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작가가 되어간 8년을 떠올리며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2017년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글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제 손을 이끌던 시절, 지금 보면 비문과 어색한 표현으로 범벅된 문장들이었지만 크게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면서 저는 글을 썼습니다. 그때 받은 승인은 꼭 ‘브런치’ 작가 승인이라기보다, 브런치 ‘작가’ 승인으로 느껴져서 일까요. 앞으로도 써도 되겠구나, 아예 보잘것없던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은밀한 행복이 마음을 물들이는 것을 감각했습니다.
저의 첫 글쓰기 소재는 영화였습니다. 어떤 영화에는 해명하고 싶은 아름다움과 보는 이로 하여금 열렬하게 만드는 감정을 품고 있더군요. 그렇게 반짝이는 것과 그것에 매혹된 제 마음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일을 하기에 제가 유일하게 적합한 존재는 아니지만, 저라서 쓸 수 있는 정서와 서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자긍심은, 뭐랄까요, 정지돈 소설가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디선가 그는 이렇게 적었죠.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착각’이라고.
그 착각과 함께 8년을 지나면서 저는 서서히 작가가 되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해서가 아니라, 쓰는 것이 곧 저의 존재 방식이 되었다는 의미에서요. 이것은 아마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달라지지 않을 정체성이기도 할 것 같아요. 쓰지 않고 생각하고 느끼는 일은 이제 저에게 불가능해졌습니다. 겪고 경험한 모든 사태에 언어를 부여하면서 저는,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는 창조주의 흉내도 제법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숨죽이며 잠재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되찾아주는 일 같다는 말이에요.
어떤 소재나, 주제의 글이라 할지라도 쓰는 일은 어둠에 파묻힌 것에 촛불을 비추는 일. 잠잠했던 것들이 몸을 일으키는 일. 그렇게 작고 연약한 생명과 부활을 부여하는 일. 저의 생일날, 브런치를 통해 받은 것들을 떠올리며 적었습니다. 그것들이 곧 저를 이루었네요. 그 마음이, 브런치의 10주년에 대한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5.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