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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Oct 19. 2021

불면일기(不眠日記)

21.10.19 네번째

백수에게 평일주말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영원히 주말은 불면의 밤이 반가운 날들일 것이다(다음 날 오전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사실 주말에 밤새고 아침 알바 간 적 多..이건 정말 할 짓이 아니다).


지난 밤에는《아빠 어디가》의 클립들을 보다가 스스르 잠들었다. 내가 애정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목록.

1. 아빠 어디가

2. GOD의 육아일기

3. 리틀 포레스트


특히, '아빠 어디가'는 하도 많이 봐서 가족들이 그만 보라고 한다..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그 중에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1-1. 김천 자두 따기/비빔국수 만들기

1-2. 마을 집안일 도와 이불 빨래/고추장 만들기/고추 농사일 하기

1-3. 모든 캠핑편들-아빠들의 요리대전

1-4. 처음의 품걸리 여행 일년 후의 품걸리 여행

정말 많은데 쓰려니까 또 생각이 안나네..주로 시즌1을 돌려보는 편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아무튼 요 에피소드는 언제나 항시 대기 중.


정말 아빠 어디가 시즌2가 종영했을 때 너무나 슬펐다. 아직도 그 때의 슬픔이 생생함.. 내게 최고의 예능은 단연 아빠 어디가이다(무한도전은 0순위다).


특히, 아이들 자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강철 체력에 지친 부모님들이 쓰는 "잘 때가 제일 사랑스러워"라는 말의 뉘앙스와는 다른 의미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꼭 아홉시면 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늦은 밤에도 깨어있게 된 것일까.


최근, 《내가 키운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나영님이 신우와 이준이를 수면독립 시키려는 시도를 실패하는 에피소드가 나왔었는데 나는 독립을 꽤 일찍 했던 것 같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서 같이 잤기 때문에 빨리 할 수 있기도 했는데, 이미 초등학생 때 각자의 방을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생 때는 FM모범생이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중학생 때 인소를 접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밤의 시간을 즐기는 자가 되기 시작했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밤에 혼자 있는 방에서 인소를 탐독하고, 후에는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되었다. 이 모든 걸 함께 해준 건 아마도 공부하는 데 쓰라고 부모님께서 사주셨을 PMP였다. 지금도 몇몇 인소들과 애니메이션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게 남아 있는 것들은 아무리 유치해도 종종 생각나고 찾아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재밌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밤을 지새웠으니, 학교에 가서 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중학생 때까진 공부를 나쁘지 않게 했는데, 별명은 기면증이었다. 내 친구들이 항상 내 성적에 의문을 가졌었지..지금 돌이켜보니 나도 의문이다. 지금까지도 만나는 친구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고는 한다. 내가 조금만 더 성적이 별로였다면 선생님들께서 가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 말에 동의하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중학생 때 소위 선생님들에게 찍힌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혼났는지 기억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은근하게 혹은 대놓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마음이란게 있다.

어정쩡한 어른1이 보기에 아직도 아이는 어른의 보살핌의 대상이고, 이 전제는 당연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뭘 모른다는 말 아래 어떤 억압과 폭력이 숨어있기도 한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와 내 친구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세계를.

성적을 둔 차별이 있었고, 편견어린 시선이 있었고, 은근한 성폭력이 있었으며,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이 있었다.

다행히 좋은 친구들이 더 많아서 우리는 서로를 남겼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멋대로 휘두르려고 할 때 우리는 우리만의 단단함으로 그것을 빠져나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어영부영 어른이 된 지 오래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좋은 어른이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어른들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혹은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예능을 챙겨본다. 그런 예능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언제나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


새벽이 되면 머리는 의식의 흐름대로 굴러가기로 결심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되는 대로 글을 쓰고, 강박적으로 하는 맞춤법 검사도 퇴고도 하지 않는다. 나름 이 일기를 쓰는 나만의 법칙이다.

오늘은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방출하고 왔으니까, 일찍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조금만 할 일을 하고 잠들어야지.


12:00 이후 반복재생하고 있는 오늘의 추천곡.


strawberry moon-아이유 (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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