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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올디 Aug 25. 2024

부서이동 후 깨달은 회사생활에서 중요한 것

네트워크와 이미지

그렇게 부서를 옮기게 됐다.

업무 자체는 비슷했지만 사람이 달랐고, 사람이 다르니 같은 업무라도 일하는 방식이 달랐다.

입사 후 첫 부서이동은 너무 낯설기만 했다.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다들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신입사원일 때보다 더 방치되는 듯했다.

마치 ‘너는 신입사원 아니니까 다 할 줄 알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새로운 부서에서 바보처럼 보일 순 없었다. 자리 옮기는 것부터 업무에 필요한 각종 권한신청까지 모두 혼자서 해나갔다. 잘 모르는 것은 이전 부서에서 먼저 부서를 이동했던 선배들이나 후배들에게 물어가면서 해냈다. 그래도 옮긴 부서에 원래 알던 형이 과장으로 있어 기댈 구석은 있었다.

한 1~2주 지났을 무렵, 이전 부서에서 내 존재가 지워진 것을 알게 되면서 한창 힘들어하던 때, 옮긴 부서의 부서장과 면담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면담을 이어갔다.

나는 한 달 정도 적응기간 후에 교대근무로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원래 하던 교대근무로 투입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졌다. 그로부터 2주 후 나는 다시 불려 갔고, 다들 하기 싫어하는 기피 업무를 맡게 되었다. 새로운 설비를 설치 및 셋업 하여 설비가 가동될 때까지 준비하는 업무였는데, 기존에 있던 셋업 리더가 인원 충원을 요청했고, 마침 내가 적임자라며 부서장이 추천한 것이었다.

사실 겉으로만 적임자였고, 기피업무를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애매한 포지션의 내가 눈에 띈 듯했다.

'아... 여기서의 생활도 꼬이는구나. 괜히 왔다.'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부서장과의 면담 후 셋업리더가 나를 불렀다. 오늘부터 당장 업무에 투입될 것이니 빠르게 업무를 숙지하라고 했다. 나로서는 첫 번째 테스트와 같았다. 왠지 이 고비를 넘기면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셋업리더는 내 얘기를 들어봤다고 했다. 고작 4년 차밖에 되지 않은 내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궁금해하던 차였는데, 먼저 출처를 얘기해 줬다.

'너 ㅇㅇㅇ 형 알지? 그 형이 나랑 동긴데 니 얘기하니까 칭찬 많이 하더라. 기대가 많다.'

그분이 말한 ㅇㅇㅇ형은 이전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과장님이었다. 나를 좋게 보셨는지 좋게 말을 전해준 모양이었다. 새삼스럽게 느꼈다.

'아, 회사생활은 인맥이랑 이미지가 참 중요하구나.'




예전 부서에서 선배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가 있다.

'회사 생활은 네트워크랑 이미지다.'

그때 당시에는 부서이동은 생각도 없었고, 연차도 낮아서 그리 와닿지 않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회사생활이 실력이 아닌 이미지와 네트워크로 결정된다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앞의 이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시 나는 소위 '나아니면 부서 안 돌아가'라는 식의 자신감이 충만하던 때였고, 일을 잘하면 회사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서를 옮겨보니 일을 잘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내가 부서이동을 해서 오기도 전에 내가 옮겨온다는 소문은 이미 퍼졌고, 다들 나름의 네트워크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확인해 본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나는 이전 부서에서의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조금 더 괜찮은 이미지로 옮긴 부서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미지가 안 좋았더라면,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낙인이 찍힌 채로 내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생활 내에서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직접 체감해 보니 네트워크도 꽤 중요했다. 대기업이라 직원 수가 엄청 많아서 서로 많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회사는 생각보다 좁았고, 다들 건너 건너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있었다. 그저 내 세상이 너무 좁은 것이었다.




부서이동을 해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연차가 많이 쌓인 다음에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부서를 옮기다 보니 남들에 비해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론 위기가 기회를 준다.'

부서 이동을 통해 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부서이동은 소위 '실무능력'만이 실력 있는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린 내게 '네트워크와 이미지'도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실무능력'이 있어도 사람들은 내 진가를 보려고 하지 않고 색안경을 끼게 마련이고, '네트워크'가 좋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을 아무도 몰라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재야의 고수처럼 숨은 실력자들이 종종 등장하곤 하지만,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이미지와 네트워크'는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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