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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Dec 08. 2021

목표 세우기 전에 꼭 먼저 해봐야 할 것.


목표 세우면 성공한다고?

'빛 좋은 개살구' 다!


© bajkorenata, 출처 Unsplash



연말이 되면 각종 자기 계발 콘텐츠에서 쏟아내는 키워드는 '목표 세우기'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S.M.A.R.T 목표 설정법', 'Plan Do See 설계 법', '제한적 믿음 극복법', '긍정 암시법', '100번 쓰기 법' 등 다양한 툴을 소개한다. 정말 훌륭하고 아름다운 툴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달성하고 싶으니까 목표 세우기를 하는 거 아닌가?', '무슨 멍멍이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자기 계발에 빠진 사람들이 겪는 흔한 오류인 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솔직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의무감, 강박, 욕심으로 인해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표를 세우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목표는 3가지 차원을 가지고 있고, 각 차원마다 알맞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답을 찾아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은 두뇌를 힘들게 하지만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으며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여기까지 보고 내용이 이해됐다면 나가면 된다. 당신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니까. 하지만 좀 자세한 이해가 필요한 분은 이제부터 차근차근 설명할 테니 잘 따라오시길 바란다. 그럼 시작해 보자.




01

목표 세우기는 원래 어렵다.


토론토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던 피터슨 (Jodern Peterson)은 그의 책 <의미의 지도 (Meaning of Map, 1997)>에서 목표 세우기가 원래 어려운 것이라 말한다. 뇌의 구조상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가장 최근에 생긴 기능이다. 그전까지 인간은 감정적 의사결정을 했다. 어렵게 말하자면 즉각 보상을 주는 것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인류는 살아왔으며 최근에 와서야 목표를 세우는 기능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머릿속에선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가 갈등을 종종 갈등을 겪는다. 예를 들어 야식을 시켜 먹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너무 먹고 싶지만 건강을 위해 참는 것. 이게 어려운 이유는 배를 채울 수 있는 즉각 보상체계 (기존 세입자)와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 좋을 미래 보상체계 (신규 세입자)가 싸우기 때문이다. 목표 세우기는 철저히 즉각 보상을 포기하고 미래 보상을 위한 사고체계다. 어찌 보면 본능을 거스르는 일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므로 목표 세우기가 유튜브 영상 몇 편 보고 긍정 암시나 명상 몇 번 때리고 나서 세울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기대를 애초에 버리길 바란다. 머릿속에서 치열한 전투, 한치의 양보도 없는 숨 막히는 협상 과정을 통해 탄생한 휴전 협정문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그런 치열하고 귀찮은 과정을 수행할 것이냐? 아니면 예전처럼 편하게 살 것이냐? 그건 오로지 당신의 선택이다.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선택한 후 책임지면 된다. 조언을 하자면 이런 복잡한 사고체계를 가진 것은 지구 상에 인간밖에 없다. 유일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도구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신의 선물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이 능력을 사용할 사람은 더 들어가 보자.




02

'목표'라는 말에는 3가지 차원이 있다.


'나'라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차원이다. '대한민국인', '누군가의 딸이나 아들', '남성 혹은 여성', '직업적 캐릭터' 등 내 상황과 조건에 따라 나라는 사람은 00이라고 딱 정의하기 어려운 복합체다. 이런 복합체인 인간이 세우는 목표 또한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차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차원을 3가지로 생각한다.



1차원_ 목표를 찾아가는 차원

2차원_ 목표를 설정하는 차원

3차원_ 목표를 달성하는 차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와 같은 얘기가 나오는 건 당신이 1차원, 목표를 찾아가는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 떠오른다면 2차원, 목표를 설정하는 차원이다. '매출을 20%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 등과 같은 실질적 문제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3차원, 목표 달성의 차원에 있는 것이다.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이 3가지 차원에서 자신이 어느 차원에 있는지 깨닫고 각 차원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차원 3가지 모두를 해결해야 목표라는 걸 제대로 세우고, 달성할 수 있다. 차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담이 된다면 다행히 해결법은 단순하다. 각 차원마다 적합한 질문을 던지면 된다.




03

'질문하기'라는 '마법'이다.


질문 학자 워렌 버거는 모든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질문은 어떠한 교육이나 지식이 없이 바로 두뇌를 작동시켜 행동하게 만든다.



그 행동의 원동력은 '상상'이다. 사실 목표 세우기는 미션을 수행하는 학습의 과정이 아니다. 현재 없는 어떤 것을 상상해서 현실로 구현하는 행위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바로 '상상'이다. 목표를 미션처럼 접근하는 사람은 전투적으로 달려든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에겐 전투적으로 덤비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뭘로 정해야 할지조차 힘든 사람들에겐 이런 방식은 최악이다.



04

각 단계별 질문하기


1차원_ 목표 찾기

대다수의 사람이 이 차원에 머물러있다. 목표를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기저기에서 자기 말이 맞는다고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해 검색하면 대략 이런 메시지들을 만난다.



"월에 얼마를 벌어야 돼!"

"구독자 몇만을 모아야 해!"

"어떤 상을 받아야 해!"

"1위를 찍어야 해!"



이건 마치 어떤 생선이 맛있냐는 질문에 고등어도 맛있고, 갈치도 맛있다는 시장 이모들이 하는 말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목표를 찾는 것이다. 남들이 정한 목표 따윈 가볍게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우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1차원_ 목표 찾기를 위한 질문들

Q. 내가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은 뭔가? 왜 그런 라이프를 꿈꾸는가?

Q. 미래의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선택은 뭐가 있을까? 그중에서 내가 올해 선택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Q. 왜 그 선택을 하는가?

Q.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는가? 왜 그 단어를 추구하는가?

Q.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는가? 왜 그 문장을 추구하는가?

Q. (목표를 못 찾겠다면) 나는 왜 목표를 못 찾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Q. (목표가 여러 개 라면) 한 가지만 고르라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왜 그것을 골랐는가?



2차원_ 목표 세우기

목표를 찾았다면 정말 축하한다. 당신은 대다수에게 어려운 쉽지 않은 어려운 걸 해낸 것이다. 2차원에서는 찾은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목표를 세우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1차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 단계는 의미가 없다. 고로, 필히 1차원에서 뭐라도 하나 정하고 이 단계로 넘어오길 바란다. 2차원에서 해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2차원_ 목표 세우기를 위한 질문들

Q. (목표가 여러 개라면) 올해 단 한 가지만 성취할 수 있다면 뭘 얻고 싶은가? 왜 얻고 싶은가?

Q.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당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Q.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계획이 필요한가? 그 계획은 올해 안에 이룰 수 있는 것인가?



3차원_ 목표 달성

이 단계에서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세입자와 잘 협의해가며 최적의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에게 주어진 여유시간, 필요한 재료, 가족들의 도움, 특히 게으르고 이기적인 내 안에 그 녀석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앞에 얘기했던 각종 툴이나 도구들은 이때 필요할 것이다. 이 영역은 상상력보다는 계획, 전략 등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차원_ 목표 세우기를 위한 질문들

Q. 현실적으로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할 시간, 공간은 어떻게 되는가?

Q. 그 시간, 공간적 자원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Q.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달성 예상일은 어떻게 되는가?

Q. 그 계획을 이루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Q. 그 계획을 성공할 경우 얻게 되는 가치는 무엇인가?



사실 1,2차원에서 충분한 답을 찾았다면 3차원은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면 뇌는 알아서 작동하고 그 답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목표 설정에 관련된 더 좋은 툴이나 방법론은 많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는 일은 비즈니스도 전투도 아닌 상상의 영역이다. 내가 얼마나 더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얼마나 더 강력해질 수 있는지 가능성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바탕으로 진흙탕 같은 현실과 조율하는 일이다. 부디 당신 만의 멋진 협상문을 완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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