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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Nov 21. 2021

모든 것이 지옥일 때,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법

영화 <틱, 틱... 붐!> (2021)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터널을 걷는다. 운 좋게 터널을 지났다고 해도 어느새 다른 터널을 만난 곤 한다. 터널이 짧든 길든 누구나 겪어봤고, 겪고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 구조적으로 내 탓이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억울함.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각자의 터널을 지난다.



뮤지컬 <RENT>를 통해 브로드웨이의 흐름을 바꾼 조나단 라슨은 렌트를 만들기 전인 1990년대 뉴욕 구속진 동네에서 무명이란 터널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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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틱, 틱... 붐! | tick, tick, Boom> (2021) 은 자신만의 뮤지컬을 만들기 고군분투했던 조나단 라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틱, 틱... 붐!> (2001)을 영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렌트>라는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낸 라슨의 무명시절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나와 같은 창작의 길을 걷는 자에겐 날 죽이러 들어온 살인자를 피해 옷장에 숨어있는 공포 영화다. 



이 영화는 예술가의 불안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다수가 따르는 길을 걷지 않는 자들. 항상 외곽을 돌며 변변한 수입 없어 끔찍한 통잔 잔고를 매일 맞이하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듯 자신의 꿈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걷는 예술가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잡힐 듯 말 듯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성공의 기회들. 또 한편으론 제작자나 대중의 관심은 일도 없는 자신의 창작능력에 대한 불신. 두 발은 음식 섞은 내가 진동하는 식당에 있고 머리는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 파랑새를 쫓는 삶은 엄청난 괴리감과 압박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겪는 사랑과 이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 에이즈로 인해 사랑하는 친구들의 죽음 등은 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답을 절대 알 수 없는 질문들만 하게 만든다. 



그는 답을 알지 못한다. 당연하다. 그가 느끼는 아이러니들은 개인을 벗어난 사회적, 국가적, 지구적, 우주적 차원의 아이러니다. 우리가 왜 이터널을 지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이 알 수 있을까? 진로를 잘못 선택해서? 부모님 말을 안 들어서? 친구를 너무 믿어서? 우리가 지금 겪는 이 고통을 단순하게 무엇 때문이다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찾기 쉬웠으면 이미 고쳤겠지.



이 작품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터널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라슨도 자신이 걷는 터널의 의미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방황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끝나지 않을 이 '터널', 답을 할 수 없는 '질문들' 그 자체가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고통스럽고 역겨운 이 현실도 아름다운 일부분이라는 것. 이건 낙관적인 시선이 아니라 진실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안네 프랑크가 고통 속에 보낸 2년간의 시간은 위대한 일기를 남겼고, 헬렌 켈러의 시각, 청각 장애는 앤 설리번이라는 훌륭한 교육자의 교육철학과 한계란 없다는 높고 숭고한 가치를 만들었다.



나와 당신, 우리가 걷는 이 터널, 우리의 질문들은 모두 어떤 아름다움의 향해가는 일부분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게 진실일 것이다. 마치 푸르게 피어나 노랗게 빗나다가 처참히 땅바닥에 떨어져 사람들의 밟혀 찢니겨지는 은행나무 잎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처럼.



조나단은 영화 내내 자신의 노트에 질문을 던진다. 나도 한때 일기 장이 질문으로만 채워진 적이 있었다. 답을 할 수도 없는 질문이 과연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지만 라슨은 그 질문들을 노래에 담았다. 답도 없는 고구마 100개짜리 질문들로 만든 가사는 이렇다.



        왜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할까?

        왜 우리는 새길을 내야 할까?

        어떻게 우리는 잘못된 걸 보고도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누군가를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우린 그저 멀리서만 궁금해하겠지.

        왜. 왜. 왜.



매일 불안하고, 매일 비참하지만 그것들을 외면하지 말자. 해결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매너 있게 대하자. 여기서 매너라는 것은 그것들을 품고 가지고 무언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뮤지션이라면 음악으로, 조각가라면 동상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커피 메뉴로, 직장인이라면 어떤 프로젝트로, 작가라면 글로, 운동선수라면 자신만의 기술로.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고통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가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그렇게 믿는다. 



묘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터널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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