탁해집니다. 반대로 너무 짧게 우리면 차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죠.
차 종류별 최적의 우림 조건
이제 차의 종류별로 가장 이상적인 물 온도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표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여러분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임을 기억해 주세요.
차 종류물 온도우려 내는 시간특징
녹차 80~85°C30초 ~ 1분 쓴맛이 적고 감칠맛이 살아남
백차 85~90°C1분 ~ 1분 30 초섬세한 향과 부드러운 단맛
황차 85~90°C1분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청차 90~95°C1분 ~ 1분 30초 화려한 향과 깊은 풍미
홍차 95~100°C1 분부 더러운 단맛과 풍부한 향
흑차 100°C15초 ~ 30 초묵직하고 깊은 숙성미 Sheets로 내보내기
• 녹차: 녹차는 쓴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많아 너무 뜨거운 물에 우리면 떫은맛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끓는 물을 잠시 식힌 후 우려야 맑고 깨끗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찻잎이 부드러울수록 온도를 더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 백차: 백차는 가공이 최소화되어 찻잎이 매우 섬세합니다. 뜨거운 물은 백차의 은은한 향을 해칠 수 있으므로, 약간 식힌 물에 우려야 부드러운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 황차: 황차 또한 섬세한 차이므로, 백차와 비슷한 온도로 우려야 떫은맛을 줄이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 청차: 반발효 차인 청차는 녹차보다 높은 온도에 우려야 찻잎이 제대로 피어나면서 화려한 향과 깊은 풍미를 낼 수 있습니다.
• 홍차: 완전히 발효된 홍차는 끓는 물에 우리면 찻잎의 성분이 가장 잘 우러나와 깊고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 흑차: 보이차를 포함한 흑차는 100°C의 끓는 물에 우려야 묵직하고 깊은 숙성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흑차는 여러 번 우려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첫 번째는 짧게 우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를 우리는 '횟수'의 즐거움
중국차는 보통 한 번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우려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 번째 우린 차와 두 번째, 세 번째 우린 차는 맛과 향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변화를 느끼는 것이 바로 중국차를 마시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 첫 번째 우림: 찻잎이 막 깨어나 향기가 가장 화사합니다. 맛은 연하지만 신선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 두 번째, 세 번째 우림: 찻잎의 성분이 가장 잘 우러나와 맛과 향이 가장 풍부하고 깊습니다.
• 네 번째, 다섯 번째 우림: 맛이 점점 연해지지만, 차의 본질적인 단맛과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차를 우릴 때마다 우려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마셔보세요. 예를 들어 첫 번째는 30초, 두 번째는 40초, 세 번째는 50초와 같이 시간을 조절하면 차의 맛을 더 균일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물 온도를 맞추는 방법
정확한 온도의 물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전기 포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만약 그런 도구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끓는 물 붓기: 100°C로 끓인 물을 컵에 옮겨 담으면 약 90°C로, 다시 다른 컵에 옮겨 담으면 약 80°C로 온도가 낮아집니다.
• 시간으로 조절하기: 물을 끓인 후 1분 정도 식히면 약 90°C, 2~3분 정도 식히면 약 80°C로 온도가 떨어집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터득한 우림 노하우
저 역시 처음에는 차를 우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저만의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차를 더 즐겁게 마실 수 있게 되었죠.
• '가장 좋아하는 차'로 연습하기: 가장 좋아하는 차를 한 종류 정해서, 물 온도를 바꿔가며 여러 번 우려 마셔보세요. 80°C, 90°C, 100°C의 물로 각각 우린 차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면, 차의 특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시음 노트 활용하기: 차를 우리는 조건(물 온도, 시간)과 그때의 맛과 향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나만의 '최고의 우림 조건'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를 '씻는' 과정, 세차(洗茶)
많은 중국차들은 차를 마시기 전에 찻잎을 씻는 과정인 '세차(洗茶)'를 거칩니다. 세차는 뜨거운 물을 찻잎에 붓고 바로 따라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 세차의 목적:
◦ 불순물 제거: 찻잎에 붙어 있는 먼지나 불순물을 씻어냅니다.
◦ 찻잎 깨우기: 건조된 찻잎이 물에 닿아 다시 피어나면서 차의 향과 맛이 더 잘 우러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좋은 차는 굳이 세차를 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괜찮습니다. 특히 섬세한 향을 가진 차는 세차 과정에서 향이 날아갈 수 있으므로, 세차를 건너뛰는 것이 더 좋습니다.
물 온도를 맞추는 간단한 도구
만약 차를 좀 더 편리하게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도구를 활용해 보세요.
• 온도계: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 전기 포트: 원하는 온도로 물을 데워주는 기능이 있는 전기 포트는 차 생활의 필수품입니다.
• 보온병: 끓는 물을 보온병에 담아두면 온도가 천천히 내려가서, 원하는 온도의 물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법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물 온도와 시간, 그리고 차의 종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차를 우리고, 그 차가 주는 다양한 맛과 향을 온전히 느껴보세요. 다음 챕터에서는 차를 마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도구들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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