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출장지 도심 속 트레킹 코스 탐방
도시의 골목마다에는 그곳만의 숨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 나는 출장지를 고를 때마다, 공식 일정이 끝나는 그 순간을 위해 짧은 코스 하나쯤을 눈여겨본다. 바쁜 일정을 마친 뒤, 혼자 조용히 걷는 도심 속 트레킹이 주는 자유로움과 몰입—그것만으로도 여행의 본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장을 벗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은 채, 지도 앱도 끄고 오직 발걸음과 호기심에만 의존하는 시간. 그때야 비로소 도시의 진짜 호흡을 느끼고, 나 자신과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회의실의 형광등 불빛에서 벗어나 자연광 아래서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베이징 첫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자금성 둘레를 크게 한 바퀴 도는 트레킹이었다. 회의가 일찍 끝난 어느 오후, 나는 천안문에서 시작해서 자금성의 붉은 담벼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정문 대신, 동쪽과 북쪽의 한적한 담벼락길을 선택했다.
60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담벼락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명나라 황제들이 이 길을 걸었을 것이고, 청나라 시대에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내 발걸음도 그 긴 역사의 한 점이 되는 기분이었다.
담벼락 옆으로는 오래된 후통(胡同) 골목들이 펼쳐져 있었다. 현대적인 고층빌딩들 사이에서 여전히 전통을 지키고 있는 낡은 가옥들,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아주머니, 골목 어귀에서 새장을 들고 산책하는 할아버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베이징의 독특한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북해공원 근처까지 오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석양이 자금성의 금빛 기와지붕을 물들이고, 고궁의 위용이 더욱 장엄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단순한 관광객이나 출장객이 아니라, 이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경험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이 트레킹은 베이징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상하이에서는 와이탄에서 시작해서 황푸강을 건너 푸동 지역까지 걷는 코스를 택했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남긴 고전적인 건물들이 늘어선 와이탄에서 출발해, 현대 중국의 상징인 푸동의 초고층 빌딩들까지 걷는 것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했다.
와이탄의 오래된 은행 건물들과 호텔들을 하나씩 감상하며 걸었다. 각 건물마다 고유한 건축 양식과 역사가 있었다. 화교은행, 상하이관세청, 피스호텔 등 모두 상하이 근현대사의 산증인들이었다. 건물 앞에 설치된 안내판을 읽으며, 이 도시가 겪어온 격동의 시간들을 상상해 봤다.
황푸강변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강 건너편 푸동 지역을 바라봤다. 동방명주탑, 상하이타워, 상하이세계금융센터 등 마천루들이 장벽처럼 솟아 있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농지였던 곳이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외백도교를 건너 푸동으로 넘어가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현대적인 쇼핑몰과 오피스 빌딩, 넓은 도로와 깔끔한 인도.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조성된 신도시의 모습이었다.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고층빌딩들 사이를 걸으며, 현대 중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체감했다.
저녁이 되어 다시 와이탄으로 돌아왔을 때, 푸동의 야경이 황푸강에 비치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하루에 100년의 시간을 여행한 듯한 감각이었다. 이 트레킹을 통해 상하이라는 도시의 복합적인 면모를 이해할 수 있었다.
광저우 출장에서는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하이주후(海珠湖) 공원을 중심으로 트레킹을 했다. 회의가 끝난 오후, 더위를 피해 공원으로 향했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녹음 속을 걷고 싶었다.
하이주후 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잘 조성된 산책로가 있었고, 곳곳에 정자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현지인들이 태극권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여유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광저우 시민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들, 벤치에서 장기를 두는 사람들, 산책로를 조깅하는 젊은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바쁜 현대 도시에서도 이런 휴식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공원 한편에 있는 작은 언덕을 올라가니 광저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주강 주변으로 펼쳐진 고층빌딩들, 멀리 보이는 광저우타워,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옛 건물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광저우의 모습이었다.
해가 질 무렵까지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회의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중국 도시들이 단순히 경제 발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두에서는 진리(锦里) 고거리부터 시작해서 우허우츠(武侯祠)까지, 그리고 현대적인 타이구리(太古里) 쇼핑 지역까지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진리는 청두의 대표적인 전통 거리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복원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전통 공예품점과 찻집, 간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그래도 전통문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길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었다.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서예를 하는 할아버지, 그림자 연극을 보여주는 아저씨 등. 각자의 기예를 선보이며 관광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 멈춰서 그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예술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우허우츠는 삼국지의 제갈량을 기리는 사당이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1800년 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역사의 이야기들을 상상해 봤다. 사당 안에는 제갈량과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었다.
현대적인 타이구리로 이동하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세련된 쇼핑몰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 젊은이들이 쇼핑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트레킹을 통해 청두라는 도시의 다층적 면모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발전 방식을 몸소 체험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항저우에서는 서호(西湖) 둘레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대장정에 나섰다. 서호는 중국 문인들이 사랑한 명승지로, 수많은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곳이다. 그 역사적 의미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오전 일찍 백제(白堤)에서 출발했다. 제방을 따라 걸으며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감상했다. 아침 안개가 호수면에 피어오르고, 연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수묵화 같았다. 왜 옛 문인들이 이곳을 사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호에는 십경(十景)이라 불리는 명소들이 있다. 소제춘효(苏堤春晓), 곡원풍하(曲院风荷), 평호추월(平湖秋月) 등 각각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진 곳들이었다. 하나씩 찾아가며 그 의미를 생각해 봤다. 계절은 가을이었는데, 특히 평호추월에서 바라본 달빛이 아름다웠다.
레이펑탑(雷峰塔)에 올라 서호 전체를 조망했다. 호수를 둘러싼 산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 그리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풍경을 보며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지었고,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저녁 무렵 소제(苏堤)에 도착했을 때는 다리 완전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서호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만족감이 컸다. 벤치에 앉아 노을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순간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난징의 명성벽(明城墙)은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성벽 중 하나다. 600년 전 명나라 때 축조된 이 성벽의 일부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중화문(中华门)에서 시작해서 성벽 위를 걷기 시작했다. 성벽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걷기에 편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난징 시내는 옛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600년 전 이 성벽을 쌓았던 사람들이 현재의 난징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해 봤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난징의 역사를 되새겨봤다. 명나라의 수도였던 영광스러운 시절, 일본군 침입 시의 비극적인 역사, 그리고 현재의 발전상까지. 이 성벽이 모든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성벽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통해 성벽의 구조와 축조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성벽 안쪽에는 방어시설들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벽돌 하나하나에도 제작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옛사람들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해가 질 무렵 현무호(玄武湖) 근처까지 도착했다. 호수에 비친 성벽의 그림자가 아름다웠다. 약 4시간에 걸친 이 트레킹을 통해 난징이라는 도시의 깊이와 무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우한에서는 동호(东湖) 주변을 트레킹 했다. 동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심 호수 중 하나로, 주변에 잘 조성된 공원과 산책로가 있다고 들었다. 회의 스트레스를 자연 속에서 풀고 싶었다.
동호는 정말 컸다.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다. 대신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는 선월정(先月亭) 주변을 중심으로 걸었다. 호수변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곳곳에 정자와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호수에는 연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여름이어서 연꽃이 절정이었다. 연꽃 사이로 난 나무 데크를 걸으며 가까이서 연꽃을 감상했다. 연꽃의 은은한 향기와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고,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노인들이 태극권을 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들이었다. 나도 벤치에 앉아 한참을 그 풍경을 바라봤다.
저녁 무렵 호수에서 바라본 석양이 장관이었다. 붉은 노을이 호수면에 비치고, 연꽃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우한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안의 성벽은 중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 성벽 중 하나다. 14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성벽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걸어서 일부 구간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남문(南门)에서 출발해서 성벽 위를 걸었다. 성벽의 폭이 넓어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닐 수 있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시안 시내는 바둑판 모양으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당나라 시대의 도시 설계가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성벽 위에는 망루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각 망루마다 올라가서 시내를 조망할 수 있었다. 특히 종루(鐘樓)와 고루(鼓樓)가 있는 시내 중심부의 전경이 인상적이었다. 고층빌딩들 사이에서도 전통 건물들이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벽을 걸으며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시안의 역사를 생각해 봤다. 1300년 전 이곳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향했던 상인들과 여행자들. 그들도 이 성벽을 바라보며 긴 여행을 준비했을 것이다. 나도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지면서 성벽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조명이 성벽의 웅장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이 트레킹을 통해 시안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대련에서는 성해광장(星海广场)을 중심으로 해안가를 따라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 내륙 도시들과는 다른 바다 도시의 매력을 느끼고 싶었다. 회의가 끝난 오후,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고 싶었다.
성해광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 광장 중 하나라고 했다. 정말 넓었다. 광장 중앙에는 기념비가 있고, 주변으로는 현대적인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광장에서 바라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황해의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가 아름다웠다. 산책로 양쪽으로는 야자수와 화단이 조성되어 있어서 열대 도시 같은 분위기였다.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걷기에 좋았다.
해안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연인들이 산책을 하고,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낚시꾼들이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들이었다. 내륙 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움이 있었다.
해 질 녘이 되자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바다에 비친 석양이 황금빛 길을 만들어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하루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바다가 주는 힐링의 힘을 체감했다.
선양에서는 북릉공원(北陵公园)을 걸었다. 청나라 태종 황태극의 능원인 소릉(昭陵)이 있는 곳이다. 만주족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능원까지는 긴 참배로 가 이어져 있었다. 양쪽으로는 석상들이 늘어서 있어서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말, 낙타, 코끼리, 사자 등 다양한 동물 석상들과 문관, 무관 석상들이 있었다. 각각의 조각이 정교하고 생동감이 있었다.
참배로 를 걸으며 청나라의 역사를 생각해 봤다. 만주 지역에서 일어나 중국 전체를 통일했던 청나라. 그 시작점이 바로 이곳 선양이었다. 황태극이 꿈꿨던 대업이 후에 실현되었다는 것이 감개무량했다.
능원 주변은 잘 조성된 공원이었다. 울창한 나무들과 잘 정리된 정원이 있었다. 현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역사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만주족의 문화와 중국 역사의 복잡성에 대해 생각해 봤다. 단일 민족이 아닌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도심 속 트레킹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내적 변화였다. 회의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도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발로 직접 체험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오직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그런 시간을 통해 출장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트레킹 도중에는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길을 물어보거나, 사진을 부탁하거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런 만남들이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을 더욱 깊게 해 준다.
베이징에서는 후통 골목을 걷다가 장기를 두고 있던 할아버지들과 대화를 나눴다. 서투른 중국어였지만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상하이에서는 와이탄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아주머니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만남들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을 체험할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알던 중국과 실제 중국의 차이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선의는 국경을 넘어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도심 트레킹은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되었다. 출장 중에는 회의와 식사가 대부분이어서 운동 부족이 되기 쉽다. 하지만 틈틈이 트레킹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졌다.
시차 적응에도 효과가 있었다. 햇빛을 받으며 걸으면 생체 리듬이 빨리 현지 시간에 맞춰진다. 특히 오전에 트레킹을 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았다.
도심 트레킹을 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첫째, 혼자 다닐 때는 인적이 드문 곳은 피한다. 특히 밤늦은 시간에는 주요 도로나 사람이 많은 곳만 걷는다.
둘째, 귀중품은 최소한만 가져간다. 여권이나 많은 현금은 호텔에 두고 나간다.
셋째,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호텔 주소를 중국어로 적어둔다.
넷째, 응급상황에 대비해 현지 응급전화번호를 저장해 둔다.
다섯째, 날씨 변화에 대비해 간단한 우비나 외투를 준비한다.
이런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지키면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과도한 걱정보다는 적절한 준비와 상식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같은 코스라도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봄에는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여름에는 푸른 녹음의 상쾌함을, 가을에는 단풍의 황홀함을, 겨울에는 설경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베이징의 자금성 둘레길도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봄에는 목련꽃이 피어 화사했고, 가을에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운치가 있었다. 항저우 서호도 계절마다 다른 십경을 보여주었다.
트레킹의 순간들은 사진과 메모로 기록해 둔다. 단순히 관광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까지 함께 기록한다. 나중에 그 기록들을 보면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소나 만남은 자세히 기록해 둔다. 언젠가 그곳을 다시 찾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유용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록들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
도심 속 트레킹은 단순한 걷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도시와 나 사이의 소통이고, 역사와 현재의 만남이며, 타인과 나 자신과의 대화다. 매 걸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고, 매 순간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있다.
출장이라는 목적으로 온 낯선 도시에서, 트레킹을 통해 그 도시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관광 가이드북에서는 알 수 없는 살아있는 도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더 풍부해졌다.
앞으로도 어떤 도시를 가든 트레킹 코스를 미리 계획해 둘 것이다. 회의실에서 벗어나 도시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쌓여서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더 깊은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출장지의 지도를 펼쳐놓고 트레킹 코스를 그려본다. 어떤 길을 걸을지, 어떤 풍경을 만날지, 어떤 사람들과 스쳐지날지 기대하면서. 그리고 그 모든 만남과 경험이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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