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후기

인권이 해답이다.

by 전진형

좋은 책을 만났다. 인권연대에서 여러 강사님의 강의를 엮어 만든 책인데, 강의 형식이라 그런지 어렵지도 않고 술술 읽힌다. 덕분에 아주 좋은 강의를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었다. 한 번 정독한 후에 타이핑을 해가며 다시 한번 읽어 나갔다. 많은 배움이 되었다. 다섯 편의 강의 제목은 이렇다.


1강 나는 널 왜 괴롭히는가? - 표창원

2강 국가냐 개인이냐? - 오인영

3강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 - 선우현

4강 타잔은 왜 백인일까? - 이희수

5강 '자기 이유'를 가지고 살아갈 힘 - 고병헌


1강 표창원 의원님의 강의가 난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았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에게 듣는 폭력에 대한 정의는 어떤 강의보다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난 비폭력주의자다.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부모의 채벌조차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폭력은 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최악의 가혹행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가정에서는 수많은 가혹행위와 폭력들이 존재한다. 1강에서는 이러한 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폭력은 어떠한 속성들이 있는지 낱낱이 알려준다. '부작위에 의한 폭력'부터 '정의로운 폭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폭력과 비폭력 사이를 어떻게 따져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소제목의 내용에서 이러한 말을 한다.


"공권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경찰관이 되고 검사가 되고, 교도관이 되어야 지금 같은 갈등이 줄어든다."
1강 나는 널 왜 괴롭히는가? - 표창원


개인적으로 너무나 공감하는 말이다. 난 공감능력에 관심이 많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회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 남의 아픔을 둘러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이 사회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을 견제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뼛속까지 이기주의로 물든 사람들이 국회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봐라. 국민이 눈에 보이겠는가? 서민이 눈에 보이겠는가? 아픈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겠는가?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살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인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서 정말 많은 배움이 되었다. 우리는 갑질은 왜 하는지, 혐오는 왜 하는지 자세하게 말해주고 있다.




2강은 오인영 역사학자가 "국가냐 개인이냐?"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 츠베탄 토도로프의 민주주의 원칙을 설명한다. 민주주의 원칙 세 가지. [ 주권재민 / 개인의 자유 / 진보 ] 이것들을 풀어서 알기 쉽게 말해준다. 그리고 민주주의 적은 무엇인지, 기득권층의 지배자 논리들을 말해주는데, 강의를 보면서 한숨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가 얼마나 짧은지 새삼 다시 느꼈다. 감히 말하자면 우리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 물론 4.19 혁명, 부마항쟁, 6월 항쟁, 촛불집회 등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위대한 업적들을 남긴 시민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사회 고위층 많은 이들이 친일파의 후손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체제를 잡기엔 한 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몇 백 년의 역사가 있는 나라들은 이미 다 잘 지켜지고 있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만 진보주의자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보수국가에서나 진보주의자라 하지 전 세계 어딜 가더라도 난 진보주의자 축에도 못 낀다. 우리나라는 역사의 특수성 덕분에 전 세계 보편화된 것들이 참 많이도 비켜나간 것 같다. 식민 지배를 당했고, 일제에 손을 내어준 사람들을 청산하지 못함으로 인해 아직까지 고통받는 이 역사가 너무나도 안타깝다. 정치, 경제, 종교 할 것 없이 모두 대의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에게 이기적인 정신을 자연스레 가르치고, 권력과 경제력을 대물려주었다. 그리고 친일파의 후손에게 선량한 시민들이 지금까지 농락당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친일파 청산을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 때와 같은 촛불 혁명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30%는 이미 그들에게 세뇌당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떵떵거리고 사는 저 사람들이 친일파의 후손인 걸 알지만 단죄할 수가 없는 이 나라가 슬프다.

보수라 말하는 그 친일파들이 진보주의자들에게 또는 인민들에게 꼭 하는 얘기가 있다.


"그런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바꾸려고 하지 마라, 해봐야 소용없다."

"그러다 망한다."


앨버트 허시먼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 이 세 가지를 이렇게 말한다. [ 무용 명제, 역효과 명제, 위험 명제 ] 보수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민들이 아무리 퍽퍽하고 힘든 삶을 산다 한들 그들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체제가 자신들을 더 부유하고 안전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배자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달걀로 바위를 쳐야 하고 부패한 사람을 오려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야 하며, 차별 없는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를 늘리기 위해 우리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세우고 함께 싸워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린 역사를 돌이켜 보고 늘 명심해야 한다. 2강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불만으로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교수님께서 정확하게 끄집어내었다. 교수님께 감사하다.




3강은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라는 주제로 철학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잘 몰랐던 데카르트의 삶과 사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근본 진리라고 주장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을까에 대해 알아본다.


의심하고 회의하는 사유 그 자체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마침내 데카르트는 의심하는 생각, 즉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보편적 척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신의 말씀 대신 인간의 이성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3강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 - 선우현


데카르트는 순수 철학을 공부하며, 조선시대 양반처럼 방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고 사유하며 살았던 사람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갖고 있는 데카르트에 대한 편견이다. 데카르트가 살았던 시대는 30년 종교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다. 구교냐 신교냐라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했다가는 감옥에 가거나 사형을 당하는 시대였다. 이렇게 비과학적인 세상에서 전쟁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세상의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데카르트가 인간 이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따로 있다. 17세기는 공고한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왕과 귀족, 성직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굉장히 억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신분제를 유지시킨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신의 말씀, 신의 뜻이었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세뇌시킨 결과로 많은 사람들은 평생을 불의하고 억압을 받으며 살아간다. 한마디로 신분제 사회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바로 '신'이었던 것이다.


교수님은 철학의 열 가지 주요 특성들을 알려주는데, 철학함에 대해 정립을 아주 잘할 수 있었다. 철학에 대한 많은 배움이 된 것 같아서 매우 만족한 강의였다. 그리고 데카르트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평소 철학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철학자들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데카르트에 대한 공부 욕구가 엄청 샘솟게 되었다.




4강은 이슬람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었다. 이슬람 하면 제일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이질감과 거부감이다. 중동 사람들 하면 두려움도 가끔 전해지는 것 같은데, 이 두려움은 잘 모르는 것에서 비롯한 것 같다. 이슬람은 정말 많이 모른다. 애초에 관심을 갖기도 힘들고 워낙 안 좋은 이미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안 좋은 모습들을 보는 이유는 놀랍게도 '서구 문명이 중동을 그렇게 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가 아니라 패권국가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서양 문명을 좋아하고, 그 서양 문명이 안 좋게 보는 이슬람과 중동을 똑같이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슬람과 우리나라 국민과는 역사적으로 봐도 서로 싫어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동 사람들을 안 좋게 본다. 그들 일부의 자살폭탄 테러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일반 시민조차 그렇게 싫어할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이슬람에 대한 왜곡 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듣고 나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이 왜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지, 또 과거에는 이슬람이 얼마나 엄청난 나라였는지 알 수 있었다. '300'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스파르타 사람들은 엄청 멋있는 근육질의 남자로 나오는데, 페르시아의 중동 사람들은 아주 말도 안 되는 몰골로 표현한 것을 보고 충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는 페르시아 군대와 왕인 크세르 크세스를 거의 반 미치광이들로 표현하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페르시아의 후손들이 그 영화를 보면 무슨 기분이 들겠는가? 이슬람은 역사적으로 유럽의 일부를 1000년 가까이 지배해 왔었다. 그리고 전쟁도 끊임없이 일으켰고 늘 승리했었다. 그러다 겨우 200년 전, 나폴레옹의 이집트 징벌을 시작으로 이슬람은 역으로 서구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근대에 와서야 개별 국가로 쪼개진 것이다. 그러니 서로 사이가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슬람의 과학 기술이 르네상스에 끼친 영향력과 동시대 조선시대 세종대왕 시대에 끼친 영향까지 알려준다. 실로 그 시대의 이슬람은 엄청난 선진국이었음이 분명하다.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르네상스 시대에 아무리 천재들이 모인다 한들, 그것은 문화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혁명도 마찬가지다. 조선이 세워지기 전 80년간 몽골의 통치를 받는데 그 당시 엄청난 화재로 인해 많은 서적들이 불에 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과학혁명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 한다. 이 둘 모두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하는 교수님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유럽에서 지구가 끝이 있네 없네, 둥그스름하네 어쩌네 하고 있을 때, 이슬람에서는 1태양력이 365.2422일이라는 소수점 네 자리 숫자까지 정확하게 맞췄다고 하니, 가히 엄청나게 발전한 과학이 있음은 분명했다. 이러한 지식들이 스페인 톨레도에서 라틴어로 번역이 되었고, 그것들이 모두 피란체로 자연스레 흘러들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도 무역이 활발했는데, 이때 들어온 것들이 조선에게도 닿았고, 그 지식을 배우고 우리에게 맞게 연구하여 들여왔다는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음력의 기초인 역법 '칠정산회편'이다. 말하자면 한국의 음력은 이슬람 역법의 한국 버전인 것이다.


이렇게 보니 이슬람은 참 대단한 나라였고, 그들의 인구 또한 참 대단하다. 무려 지구 인구의 4분의 1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숫자인가? 우린 이들을 어쩔 수 없이 친구로 이웃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이슬람에 대해 더 알아보고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5강은 '자기 이유'를 가지고 살아갈 힘이라는 주제의 강의였는데, 분량도 짧고 워낙 앞에 강의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게 많이 없다. 독후감을 어서 정리하고 다시 읽어볼까 한다.


궁금했던 분야에 대한 내용들, 특히나 내가 사랑하는 인권에 대한 주제이다 보니 너무너무 재미있고 유익했다. 인권 공부는 앞으로도 많이 할 생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내가 인권에 대한 궁금증과 열의가 있는 줄 몰랐다. 인권에 대한 여러 공부들을 많이 하고 싶어 졌다. 특히 종교적이나 정치적으로 사회 과학 분야의 책들을 많이 읽어보고 공부해보려 한다. 이 책을 펴내어준 인권연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휘게 라이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