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by 전무열

“당신은 왜 글을 써요?”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는 나를 보며 아내가 물었다.

“글을 왜 쓰냐고? 글쎄, 그냥 쓰는 거지 뭐.”

뭔가 거창한 이유라도 기대했는지 아내는 그게 뭐냐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며 웃었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뭐라고 딱 꼬집어 이유라고 내세울 말이 마땅치 않았다. 노트북 화면에 깜박이는 커서를 초점 없이 한동안 바라보며 아내의 질문을 되뇌었다. 내가 글을 쓰는 어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굳이 글을 쓰는 이유를 대자면 소소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해야 하려나.


글을 쓰려면 생각을 모으고 잘 다듬어야 한다. 다듬기에 앞서 먼저는 생각들을 모아야 하는데 나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글감을 잘 붙잡아 놓아야 한다. 스치는 생각을 옮겨 적는 짧은 순간에도 기억에서 사라진 채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멈춰둔 단상들이 한 문장 두 문장 자리를 잡아가며 비로소 글이 된다. 마치 의미 없어 보이는 수많은 작은 퍼즐들이 어느덧 연결되어 의미 있는 그림으로 맞추어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글을 쓰는 대단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쓰고 싶은 글은 있다. 예쁘게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는 ‘그대로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거창한 다짐도, 크고 작은 깨달음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가공하지 않은 일상을 담아내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의 ‘좋아요’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완성된 글을 다시 읽으며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것이 한참을 애써 찾아낸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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