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장 쉬운 창조법
오늘은 시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혹시나 책의 내용이나 소개를 보려 하는 분이 계시다면 중간에서 부터 보시길 바란다.
난 시 쓰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연습장부터, 핸드폰 메모장, 블로그 등등 여기저기에 쓰인 창작 시만 해도 몇 백 편은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이 거창해서 시지 그냥 시간 날 때마다 끄적였던 것들이다. 고등학교 때 하기 싫은 야자 시간이면 혼자 시를 쓰기도 했었다. 그러다 백일장 같은 날이 되면 장원은 아니어도 늘 무슨 상 하나씩은 받았다. 난 꽤나 감성적이다. 스스로 감성적인 것을 고등학교 1학년 때 연탄길이라는 책을 읽다가 깨달았다. 연탄길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잔잔한 감동과 눈물이 있는 따뜻한 책이다. 요즘 친구들은 연탄을 어떻게 썼는지, 연탄'길'이라는 게 무언지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 연탄을 때던 집에 살아본 적이 있다. 연탄길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연탄길'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제목에서 오는 여러 종류의 감정에 휩쓸려 읽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책을 보며 펑펑 울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도 못 내고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울만한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평생에 청소년기에만 누릴 수 있는 감성적 선물이 아니었을까.
시를 잘 쓰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시집을 읽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좋은 시, 유명한 시를 찾아 읽어 보기도 했지만 그냥 마음에 감동만 올 뿐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시 몇 편이 있는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와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이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는 워낙 유명하다. 아무도 연탄재를 차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그 전설의 시다. 단 세 줄(세 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로 이루어진 매우 충격적인 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학창시절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돋았던 소름은 아직도 시를 읽을 때 마다 돋는다. 연탄재를 차본적이 있거나 차는 것을 본 사람은 안다. 차이는 연탄재가 어떤 존재인지. 그런 연탄재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요즘 친구들이 이 시를 나나 내 위 선배들이 느꼈던 감동만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참 좋은 당신'이라는 시는 너무나 서정적이고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좋아한다.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김용택 - 참 좋은 당신
이 두 시 만큼이나, 오늘 내가 좋아하게 된 시가 생겼다. '감성의 끝에 서라'라는 책에서 이름 모를 한 교육생이 시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썼던 시이다.
연못
상처 내려고
던진 돌들에도
동심원을 만들 뿐
아프다는 말이 없는 연못
연못은
돌 가득한 울 엄마 가슴
감성의 끝에 서라 - 어느 교육생이 연못의 사진을 보고 만든 시 '연못'
아무 생각 없이 카페에서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도 깜짝 놀라서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렇게 감동적인 시를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라니.. 책의 내용도, 시도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효자가 어디 있겠는가, 또 스스로 불효 한 번 안 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시를 썼다. 이 시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책에서 가르쳐주는 오감법, 오관법, 오연법, 오역법 이 네 가지를 비롯한 모든 스킬들을 넘어서는 시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연못의 사진만 보고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나도 이렇게 감동을 주는 시 한편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치밀어 올랐다.
'감성의 끝에 서라'라는 책은 시를 잘 쓰는 방법 같은 게 아닌, 시인의 창의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창의력은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로 이어진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엔 시큰둥했는데, 읽고 나니 익혀야 할 것 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일단 목록이라도 외울 생각이다.
1부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 사물의 마음 보기 - 새로움을 보는 법
간절함의 눈을 떠라
일체화를 하라 - 대추 한 알과의 만남
사물의 마음을 보라 - 붕어빵이 되다
사관질통하라 - 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부 사물의 마음을 보는 시인들의 4가지 창조법 - 감성의 끝에 서기
감성의 눈 뜨기 - 오감법
관찰의 눈 뜨기 - 오관법
연결과 융합의 눈 뜨기 - 오연법
역발상의 눈 뜨기 - 오역법
3부 시인들의 창조법 활용하기 - 사물의 마음을 보는 연습
오감을 열면 감성의 눈이 떠진다 - 오감법
관찰하면 사물의 마음이 보인다 - 오관법
유사점을 찾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 오연법
새로운 콘셉트는 역발상에서 나온다 - 오역법
이렇게 추릴 수 있겠다. 오감법, 오관법, 오연법, 오역법 이것들은 작가가 직접 만들어낸 말이다.
첫 번째 오감법은 사물의 아픔, 사람의 아픔을 보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픔을 보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픔을 보기 위해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내가 그 대상 그 자체가 되어보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오감.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는 다섯 가지의 감각을 이용하여 내가 그 대상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이제 것 살아왔던 나의 존재가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그 대상에 몰입하여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대상의 아픔을 찾아내야 한다. 아픔을 찾기 위해 사물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오관법은 사물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왜, 어떻게, 무엇을 생각하는지 논리적으로 객관화 하는 것이다. 오감법이 내가 그 사물, 그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면, 오관법은 철저히 사물을 의인화 하는 것이다. 작가는 ‘천수의인도’라고 하는 도표를 직접 만들었는데, 가운데 대상을 넣고 수많은 동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동사를 하나 끄집어 내어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만들어진다.
생각의 연습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장에서 통하는 기획과 콘셉트 입니다.
감정의 끝에 서라
세 번째는 연결과 융합의 오연법이다. 우리가 다들 잘 아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이 노래 처럼 유사점이 같은 것들을 말한다. 작가는 다섯가지의 유사점의 족보를 통해 오연법을 설명한다. 형태(모양) / 정서(느낌) / 상징(의미) / 행동(움직임) / 언어(똑같은 말 다른 뜻) 이렇게 다섯가지의 유사점을 말한다. 그리고 각자 다른 사물에 대해서 작은 유사점을 찾고, 그 유사점을 융합하는 것이 오연법이다. 아무거나 다 융합하는 것이 아니다. 각기 사물의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 유사점으로 부터 융합이 이어져야 세상에 없는 새로움이 된다. 이 오연법은 광고에 아주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역발상의 재정립인 오역법이다. 역설 / 모순 / 반전 / 재명명 / 변신 이렇게 다섯가지를 가지고 오역법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역설은 말그대로 역설이다. 지구가 돈다. 그 반대는 지구는 서있다 이다. 모순은 동사의 반대개념을 적는 것이다. 모순 잇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전거는 굴러가지만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자전거가 될까? 운동기구 자전거가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여기 부분에서 놀라웠던게 요즘 핫한 새로운 택시개념의 타다라는 사업구상이 나온다. 택시는 대중교통이지만 대중교통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택시가 나올까? 책에서는 택시에서 노트북도 사용 가능하고 안마기능도 있고, 편안한 음악도 나온다면 어떨까 하고 말하는데, 그게 바로 타다의 기본 개념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반전이 있고, 재명명이 있다.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상에 쓰이는 언어를 완전히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변신이다. 그 대상에 맞는 동사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동사를 부여한다면 새로운 생각또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4가지 창조법을 배워봤다. 이것들을 실제로 연습하고 훈련하기 위해서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에서도 그렇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해보라고 권유한다. 이 책 뿐만 아니라 기획과 창의력에 관련된 책을 살펴보면 결국 본질적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인 것 같다. 바로 사랑이다.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얼만큼 관심있게 바라보며 깊게 이입하고, 관찰하는지. 그 간절함과 사랑어린 마음이 결국 창의력으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내 이름으로 된 시집 한 권 펴내보는 게 내 일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소소한 시 한 편, 한 편 모아다가 꼭 그 꿈을 이루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너무나 잘 맞는 구절이 있어서 가지고 왔다. 어쩌면 대가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