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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택 Jun 19. 2024

부모님께 출판금지가처분

<직업으로서의 PD> 출간

수정. 대기. 수정. 대기.

  

 지난했던 출간 과정이었다. 진짜 마지막 최종의 최종 수정본을 넘기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출판사의 메일이 왔다.



 그렇구나. 출간 과정을 거치며 짜게 식어버린 설렘의 불씨가, 인터넷 서점에 등록된 책을 보니 다시 살아나려 했다. 가장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께 예약 판매 링크를 보내드리고, 전화를 했다.


 "아버지, 책 나왔어요~ 하나 사주셔요~"

 "어? 아~ 그 책 나왔구나... 응, 살게. (잠시 침묵) 수고했다..."


뭐지...     


 "어머니, 책 나왔어요~ 하나 사주셔요~"

 "나왔어?... (잠시 침묵) 서점에 있는 거야?"

 "아니, 예약 판매. 서점에는 나중에~"

 "응... 그래... 고생했어, 아들."


 뭐지... 기쁜 것 같으면서도, 피자 위의 치즈 마냥 늘어진 이 반응. 묘하게 반씩 섞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위화감... 뭐지? 며칠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ㅋㅋ 여보ㅋㅋ 아버님, 어머님이ㅋㅋㅋ"

폰 너머로 격하게 웃음을 참고 있는 아내가 덧붙였다.     


 "아버님이 너무 좋으신데~ 그런데ㅋㅋ"

 "왜~ 뭐라고 하셨는데?"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가 드러났다.


 "너무 좋으신데~ 자랑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으시대~ 그동안 주변에 우리 아들 방송국 정직원 PD라고 말씀하셨어서, 책을 내도 알릴 수가 없다고 답답하시대ㅋㅋㅋ 하필 써도 프리랜서 PD로 개고생한 걸 썼냐구ㅋㅋㅋ"
     

 그랬다. 내가 프리랜서 PD로 일한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아버지의 주변 분들에게 난 공중파 방송국 정직원 PD였다! 아, 진짜ㅋㅋㅋ 어마어마하네ㅋㅋㅋ 하지만, 아내의 말은 멈출 줄 몰랐다.


 "근데, 어머님도ㅋㅋㅋ"

 "엄마도?! 진짜 어질어질하다~ㅋㅋㅋ"


 그 후 어머니에게 카톡이 왔다.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는 10권, 우리 어머니는 7권을 예약 구매하셨고, 그 17권의 책들은 모두 개인 소장될 예정이다. 나의 1호 샤이 독자이신 부모님은, 대신 서점과 도서관을 도시며 보이는 족족 싹쓸이와 희망도서 신청을 하시겠다고 굳게 다짐하셨다.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으신다. 날도 더운데 탈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다. 나는 왜 가족과 상의도 없이 이런 글을 무작정 써버렸나. 부모님께 출판금지가처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정말 좋으시긴 한 것 같다. 늘 고맙고... 사, 사랑해요!


엄마... 이제 그만 사요...




 모르고 있었지만 책이 나오면서 기뻤던 건, 출간된다는 그 자체보다, 연락이 끊어졌던 지인들과 다시 연락을 주고 받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난 복 받은 놈이었구나'란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이 나오지도 않은 예약 판매 기간이었지만, 알라딘 예술/대중문화 주간 83위,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자기계발 170위, 예스24 취업/유망직업 21위, TOP20 1주라는 기대치도 않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요 몇 년간, 작업실에서 계속 혼자 일하며 고독에 익숙해져갔는데, 전 혼자가 아니었나 봐요. 모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정말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알라딘 예술/대중문화 주간 83위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자기계발 170위
예스24 취업/유망직업 21위, 취업/유망직업 TOP20 1주



 그리고 내일, <직업으로서의 PD> 정식 판매가 시작됩니다. 정식 판매도 전에 이미 충만해져버려서, 되려 평정심을 찾게 됐습니다. 이제 다시 평소의 일상을 이어가야죠. 그럴 수 있도록, 에너지를 마구마구 불어넣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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