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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May 21. 2022

30대 인생 2라운드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꿈을 꾸고, 다시 올라온 나의 불안

나의 불안은 늘 나를 채찍질하고 계속해서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그게 곧 나의 서른 살부터의 아니, 그 이전부터 나를 옥죄어온 삶의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      


노래가 좋아 도전했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로부터 도피했던 삶. 별 볼 일 없는 대학 간판과 돈을 벌기 위한 능력이 없는 나.     


결국, 대학 졸업 후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함에 대한 불안함. 실패한 서울 생활. 그 속에서 깨달은 바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기생충같이 지냈던 2년의 생활은 실패가 분명하다. “자격증 따라.”, “적금 들어라.”, “살을 빼라.” 10년 전에도 지금도 어머니의 이야기는 틀린 게 없다.      


“여전히 가난한 내 삶 속에서 나는 왜 지금처럼 과거에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예전에도 지금도 내 삶에서 종종 하는 후회 중 단골손님이다.     


2022년 5월 21일 새벽 2시 20분 잠에서 깼다. 꿈 하나가 선잠을 들었던 나를 깨워 이 글을 쓰게 만든다.     


이틀 전 과음한 나의 컨디션은 다음 날 좋을 리 없었고, 숙면을 위할 수 없었다. 점심 갈비탕 저녁 순대전골. 해장을 위한 식사를 이어갔다.  부족한 잠과 계속되는 취재, 과식한 저녁 덕분에 정확히 몇 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녁 8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다.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서울에서 남해로 돌아왔을 때, 감사하게도 군말 없이 받아주신 부모님에게 있어서 나는 골칫덩어리다. 시골에서 결혼하지 못하고 서른다섯 살의 나이를 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꿈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부모님 댁에 얹혀살고 있는 나는 두 분의 진지한 대화를 엿듣게 된다. 아버지는 “이제 병권이를 내보내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어머니는 “병권이가 빌려준 3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도 수천만 원의 돈을 움직이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그럼 당장 나가면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하지?”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걸 몰래 지켜본 나. 집에서 나가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전 두 사람의 논의하는 장면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이 집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수천만 원의 보증금이 없는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불안이라는 이유로 신문사 내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성장하길 원했다. 내가 아니면 이 신문사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5년에 걸쳐 그 목표를 달성했다. 경력도, 상도 말도 안 되게 받았다.      


그런데, 3년이 지났을까? 을의 입장에서 월급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파악하게 된 순간, “이곳도 오래가지는 못할 곳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렇다면 “그 사이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부모님에게 빌려준 3000만 원과 올해부터 다시 들고 있는 적금. 주식에 투자된 약 2000만 원은 당장 환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 중 3000만 원은 없는 셈 치고 살아가고 있다. 평생 이만큼 키워주고 지금도 거둬주고 있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천천히 갚겠다고 했으나, 내가 결혼할 때 결혼에 필요한 비용으로 주겠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이유로 준 돈이라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중요한 건, 개인 전병권을 봤을 때 내 앞가림도 어려운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서른 살부터 앞만 보고 왔는데, 당장 쫓겨나면 오갈 곳 없는 내가 서글펐다. 불안했다. 초라했다.     


서서히 잠을 깨며 다짐하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은데, 이제는 월급만을 받는 기자 일에 내 인생 전부를 소모하면 안 되겠구나.”라며 “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사진도 찍으며 활동 영역을 넓혀야겠구나.”라고 말이다.     


“언젠가 이별하게 될 부모님인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대학 시절부터 하던 가정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고 있다. 그걸 극복하려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무의식 속에서 오랜만에 의식의 세계로 올라오게 됐다.     


남들이 스펙을 쌓고 알바를 하며 좋은 기업 혹은 공무원이 되려고 노력한 일을 나는 30대에 들어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투자하는 게 맞는지 여전히 의심은 되지만, 지금의 나에게서 노력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     

30대 인생의 2라운드. 경제적 독립을 위해 좀 더 나를 투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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