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행복의 원천 -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인 덴마크. [OECD 더 나은 삶은 삶 지수 - 생활만족도], [유럽 사회조사], [세계 행복 보고서] 등 여러 조사 기관에서 덴마크는 늘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덴마크는 왜 그렇게 행복한 것일까? 그런 질문을 하는 세계인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덴마크 행복 연구소 CEO인 마이크 비킹이 쓴 책이 바로 '휘게 라이프'다.
휘게의 사전 뜻을 찾아보자면,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한다. 동시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라고 나와 있다. 어떠한 시간이나 상황들을 일컫는 뜻이 있기에 휘게는 덴마크에서 쓰이는 아주 특별한 말이자 문화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휘게는 동사 형태도 있고 형용사 형태도 있다. 형용사 형태로는 '휘겔리'하다고 표현한다. "만나서 정말 휘겔리 하네요!", "휘겔리한 시간 보내세요!", "정말 휘겔리한 장소군요."처럼 말이다.
휘게의 어원은 포옹의 hug / 옛 언어인 포옹하다, 받아들이다의 뜻을 지닌 hugga / 위로하다의 뜻을 가진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hygga / 분위기를 뜻하는 단어 hugr 등등 많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휘게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봤을 때 저자는 휘게에 대한 10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휘게의 10가지 계명
1. 분위기 -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 - 현재에 충실하라.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 - 커피, 초콜릿, 쿠키, 케이크, 사탕. 더 주세요!
4. 평등 - ‘나’ 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한다.
5. 감사 - 만끽하라.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인지도 모른다.
6. 조화 -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 - 휴식을 취한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 휴전 - 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얘기한다.
9. 화목 -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다져보자.
10. 보금자리 - 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단순하게 말해서 휘게란 안전하고 편안하며 따뜻한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른 걱정 없이 놀고먹는 것이다. 덧붙여 어떠한 사치도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단순하게.
처음에는 덴마크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덴마크에 태어났으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모습이 덴마크 사람들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검은색 옷을 즐겨 입고,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 비싼 레스토랑 같은 곳은 휘겔리 하지 않기 때문에 잘 가지 않는다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등 많은 것들이 나와 오버랩되기도 했다. 난 물론 휘게를 따지기보다 그냥 센스가 없어서 옷을 잘 못 입고, 돈이 없어서 비싼 레스토랑에 못 가는 것이지만 말이다.. 스스로 반강제적 휘게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덴마크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세금이 너무 높아서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사회라는 말도 있고, 복지가 너무 좋아서 절대로 굶어 죽지도,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병을 못 고칠 일도 없는 사회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사회민주주의를 지금의 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체제라고 생각한다. 복지 포퓰리즘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그냥 여러 세계 조사 기관들의 행복 지수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물론 안 좋은 점도 많이 있겠지만 그런 사회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잠시 책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쓸데없는 사진들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어디 여행 인스타에나 나올법한 사진들을 갖다 쓴 건 좀 별로였다. 차라리 덴마크 사람들의 평균적인 가정 실생활 모습이라던가, 실제로 휘게를 보내는 모습들, 평균적 저녁 식사 사진 등을 올렸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어딜 봐도 다 하나같이 스튜디오 사진 아니면 관광지 사진뿐이었다. 이 책이 여행자를 위한 책이었다면 모를까, '휘게 라이프'에 대한 사진으로는 영 아니었던 것 같다. 내용 면에서도 좀 실망이 컸다. [휘게 음식 레시피], [휘게 여행 장소 추천], [휘겔리 한 카페 추천], [월별로 즐기는 휘게방법] 등 내가 원하는 분야의 내용은 아니었다. 휘게에 대해서 좀 더 사실적이고 깊게 알고 싶었는데, 깊은 정보는 첫 부분에서 다 끝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휘게가 그리 좋지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길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라는 말을 하도 많이 써서 투렛증후군과 같이 보인다고 할 정도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휘게라면 모든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치
"설탕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 거 알아!
하지만 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휘겔리하니까 괜찮아!"
"양초를 태우면 나오는 미립자가 몸에 안 좋은 거 알아!
하지만 분위기가 휘겔리하니까 괜찮아!"
라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다. 물론 덴마크 사람들 전 국민이 그러진 않을 것이고, 설탕 섭취율 같은 건 우리나라가 훨씬 높을 것이다.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라고 말하고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웰빙의 유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몸에 좋은 거라면 사죽을 못쓰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몸에 안 좋은 게 눈에 계속 들어오더라, 그보다 더 안 좋은 것들을 안고 사는 주제에 말이다. 아 그리고 이 부분은 꼭 집고 싶었다. '근무 시간 중의 휘게'라고 하여 회사에서 일하면서 케이크를 먹는 게 휘게란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아늑함과 편안함이 회사에도 있는 것인가? 아무튼..
휘게는 덴마크의 전통이며 문화이며 그들의 삶 자체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만의 휘게 가 있지 않나 싶다.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샤워를 한 후에 안주 없이 맥주 한 캔과 더불어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영상을 찾아보는 것, 금요일 밤에 친구들과 함께 치맥을 즐기는 것,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대낮부터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함께 찾아보는 것, 우리가 즐기고 있는 휘게 아닐까?
만일 휘게를 많은 시간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퍽퍽한 주머니 사정과 대출금 이자와 원금상환의 문제일 것이고, 지옥과도 같은 노동의 강도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휘게는 있다. 휘게를 즐길 시간을 사회가 보장하거나 지켜주지 않을 뿐이다. 그들의 '휘게 라이프'보다. '휘게 라이프'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그 사회 문화 자체가 너무나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