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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사유를 글로 바꾸는 작문 훈련법

생각을 문장으로 연결하는 연습

by 정수필

"쓸 말은 넘치는데, 막상 쓰려 하면 아무 말도 안 떠오른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말하는 벽이다.

감정도 있고, 통찰도 있고, 해야 할 말도 분명 있는데

정작 종이에 옮기려 하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건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생각을 말로 조직하는 감각, 즉 작문의 구조적 감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내면에서 떠도는 사유를 외부 세계로 이식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분명히 훈련 가능한 리듬과 틀이 있다.



흐트러진 사고는 구조를 통해 밖으로 나온다


생각은 본래 무정형이다.

감정, 기억, 통찰이 한꺼번에 떠오르고, 그 안엔 순서도 논리도 없다.

글쓰기는 이 혼란을 질서 있는 말의 구조로 꿰매는 작업이다.

이 흐름을 만들지 못하면 문장은 공중에 붕 떠 있고,

읽는 사람은 단서를 놓친 채 길을 잃는다.



사유를 문장으로 연결하는 3가지 훈련


1. 하나의 생각은 하나의 문단으로 담는다


여러 생각을 한 번에 풀어내려 하면 글은 금세 지저분해진다.

'이 문단은 어떤 말을 할 것인가?'라는 중심만 잡아도 충분하다.

핵심 문장 하나를 중심으로, 그 주위를 설명과 예시로 감싸듯 써 내려가 보자.

문단은 하나의 사고 단위다. 그 원칙만 지켜도 글은 놀랍게 안정된다.



2. 그래서 나는 왜 이 말을 하고 있지? - 재질문 훈련


글이 막히는 건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말을 왜 하고 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문장으로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지?

이 문장이 내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

이 질문을 던지고 다시 문장을 꿰맞추면 흐름은 다시 이어진다.



3.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 표현한다


좋았다, 힘들었다, 벅찼다...

이 말들은 감정을 전달하지만

읽는 사람의 뇌에는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심장이 반 템포 빨라졌다.

이 문장을 쓰기 직전, 손끝이 얼어붙었다.

이런 표현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 순간을 함께 느끼게 한다.


글은 감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감각을 통해 감정을 통과시킨다.



글쓰기의 본질은 생각을 붙잡는 리듬이다


생각이 많다는 건,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세계가 많다는 뜻이다.

그 세계를 하나씩 꺼내 말로 순서를 붙여보는 것.

그게 작문의 훈련이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리듬이다.

정확하게 쓰려고 하지 말고

떠오른 사유를 문장이라는 경계 안으로 데려오는 시도 자체를 반복해보자.



생각은 정리되지 않는다, 다만 연결될 뿐이다


사고는 정리의 대상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비로소 조각난 사유들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글은 혼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짐에 구조를 부여하는 훈련이다.


쓰는 사람은 정리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구조를 선물하는 사람이다.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아직 문장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글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흐름을 바깥으로 흐르게 하는 연습이다.




필명 | 정각(正覺):

문제를 바르게 꿰뚫고,

삶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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