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상이 어떻게 5만 원이 되나요
근무 중 갑자기 집주인한테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n월 n일에 방 빼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당황스러웠다. n월 n일은 자취방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날이다.
나는 타지에 머물고 있고 근무 여건 상 이사 갈 것을 대비해 현재 머무는 자취방에서 1년씩 계약 연장을 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번에도 연장할 생각이었고 묵시적 갱신이 적용되니 이번에 다시 또 1년 머물 예정이면 올해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 묵시적 갱신을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엥? 방을 빼라고요? 갑자기요?
나름 평화롭게 일하다 받은 벼락같은 연락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당황스러우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내가 뭔가 잘 못 한 게 있나 빠르게 되짚어 봤다.
나는 월세를 밀리지 않고 매 월 달마다 꼬박꼬박 제때 납부했고, 술 먹고 난동을 부리거나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친구를 초대해 광란의 파티를 열어 시끄럽게 한 적도 없고, 흡연자가 아니라 실내 흡연으로 민원을 받은 적도 없는데. 갑자기 왜 그러시죠?
식은땀이 흐르는 걸 체감하며 빠르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니 답변이 왔다.
건물에 방수 페인트칠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며 힘들어서(돈이 많이 들어서) 올해는 월세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부동산에서 확인해 봤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며 1년 더 머물 계획이면 월세 5만 원을 올리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제 고장 나는 게 있으면 직접 고치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제'라니. 애초에 이사와 머물면서 고장 낸 것도 없었을뿐더러 뭔가를 먼저 고쳐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임대인 문제도 있었다는 희한한 증거를 남기시는 것일까? 황당했다.
하지만 나는 임차인이고 상대는 임대인이라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캐묻지는 않았다. 괜히 심기를 거슬렸다가 불이익당하는 건 싫으니까.
우선 연장할 계획이었는데 회사 상황을 알아본 뒤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집을 내놓아야 하니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알려달라고 하셨다.
약 10분 만에 긴급했던 카톡은 마무리되었다.
휴. 우선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이 됨과 동시에 월세 5만 원을 인상할 수 있나 궁금해졌다. 알아보니 월세는 5% 인상 가능한데 나는 현재 월 5만 원이 상승할 만큼 월세를 내고 있지 않다. 5만 원을 인상할 정도면 월세가 100만 원이라는 말인데 이 집 컨디션이 그렇게 되지 않을 뿐더러 월세만으로 그렇게 낼 돈도 슬프지만 현재는 없다.
집주인과 내가 계약한 부동산이 서로 꽤 아는 분들이라 연락해 물어보기도 그렇고, 제가 알아보니 아니라고 하던데요? 하면 이번 계약 연장이나 나중에 현재 머문 자취방에서 이사 갈 때 괜히 꼬투리 잡혀서 못 올린 월세만큼 보증금을 깎을까 걱정된다.
요즘 내게 돈 없고 힘들다고 말씀하셔서 더 불안하다. 만약 이사가게 되면 내 보증금 잘 돌려받을 수 있겠지..?
보통의 상식으로 임차인이 임대인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요.. 외치고 싶다.. 세입자가 집주인 보다 더 돈이 없지 않을까요.. 속에서 눈물이 난다.. 짜증도 나고.. 5% 인상이 어떻게 5만 원이 되나요.. 제가 지금 100만 원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 게 아닌데..
물어볼까 말까 이사 갈까 말까 더 머물까 말까 여기가 최선일까 아닐까.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요즘 고민이 많다. 이래서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