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영택 May 03. 2024

출간을 하게 됐습니다

출간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썼던, PD로서 밥벌이했던 제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브런치북 <직업으로서의 PD>를 삭제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많이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도 남겨주셨는데, 먼저 말씀드리지 못하고 삭제하게 돼버려 죄송합니다.


 아직 얼떨떨합니다. '실화냐'라는 생각이 들어요. 늘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고심하고 애써왔던 20대, 30대였습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만을 생각하고 실천해 왔어요.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룬 적은 거의 없습니다. 번아웃으로 몸과 마음이 타버렸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노와 허탈함이 가득했던 청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합니다. 출간을 목표로 글을 썼던 게 아니라서요. 어느 날, 수면시간이 적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금도 수면시간은 적지만, 방송을 해왔던 지난날들은 정말 비정상적으로 잠을 못 잤어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난 치매에 걸리겠구나' 영상 바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0년째라서 당연히 과거의 일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거기에 치매라도 걸리면 내 젊은 날이 송두리째 날아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름 불태웠던 청춘이 제게 결코 무의미한 건 아니었고 다들 그렇게 이 세상 살다 간다지만, 슬펐어요. 지금도 아무도 제게 묻는 이는 없지만, 만에 하나 혹시라도 제 딸이 '아빤 어떤 청춘을 살았어?'라고 물을 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건 역시 슬프잖아요. 그래서 아직 기억이 남아있는 지금, 제 청춘의 기억을 제 컴퓨터 안의 워드 문서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적다 보니, 이번엔 억울하고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수 없던 제가, 영상을 제작하며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홀로 고민했던 그 시간들, 그 경험들, 그로 인해 알게 된 지식들이 제게서 끝난다는 게요. 다른 글에서 적었듯, 전 지금 방송 현장을 떠났습니다. 혼자서 일하며 누군가를 가르치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가 얻은 것들은 제게서 끝난다는 건 점점 기정사실로 되고 있고, 역시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된 후, 2022년 제가 얻은 영상 제작 노하우를 담은 <예능 편집 기본기>라는 브런치북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고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PD로서 제 청춘의 기록까지 올릴 용기는 없었어요. 제 딸들이나 읽어볼 만한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고, 성공하지 못한 일개 PD 나부랭이가 'PD는 어떻다, 저떻다'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자격도 없고요. 혹시, 지금도 필드에서 밤낮없이 구르고 있을 PD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을 거란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입 PD님들과 취준생님들의 댓글을 봤어요. 제 글이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기뻤어요. 그리고 PD가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어린 날의 전, PD로서의 경험을 뭐가 됐든 얘기해 달라고 지금의 제게 졸라댔을 거예요. 그런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제 컴퓨터 안에 있던 청춘 기록을 공개하자.


 그래서 <예능 편집 기본기>를 쓴 지 거의 2년이 다 돼서, 브런치북 <하필이면 PD를 해서>와 <직업으로서의 PD>를 오픈했습니다. 그런데 종이책 한 권 만들 분량도 넘쳤어요. 모두들 '내 인생, 책으로 만들면 몇 권 나온다' 할 정도로 각자의 드라마가 있는데, 저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투고해 볼까? 안 되면 말고'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간이 목표가 아니었으니까요. 눈여겨봤던 다섯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고, 역시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그 정도 이야기까진 아니지'란 생각에 투고를 중단했고, 맡겨진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며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메일이 왔어요.


          

 그래서 다음 달 제 책이 나옵니다. '하모니북'이란 든든한 출판사와 대표님을 만나, 지금 열심히 제작하고 있어요. 정말 이상합니다. 20~30대에는 그렇게 이루려고 노력해도, 머리를 굴려 갖은 방법과 전략을 짜도, 밤낮없이 시간과 건강을 써대도 결코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하니까 천천히나마 하나씩 이루어집니다. '시청률·조회수·구독자 상승!'이나 '매출 증대!'란 목표처럼, '절대 출간!'을 목표로 달리지 않았는데 책을 좋아했던 어렸을 때의 바람. '나도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써보고 죽어야지' 그게 이뤄지려 하고 있습니다. 기쁘면서도 뭔가 맥 빠지기도 하고, 정말 이상하고 희한합니다.


 영상 바닥에선 계약하고도 엎어지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출판 계약서에 사인한 후에도 엎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구독자님들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브런치북을 삭제했습니다. 이제야 다시 한번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5월, 열심히 제작해서 6월. '여름이었다'네요. 여름의 초입에 완성된 책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매링크


알라딘

http://aladin.kr/p/mRsvC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7157769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55982


영풍문고

https://www.ypbooks.co.kr/book.yp?bookcd=101300538

작가의 이전글 직업으로서의 P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