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접하는 것들은 2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교재와 책. 교재의 운명은 학급이 끝나면 버려집니다. 아주 철저하게 버려지죠. 심한 경우는 태우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책은 태우지 않죠. 오히려 가지고 있죠. 문제는, 교재와 책이 있는데 우리는 둘 다 같은 책으로 생각하고 있죠.
책은 졸리지 않게 합니다. 반대로 교재는 나를 졸게 만들고 나를 밀어내죠. 그렇기에 학생 때 우리가 가진 교재들을 넘겨보면 알게 되죠. 침을 흘려져 있거나 얼굴의 윤관이 찍혀있거나. 맞습니다. 그것이 교재이죠. 그럼 어떤 것이 책일까요? 읽으면서 재밌다고 느끼는 모든 책들이 다 자신에게 책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나에게 책이 되는 것이죠. 만약에 학교 선생님들이 그것들을 교재로 쓰게 되면, 그 책들은 학생들에게 보다가 자게 하는 것이 되죠. 교재. 이건 정말 놀라운 문제이죠. 이렇게 우리가 학교에서부터 교재라는 것에 시달리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나중에 성인 되어서도 종이에 글을 써져 있는 것만 봐도 진저리를 치게 되는 것이죠. 바로 그런 이유에서 한국사람들이 책을 정말 많이 안 읽는다라는 뉴스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어떤 책이 많이 팔리게 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그걸 누군가 사서 읽겠죠? 그저 베스트셀러라고 하니까 읽겠죠? 베스트셀러는 교과서 책이 많이 팔리는 것과 비슷하죠. 베스트셀러라서 산 책들이 집에 있나요? 아직도 읽으시나요? 왜 안 읽으시나요? 그건 우리한테 교재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거 정도는 읽어줘야 지성인 같으니깐. 혹은 남들이 좀 읽으면서 살아라고 하니깐. 그래서 사서 좀 읽어보신 게 아닌가요?
우린 책을 잃어버렸습니다. 책이라는 것을요. 학창 시절에 교재 밑에 책을 깔아서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내가 이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소설을 오늘 읽겠다"라고 해서 읽은 소설이 있으셨나요? 교재는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나 체계에서 원하는 것들이죠. 내가 원하는 책이 책이라고 부르는 거죠. 우리들은 자기를 위해 사시나요? 그건 책을 읽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죠. 교재만 보진 않았나요? 토익 관련된 책을 좋아하시나요? 토익 책 말고 진짜 책을 읽으시나요? 책을 읽는 사람은 굉장히 행복해집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거든요.
A라는 음식을 먹고 B라는 음식을 먹었더니, A음식이 좋으면 나예요. 파리나 도시 쪽에 있는 것보다 알프스 쪽에 있는 게 좋으면 그게 나예요. 그래서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사귀어도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대학이나 직장, 이런 것들이 아니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거잖아요.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죠?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니까. 자신에게도 똑같은 것이죠. 그런데 우리들은 교제만 봐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질 모르게 되죠.
책은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나니깐 좋아하는 것.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절대 바로 사시지 마세요. 속지 마세요. 서점에 가서 몇 장 넘겨서 읽어보다가 가슴을 울리는 책을 발견하면 그다음에 사서 읽으면 돼요. 책이니깐요. 교제를 사는 것이 아니죠. 그저 어떤 저자가 유명해서 사면 안 된다는 말이죠. 이렇게 말할 수 도 있습니다. "죽을 때 자신의 서가에 꽂혀있는 책이 바로 자신의 내면이다."
음반도 자기가 좋아해서 사지, 유명하다고 사진 안잖아요. 여행도 갔다가 좋으면 몇 박 더 있고 싫으면 바로 와도 되는 것이 여행이죠. 전집이나 9박 패키지 같은 것에 속지 말란 말이죠. 요즘 사회책들이 안 팔려서 그런지 전집으로 몇 퍼센트 해서 팔더라고요. 이런 것에 절대 속지 말라는 겁니다. 절대. 우리들의 교재 욕구를 건드리는 것이죠. 뭔지 아시겠죠?
서점에 가서 오늘은 내 맘을 울리는 책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가서 읽어보시죠. 검열하지 말고요. 수준이 낮고 높고 이런 건 없습니다. 만화책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면 읽으면 됩니다. 집에 가서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사서 집에서 읽으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한 권 두권 읽다 보면 성장하게 되죠. 타인을 위한 책들 그만 읽자고요. 지겹게 자신을 흥분시키는 책을 읽다 보면 나중에 바닥을 쳐서 그만 읽고 싶을 질 겁니다. 그렇게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브런치'라는 곳에 자신의 글을 쓸 수 있게 되겠죠? 벌써부터 설레지 않나요?
그렇다면 오늘 한번 서점에 가보는 건 어떤가요? 지겹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떤가요? 서점에 가서 내가 정말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있는지 없는지궁금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