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결심한 것 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한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 없었다. 그 말인 즉, 한동안 관심사가 없었다는 말이다. 내 삶이 무미건조 해졌다는 의미이다. 나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하나씩은 관심사가 있었다. 관심사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하고싶은 게 많아서 별명이 '하고재비(경상도 사투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관심을 책으로 표출했었다. 하지만 요즘 한 두달은 일상에 치여 다른 것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웠고 그런 에너지 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않았다.
어찌저찌하여 반 강제로 도서관에 갔다. 읽고 싶었던 신간들은 이미 다 대출 중이었고, 어떤 책들이 있나 보던 찰나 나의 관심을 끌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았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상과 하기 싫은 일,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해야만 한다면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를 배가시키는 것은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함'이었는데 원인은 휴대폰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그램.
타인의 삶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나도 해보고싶고, 나도 사고 싶었다. 한번 앱을 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시간은 인스타그램만 보고 있었고 결국에는 손가락과 손목이 아팠다. 인스타 팔로워를 정리하고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팔로워들만 남겨두었지만 소용 없었다. 습관이었고 중독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통제력을 잃었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유용성이 아니라 자율성이다.(p.28) 중독은 해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복에 대한 강렬한 동기를 제공하는 약물이나 행동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p.36)
한달 전 부터 가벼운 핸드폰 (아이폰 12 미니)로 바꾸고 싶었다. 그 이유를 찬찬히 아주 객관적으로 살펴보니 지극히 SNS 중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가벼워서(가벼우면 오래 핸드폰을 해도 손목에 무리가 덜 간다.)
사진과 영상이 잘나와서(사진이 잘나오면 SNS 업로드가 용이해진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고 SNS에 미친듯이 포스팅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나면 어떤 반응이 올 지, 얼마나 반응이 올 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기술업계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능을 활용하는데 능숙해졌다.(p.43)
나름대로 SNS를 잘 활용한답시고 비공개 개인용 계정 외에 디자인 계정과 요가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 추후 파이프라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이 계정들은 파이프라인이 되기도 전에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UX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앱을 다 다운받아서 보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 건 맞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한 수단이 나를 갉아먹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의 모든 에너지가 휴대폰으로 모이고 있었다.
(디지털이 혹은 신 기술이)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수단인지 따진다. 그 답이 '아니요' 라면 신기술을 최적화 하려고 애쓰거나 더 나은 대안을 찾는다. (중략) 맥시멀리즘은 혜택을 볼 약간의 잠재력만 있다면, 주의를 잡아끄는 기술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태도다.(p.48)
책을 읽고 나를 진단해보니 나는 디지털 맥시멀리스트였다. 100 중에 0.1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여도(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같아 보이는 것) 앱을 다운받고 확인해보고 계속보고, 또 보고 있었으니까.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 채 디지털과 새로운 콘텐츠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최신 앱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작은 작은 혜택에 유혹당하면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 바로 삶의 시간이라는 비용을 잊어버리기 쉽다. (중략) 소로는 삶의 시간을 분명하고 가치있는 대상, 우리가 가진 가장 가치있는 대상으로 대하라고 요구한다. 또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항상 살피라고 요구한다.(p.62)
당연히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나에게 남은 건 뻑뻑한 눈, 뻐근한 손목, 딱딱해진 어깨와 목 그리고 불쾌한 기분이었다. 모든 콘텐츠를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게 올라오진 않았을까? 하면서 새로고침해보고, 내가 못봤던게 있었을까? 하며 무한 스크롤을 하는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혹시 멈추기 싫었던 걸까?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를 그만두면 내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그럴 에너지와 의욕이 없었으니까. 잠깐 책을 덮고 내가 왜 SNS를 하는지 돌이켜봤다. 이유는 두가지이다.
1. 일단 빈 시간이 생기면 할 것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없다)
2. 회사에서 짧은 쉬는시간이 생기면 주의를 환기를 위해 SNS를 켠다.
결국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몰라서 혹은 못찾아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극적이고 단순한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벗어나고싶다. 넓고 다채로운 세상이 내 주위에 있는데 정작 나는 아주 작은 세상에 몰입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의 결심과 행동은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