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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임종
동물 우리 같은 방, 연마기가 윙윙 돈다. 치아를 본뜬 아말감을 다듬고 있다 기계가 먼지 꼬리를 만들 때마다 망이 망을 보며 불법을 가공하는 방 사이비 기자가, 경관이 용돈을 받아 총총 사라지곤 했다 전공의가 되지 못해 수모를 안고 사는 당신 수시로 허공을 향해 담배를 피워댄다 가난을 밀어내야 한다는 단단한 다짐이 연기로 흩어진다 호흡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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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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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영
명문 고시원
명문 고시원 / 무릎 이삿짐은 내일에나 도착할 것이다 불 끈 방 하루 중 가장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침대를 찾아 스며드는 나만의 첫날 밤 누운 나무와 누워있는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접촉이 미지근한 밤 이불이 없을 때 몸을 어떻게 뒤척여야 할지 베개가 없을 땐 고개를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몇 번이고 그러다가 넘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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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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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시인
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8별. 12775번
할머니, 저예요 손녀 당신의 고된 뒷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고맙다는 한마디, 그 작은 말이 왜 이리 늦어버렸을까요 당신이 차려주던 색색의 나물 위엔 따뜻함이 가득했지만 당신의 자리엔 언제나 조용한 눈빛만 있었지요 부엌 모퉁이에서 힘없이 우리를 지켜보던 당신을 왜 나는 더 바라보지 못했을까요 당신의 침상에서 메마른 가지처럼 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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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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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원초적 사랑
자작시_74
해가 저무는 때를 황혼이라고 했다 노을빛을 향해 걸어가던 엄마를 기억한다 짙은 저녁의 그림자에 엄마 몸이 까만 재가 되어 사라지는 줄 알았다 달려가 큰 손을 잡으면 내려오는 미소는 여전하다 나는 찡그린 채 통화하는 엄마가 무서워 정확히는 그 분노가 나 때문일까 두려워 자꾸 강렬한 해와 바람을 모방했다 사랑은 저녁처럼 이르게 엄마를 떠났다 뿌옇게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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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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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사
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7별. 복남이
엄마는 하루에도 두, 세 편의 꿈을 꾸느라 아침이면 힘겹게 일어나는데 너의 태몽은 꾸질 못했어 첫째는 딸을 낳고 싶었는데 "엄마랑 같이 목욕탕 다니겠네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온 저녁, 눈부신 무지개가 지천에 널린 곳에 등을 대고 누웠던 그 꿈을, 그 따뜻함을 여전히 기억해 예정일이 보름이나 남았는데도 아빠더러 아기가 나올 것 같다며 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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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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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6별. 나의 MBTI는 TGSH
나는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노래가사를 들으며 울고, 책을 보다 우는 나였으니까요 나는 내가 웃음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의 인생이야기에 환호를 보내고, 사진 속에서 온통 브이를 하며 웃고 있는 나였으니까요 나는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생일에는 소고기 듬뿍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고, 아플 때면 낙지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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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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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시 짓다, 4] 잔영에 잔영을 겹치면
자리에 빛이 쏟아졌다. 눈 뜨기 위해선 미간을 찌푸려야 한다. 그러자 번진 빛 가운데 동그란, 저렇게나 동그랄 수 있나 싶은 해가 보였다. 너무 보면 눈이 나빠질까 눈 깔고 아래를 보니, 바닥에 해가 보인다. 잔영. 눈 감으니 감은 어둠에서도 보인다. 내가 너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니 네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니, 잊지 마세요. 잊을 건가요. 동그라미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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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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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개
#창작시
핫한 게 입담뿐이겠어요 혀에 박힌 피어싱이 당신을 관찰하기도 해요 카메라는 차갑고 맹렬해서 모든 표정이 들키고 말아요 거름망 없이 쏟아진 레몬 맛이란 바닥을 털고 일어난 꿈 이걸 당신은 엿 맛 같이 길다고 하죠 댓글이 자라나 우리가 풍성해지는 것 같지만 그건 날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구름모자 5월을 무시하면 댓글의 시종이 되고 말 거예요 팔로워는 구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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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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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영
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5별. 봄눈
몰랐겠지 내가 다시 올 줄 놀랐겠지 내가 다시 와서 좋아하겠지 나를 다시 만나서 물어보겠지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반갑다, 봄눈아 나의 서프라이즈에 감동한 한 사람이 여기 있구나 우리 마주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 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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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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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여행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열번째 사랑시
사랑이라는 이름의 여행 사랑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얼마나 멀리 왔는지 얼마나 높이 날고 있는지 뒤돌아봅니다 이 길은 멀고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궤도를 벗어나 날개가 꺾인 적도 파도에 부딪혀 좌초된 적도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 허우적거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길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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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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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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