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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코로나 이후 바뀐 출장 에티켓

by 정민영

5장. 코로나 이후 바뀐 출장 에티켓


2020년 초,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나는 베이징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승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조용한 기내 분위기. 그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출장 문화와 비즈니스 에티켓을 근본적으로 바꿀 거대한 변곡점의 시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건강과 안전이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상호 배려와 존중의 표현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어느 지역 어느 시기에 관계없이 발생될 수 있는 위험요소들에 대처하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최근에도 가끔 다시 코로나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중국 출장에서의 새로운 에티켓은 이제 성공적인 비즈니스 관계 구축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건강 정보 공유의 새로운 투명성

코로나19 이전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비즈니스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이 다소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미팅 전 건강 상태에 대한 간단한 확인이 서로를 배려하는 기본 예의가 되었다. 나는 최근 상하이 파트너와의 화상회의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죠?"라는 인사가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 진심 어린 관심의 표현임을 느꼈다.

중국에서는 건강코드 시스템이 일상화되면서, 출장자들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 되었다. 미팅 전 간단한 체온 측정이나 건강 상태 확인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이며,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마스크 착용의 새로운 의미

마스크 착용은 이제 단순한 감염 예방 수단을 넘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표현이 되었다. 중국 현지에서는 지역별, 상황별로 마스크 착용 규정이 다르지만,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상대방이 원한다면 기꺼이 착용하는 것이 예의다.

나는 광저우 출장에서 현지 파트너가 마스크 착용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전체 미팅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착용했다. 처음에는 소통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더 편안해하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거리 두기와 인사법의 변화

전통적인 악수나 포옹 대신 고개 숙여 인사하기, 손 모아 인사하기 등의 새로운 인사법이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는 원래 악수보다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문화가 있어서 이러한 변화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명함 교환 시에도 직접 손을 맞대지 않고 테이블을 통해 전달하거나, 충분한 거리를 두고 교환하는 것이 새로운 매너가 되었다.

회의실 좌석 배치도 달라졌다. 이전처럼 밀착해서 앉기보다는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필요시 투명 칸막이나 아크릴 보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배치가 오히려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세련된 방식으로 여겨진다.


대면과 비대면 미팅의 조화

팬데믹 이후 화상회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면 미팅과 비대면 미팅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스킬이 되었다. 첫 만남이나 중요한 계약 체결은 대면으로, 일상적인 업무 논의나 진행 상황 점검은 화상으로 나누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정착되었다. 중국 파트너들과의 장기적 관계에서는 정기적인 화상회의로 관계를 유지하다가,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대면 미팅을 갖는 패턴이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출장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관계의 깊이는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화상회의에서도 카메라를 켜고 정중한 복장을 갖추는 등 대면 미팅에 준하는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문화의 변화

중국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식사 문화도 큰 변화를 겪었다. 대형 원탁에서 여러 명이 함께 나누어 먹던 방식에서 개인별 플레이팅이나 공용 젓가락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건배 시에도 잔을 직접 부딪히지 않고 공중에서 제스처로만 하거나, 각자의 잔을 들어 올리는 방식이 늘었다.

베이징에서 현지 파트너와 저녁 식사를 할 때, 각자 개별 도시락 형태로 나온 음식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오히려 위생적이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화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가 없어도 충분히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호텔과 숙소에서의 새로운 에티켓

호텔 체크인부터 퇴실까지 모든 과정에서 비접촉 서비스가 확산되었다. 모바일 체크인, QR코드를 통한 룸서비스 주문, 비접촉 결제 등이 표준이 되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가능한 한 적은 인원이 탑승하고, 층수 버튼을 누를 때는 엘보우나 펜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객실 청소 서비스도 변화했다. 매일 청소를 요청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하는 것이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이 되었다. 수건이나 침구류 교체도 필요시에만 요청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교통수단 이용 에티켓

항공기, 고속철, 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에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가능한 한 대화를 자제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비행기에서는 기내식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것도 필요한 경우로 제한한다.

고속철을 이용할 때는 예약 시부터 창가 자리를 선호하게 되었고, 복도 쪽 자리보다는 다른 승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한다. 화장실 이용 후에는 반드시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가능하면 개인용 소독제를 휴대한다.


사무실 방문 시의 변화된 예의

중국 현지 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건강 상태를 확인받고, 방문자 등록 시 추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체온 측정, 건강코드 확인, 연락처 등록 등이 일반적인 절차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번거로워하지 않고 협조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 내에서는 개인 물품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펜, 서류, 명함집 등을 빌려주거나 빌려 쓰는 것을 자제하고, 필요시 개인용을 준비해 간다. 회의실에서는 자신의 물컵이나 물병을 사용하고, 제공된 다과도 개별 포장된 것을 선호한다.


네트워킹 이벤트의 변화

대규모 네트워킹 이벤트나 세미나는 규모가 축소되고, 참가자 간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함 교환도 디지털 방식이 늘어나고, QR코드를 통한 연락처 교환이 일반화되었다. 위챗 친구 추가도 QR코드를 보여주고 스캔하는 방식이 직접 휴대폰을 만지는 방식보다 선호된다.

상하이에서 참가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는 각자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오히려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서서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앉아서 소수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선물과 기념품 교환

선물 교환 시에도 위생을 고려한 새로운 에티켓이 생겼다. 포장된 선물을 선호하고, 직접 만든 음식이나 개봉된 제품보다는 공장에서 밀봉 포장된 제품이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도 직접 손을 맞대지 않고 테이블을 통해 전달하거나, 선물 봉투에 넣어서 전달하는 방식이 늘었다.

한국 전통 선물인 인삼이나 김 같은 제품도 개별 포장된 것이 더 선호되고, 선물 포장도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지보다는 종이 포장지를 선호하는 환경 의식도 높아졌다.


비즈니스 카드와 문서 교환

명함이나 비즈니스 문서 교환도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었다. QR코드가 포함된 디지털 명함이 늘어나고, 중요한 문서도 이메일이나 클라우드를 통한 공유가 일반화되었다. 종이 문서를 주고받을 때는 봉투에 넣어서 전달하거나, 교환 후 손 소독을 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계약서 서명도 전자 서명이 늘어나고, 직접 펜을 공유하지 않고 각자 펜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문서 검토 시에도 여러 사람이 한 문서를 동시에 보기보다는 개별 사본을 준비하거나 프로젝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통역과 언어 서비스

통역 서비스 이용 시에도 변화가 있었다. 통역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두고, 필요시 마이크나 스피커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동시통역 시에는 통역사가 별도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언어적 소통에서도 더 명확하고 간결한 표현이 선호된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발음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서 확인하고, 필요시 서면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건강 관련 대화의 일상화

이전에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건강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요즘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운동은 꾸준히 하고 계시죠?" 같은 대화가 관계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현지 파트너가 건강 보조식품이나 면역력 강화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경우도 늘었고, 이런 정보 교환이 새로운 비즈니스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공통 관심사가 되면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환경 의식의 변화

팬데믹을 겪으며 환경에 대한 의식도 높아졌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개인용품을 활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개인용 수저, 컵, 손수건 등을 준비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하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한 선택이 되었다.

호텔에서도 어메니티 사용을 줄이고, 수건이나 침구류 교체 빈도를 줄이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성숙한 여행자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런 작은 실천이 현지 파트너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


디지털 에티켓의 진화

화상회의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에티켓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화상회의 시 배경, 조명, 복장, 카메라 각도 등에 신경 쓰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회의 중 음소거, 화면 공유, 채팅 기능 활용 등의 기술적 에티켓도 중요해졌다.

중국과의 화상회의에서는 시차와 네트워크 상황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 연결 상태가 불안정할 때를 대비해 전화 회의 백업을 준비하거나, 중요한 내용은 회의 후 이메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이런 변화들이 단순히 제약이나 불편함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비접촉 서비스, 원격 협업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한중 간 협력 기회가 늘어났다.

현지 파트너와 방역용품이나 건강 관련 제품에 대한 사업 논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겼고, 이런 새로운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개발하는 협력도 늘어났다.


지역별 차이점 이해

중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방역 정책과 문화적 수용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와 지방 도시 간의 차이, 그리고 계절별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출장 전에 현지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적응

이러한 변화들이 단순히 팬데믹 기간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위생 관리,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유지,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 등이 이제는 비즈니스맨의 기본 소양이 되었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새로운 시대의 성공적인 출장자가 될 것이다.


상호 배려와 존중의 문화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상호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비즈니스 관계에도 더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만들어냈다. 작은 배려와 관심이 큰 감동을 주고, 이것이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팬데믹은 끝날 수 있지만, 그것이 가져온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소통 방식,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 등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 출장에서도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장 에티켓의 핵심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출장을 계획하며 마스크를 챙기고, 손 소독제를 확인한다. 마스크는 이제 출장 필수품이 되었다, 변화된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진정성 있는 소통의 가치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여전히 열정적으로 새로운 만남과 기회를 향해 나아간다. 만만디의 느긋함과 콰이콰이의 신속함 사이에서, 이제는 건강과 안전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진 균형감을 찾아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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